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저트로 감성과 행복을 채우죠
    2023년 3월 이달의 기능한국인 정영택 ㈜제이브라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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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위에 예술이 녹아든다.
일찌감치 제과·제빵에 입문한 정영택 ㈜제이브라운 대표는 설탕·초콜릿 공예로 남과 다른 한 끗을 선보였다.
제과·제빵의 격을 한 단계 높이며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젊은 날의 도전. 어느덧 그는 자신만의 디저트 안에 행복, 꿈, 희망까지 녹여내고 있다.

 

설탕공예, 세계 최고를 증명하다

“디저트는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감성을 채운다고 생각해요. 디저트 앞에서는 누구나 행복해지잖아요. 제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초콜릿, 쿠키, 마카롱, 케이크…. 이름만 들어도 달달함이 전해지는 디저트는 일상 속 여유이자 행복으로 통한다. 단순히 ‘먹는다’가 아니라 ‘즐긴다’와 호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정영택 대표는 그 한 조각의 가치를 잘 알기에 늘 최고이길 바랐다. 쉬이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한 결과 설탕·초콜릿 공예 분야의 권위자로 우뚝 섰고, 올해 3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되었다. 1988년 제과·제빵 업계에 발을 디딘 지 35년 만의 일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일찍 사회에 나서야 했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걸 본 주변의 권유로 제빵기술을 익히기 시작했어요. 기능직으로 하루 17~18시간씩 일하다 보니 몸은 늘 고단했지만 언젠가는 내 빵집을 연다는 꿈을 품고 이겨나갔죠.”
 

꿈이 있기에 배움에 목말랐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쌓았다. 그 열정은 실력이 되어 1991년부터 호텔신라에 근무하게 된 정영택 대표는 그곳에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외국 셰프를 통해 설탕공예를 접한 것이다. 제과·제빵의 기본은 맛이지만 정교한 데코레이션이 넘볼 수 없는 한 끗 차이를 만든다는 걸 목격한 순간이었다.
 

 

“당시에는 설탕공예를 제대로 배울 곳이 없어 책을 보며 독학하다시피 했어요. 그 수준을 제대로 알고 싶어 2003년, 디저트 공예의 최강자를 가리는 프랑스 월드페스트리컵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첫 출전에 8위는 충분히 의미있는 성과였지만 저는 만족할 수 없더라고요. 이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월드페스트리팀 챔피온십 대회에 다시 도전해 결국 설탕공예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제과·제빵을 시작하며 ‘적당히’라는 단어를 잊은 지 오래, 정영택 대표는 대회에 매진하기 위해 호텔도 그만두고 24시간 몰두했다. 그렇게 ‘물, 불, 바람, 땅’이라는 주제에 용과 포세이돈의 역동적인 결투를 그려낸 그의 작품은 누가 봐도 압도적이었다.
 

시장을 사로잡은 명품 디저트

“세계대회에서 1위를 하고 나니 후배들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길라잡이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아카데미를 개원했습니다. 제과·제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급 기술인데도 전국에서 유일한 전문 학원이었죠.”
 

후배들을 이끌면서도 자신을 단련하는 일을 놓지 않은 정영택 대표는 월드초콜릿마스터즈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만큼 디저트 전반을 깊게 파고들었다. 남들만큼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남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을 위한 연마의 과정이었다.
 

 

“누군가는 먹지도 못하는 설탕·초콜릿 공예에 왜 그토록 힘을 쏟냐고 묻기도 해요. 답은 간단해요. 디저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영역이거든요. 이를 마스터하면 제과·제빵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자신만의 빵집을 꿈꾸던 청년은 한 끗이 다른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6년 제이브라운을 설립해 디저트 전문 제조회사로 키웠다. 마카롱, 초콜릿, 케이크, 쿠키를 특화해 호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유명 디저트 전문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온도, 습도에 민감해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던 마카롱의 경우 자동 제조 시스템을 선구적으로 갖춰 디저트 업계에 마카롱 열풍을 일으켰고, 미세한 로고와 글자까지 표현 가능한 자체 실리콘 몰드 개발로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업종을 뛰어넘은 현대카드, 하이브 등과의 성공적인 협업 또한 이 같은 혁신이 발판이 되었다.
 

“결국 대중을 사로잡는 게 중요해요. 처음에는 맛있고 예쁘면 다 통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대중의 호감 요소는 또 다르더라고요. 맛과 품질은 기본, 여기에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부지런히 파악해 반 발이라도 앞서 나가려 합니다.”

 

디저트로 그리는 달콤한 꿈과 행복

디저트 명가로 입지를 탄탄히 다진 정영택 대표는 이제 제이브라운만의 자체 브랜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고민은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한정되지 않는다.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일본만 해도 쿠키, 초콜릿과 같은 명품 디저트를 선물로 주고받는 문화가 깊거든요. 우리에게도 받는 사람이 가치를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과자 선물 브랜드가 있다면 어떨까요? 디저트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지역 디저트 만들기에 열정을 쏟은 이유도 이와 통한다. 세종시 복숭아 마카롱, 인제군 설악산 쿠키, 강원도 오징어 과자 등 각 지역 특산품을 살린 디저트 개발에 참여해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선물로 발전하도록 길을 놓았다.
 

정영택 대표는 ‘길라잡이’를 강조한다. 기능한국인이 되기까지 쌓은 노하우와 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그는 후학들에게 이를 온전히 전수하는 일을 분명한 사명으로 여긴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제과·제빵에 매진하는 친구들의 꿈이 너무 쉽게 꺾이지 않도록 길을 넓히며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을 자처한다.
 

 

“특성화고나 대학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한 친구들이 막상 사회에 나와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숙련된 기술과 지식을 갖춘 친구들인데 아깝잖아요. 아예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는 제과·제빵 업계 안에서 마케팅, 기획, 디자인, 영업, 구매, 배송 등의 업무로 전환하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전하고 싶어요. 학교에도 제과·제빵을 바탕으로 진로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다변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영택 대표는 후배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나하나 디딤돌을 놓는 중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녹록지 않았기에 더욱 마음을 쓰는 일이다.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기까지 쓰디쓴 실패와 좌절이 왜 없었을까. 하지만 디저트와 함께하는 꿈은 언제나 달콤하길 바란다. 디저트를 나누며 미소가 번지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그 풍경 안에 정영택 대표가 일군 길이 함께한다.

 

업데이트 2023-06-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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