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또 한 번의 도전
    ㈜맑은기업 (베이커스 바오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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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갖게 된 장애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품게 만들었다.
복사용지 판매업으로 시작해, 어느덧 연 매출 100억을 바라보고 있는 ㈜맑은기업 황희 대표의 이야기다.

480평 규모 대형 베이커리 카페 오픈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울주군 ‘베이커스 바오밥’을 찾아가 보았다.
 

 

맑은기업을 설립한 계기를 알려주세요. 

창업 전 잠시 장애인 단체에서 근무할 때였어요. 나름대로 원래 전공이었던 컴퓨터 분야의 기술을 살려 일을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장애인 근무 환경이나 처우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일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지 않았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죠. 저 역시 사고를 겪고 4년가량의 병원 생활 후 사회에 나왔을 때, 장애인으로서 구직과 근무가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몸소 느껴봤기 때문에 더욱 간절함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 후 ‘복사용지 판매’라는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고 2011년, 단 3명의 인원으로 ㈜맑은기업의 문을 열게 되었죠.

 

그런 맑은기업을 이렇게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2년 제조공장을 세우고, 15명의 인력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월 매출이 6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사회적기업 관련 지원사업이 없었다면 절대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판로 개척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러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렸죠.
 


마침 울산 혁신도시 이전이 추진되고 있었고, 이때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등을 통해 거래처를 하나 둘 확보하며 기반을 마련해갔습니다. 그러자 6개월 후부터는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더라고요. 이후 사무용품, MRO, 점보롤, 화장지 등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했어요. 청주에 물류기지를 설립하기도 했죠.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어느덧, 연 매출 100억 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됐습니다.

 

장애인고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맑은기업은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됐어요. 현재 30명이 넘는 직원 중 60% 이상이 경증·중증장애인입니다. 곧 오픈 예정인 카페에도 장애인 직원 한 분이 근무하게 될 예정이며, 꾸준히 추가 고용할 계획이에요. 하지만 고용의 양만큼이나 중요한 게 질적 측면이라 생각합니다.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편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공장을 증축해 휴게 공간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또한, 고용을 유지하는 것도 기업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에 스스로 ‘우리 회사에 정년퇴직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맑은기업엔 창립 멤버 다수가 11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어요.
 


맑은기업의 제품이 가진 특장점이 있다면요? 

사실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것 자체는 원단을 갖고 와서 자르고 가공하는 단순한 업무예요. 하지만 그런 일이 장애인 근로자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다만 공정에 있어서는 2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 제품을 납품했던 학교의 주무관님이 복사용지 박스 배출에 불편함을 호소하시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새로운 포장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015년, 테이프나 접착제, 스테이플러 사용 없이 100% 접어서 봉할 수 있는 박스를 개발하게 된 거죠. 이후 해당 포장 기술을 특허 등록하며 녹색 기술 인증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분야인 베이커리 카페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맑은기업에는 제도·정책에 대한 의존적 구조, 매출 대비 이익률이 크지 않은 사업 내용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있었어요. 민간 시장 진출을 통한 자립을 도모해야만 했죠. 그러다 한 부지를 매입하게 됐는데, 풍광이 참 좋은 게 공장을 운영하기는 아까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바로 베이커리 카페였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였지만,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민간 시장 진출은 물론 기존 고객사인 공공기관과도 새로운 거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어요. 기프트 세트 판매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죠. 어느 정도 사업의 방향성을 잡은 후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으며, ‘베이커스 바오밥’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7월 말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베이커스 바오밥을 어떤 공간으로

운영해나가고 싶으신가요?

제가 몸이 불편하다 보니, 내가 편하면 모든 고객에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기본적인 장애인 화장실뿐만 아니라 수유 공간, 엘리베이터, 좌석 배치 등 공간마다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담겨있는 만큼 장애인은 물론 어린이, 노인 등 온 가족이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와 빵이 있는 베이커리 카페여야겠지요. 그래서 커피 머신에도 욕심을 냈고, 제과 기능장 두 분도 모셔 왔습니다. 믿고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무엇하나 허투루 대접하지 않겠다는 마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업 확장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장애인 고용은 아직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군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에 저는 서비스업 분야에서 지속적인 도전을 해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커스 바오밥이 잘 돼서 추후 2호점, 3호점으로 확장하면 각 매장에 재료를 공급하는 공장을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러면 고용 창출 역시 뒤따를 테고요. ‘바오밥 나무’는 천 년의 나무라고도 불립니다. 거친 환경에서도 생존하며 오래 사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죠. 맑은기업이 그리는 미래도 그런 모습입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늘 굳은 희망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업데이트 2023-08-3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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