연극의 설렘과 커피 한잔의 즐거움이 충만한 공간, 사람과 문화가 이어지는 애정 담뿍한 공간.
거리를 메운 봄꽃처럼 지역 연극인의 꿈을 환하게 물들이는 그곳에서 공연제작소 마당 허은녕 대표를 만났다.
사회적협동조합 ‘공연제작소 마당’을 설립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열여덟 살 때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경제적 문제로 인해 연극에만 전념하지 못하는 동료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어요. 특히 당시 울산은 시립극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 예술 단체들도 자립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연극을 전업으로 삼기 어려운 환경이었죠.
그래서 대부분 다른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연극인들은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거지, 다른 욕심으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다 문득 우리 지역 연극계 종사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주변의 선후배들을 설득해 2013년, 공연제작소 마당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현재는 배우, 연출자, 홍보 담당자 등 모두 진심으로 공연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모여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처음에는 일반적인 연극 공연 위주로 시작했습니다. 2014년 1월에는 창단 기념공연으로 ‘바람난 삼대’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죠. 이후 지속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해 내실을 키워갔어요.
또한 종종 지역 문화행사에 참여해 주제공연 또는 마당극을 올리다 보니, 축제에 연극적인 요소를 접목할 수 있는 더 많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주제에 맞는 연극을 식전 행사로 준비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거예요.
그 후로 꾸준히 공연기획 및 제작,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 축제 주제공연과 마당극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자립 기반을 마련해 2021년엔 드디어 복합문화공간 ‘아트홀 마당’을 개관하게 됐어요.
‘아트홀 마당’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서울 대학로에 가보면 그곳엔 늘 공연이 있지요. 누구든, 언제든 가서 연극을 보고 올 수 있는 거예요. 울산에는 소극장이 있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작고, 장기 공연이나 자체 기획 공연을 올릴만한 곳은 없었어요. 대학로처럼 지역 연극인들을 매일 만날 수 있는 곳, 언제든 무대에 설 수 있는 공간을 우리 지역에 만들고 싶었습니다.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소극장을 꿈꾸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에서 지금의 아트홀 마당을 구상하게 됐어요. 울산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소극장 문화를 즐기는 곳인 동시에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연극, 공연, 커피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죠.
공연제작소 마당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창작 연극인 ‘천민, 굽다’로 국내 최대 연극축제인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천민, 굽다’는 옹기를 주제로 한 공연이에요. 공연제작소 마당은 예전부터 울산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주제공연과 마당극을 올리며 많은 행사를 해왔거든요. 그 과정에서 옹기의 우수성을 잘 알게 된 거죠.
지역의 전통이자 보호받아야 할 문화재로서 옹기를 알리고 싶어져 ‘천민, 굽다’를 기획하게 됐고, 2016년부터 꾸준히 공연을 올려왔어요. 지역 문화와 역사를 통해 성장한 만큼, 저희도 나름의 방식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발굴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상 수상 당시 연출상, 우수연기상, 신인연기상까지 휩쓸며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어 더 의미 깊었습니다.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릴 때 봤던 연극 한 편으로 제 삶이 달라졌듯이, 연극이란 단순한 문화공연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취약계층의 친구들에게 연극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보면, 처음에는 부정적이다가도 공연을 본후 마음을 열게 되고 행동에까지 변화가 오더라고요.
물질적 도움도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정서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 공연예술만의 문화적 치유 효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더 자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
하고 있어요. 보호관찰 청소년들에게 연극 교육을 제공하거나,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생활연극과 극단을 창단하기도 했죠. 앞으로도 도
움의 손길이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서 연극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어요.
대표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저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진정성은 모든 면에서 필요한 자세라 생각하고요. 무대에선 배우로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하고, 연극 교육을 할 때도 진심으로 학생들과 소통해야 하거든요. 이곳 카페 마당을 운영할 때도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요. 이처럼 모든 일에 있어 진정성 있게 다가갔을 때, 그걸 알아주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요?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분이 찾으실 수 있도록 아트홀 마당을 알려야겠죠. 그리고 저희만의 레퍼토리를 만들어서 전국에 울산의 연극 수준, 공연제작소 마당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싶어요. 또한 무료 공연과 연극 치료, 교육 등 앞으로도 꾸준히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공연제작소 마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더 많은 사회적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의 마음에 동감하시는 기관, 기업의 관심은 큰 힘이 됩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