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가을사색
    함께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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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의 영혼을 위로한다.

그래서일까.

가을은 세상을 여행하기에도, 내면을 향한 여정을 떠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깊어가는 이 계절, 번잡한 서울의 도심 속에서 조용히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글 구보은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봉은사·문화재청·서부공원여가센터·한국관광공사·성균관대학교
 

 

시간이 멎은 듯한 곳,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방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사유가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 2층에 마련된 ‘사유의 방-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으로 가본다. 고요한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두 사람을 볼 수 있다. 바로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78호, 83호)이다.
 

 

원래 한 점씩 번갈아 전시하던 것을 2021년부터 한자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관람객이 오롯이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간 디자인으로, 전시실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치 다른 차원에 들어와 있는 듯 한 공간,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반가사유상의 모습은 종교와 신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마음을 다하는 걷는 길, 봉은사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런 날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사찰 숲길을 거닐며 고즈넉한 가을의 풍경을 마음속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강남구 삼성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봉은사는 서울 도심에 있는 가장 큰 사찰로, 12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이다. 1562년(명종 17) 문정왕후에 의해 현재 위치로 옮겨진 뒤 ‘은혜를 받든다’는 뜻의 봉은사로 바꾸었다.
 

 

부처님의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봉은사의 진여문을 지나면 속세의 번잡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된다. 특히 봉은사의 외곽을 따라 조성된 1.2km 길이의 명상길은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힐링 명소다. 푸근한 가을의 향기,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내는 소리, 가끔 드러나는 봉은사의 전각과 숲 너머로 보이는 고층빌딩까지… 잠시나마 바쁜 일상의 쉼표가 되는 순간이다. 높이 23m로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미륵대불 또한 봉은사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완벽한 가을을 만나는 곳, 경복궁 경회루 

서울은 무엇이든지 빠르게 변화하는 듯하지만, 도시 곳곳에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품고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명소이자 가을이 오면 그저 한가롭게 거닐고 싶은 곳이 바로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다.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이들이 경회루를 떠올릴 것이다. 경회루는 경복궁 근정전 서쪽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2층 목조 누각으로, 왕실의 안녕을 위한 연회를 열거나 기우제를 지내는 등 국가 행사에 사용했다. 조선의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건물로, 연못과 조화를 이루는 장엄하면서도 수려한 모습이 돋보인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늘이 교감하는 작은 우주, 경회루에서 잠시 사색에 빠져보면 어떨까. 특히, 오는 10월 29일까지는 경복궁 야간관람이 열려 어둠이 깔린 서울 도심에서 경복궁의 정취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둘러보면 좋은 동네방네

서울의 단풍 명소

하늘공원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하늘공원은 쓰레기매립장을 복원해 만든 생태환경공원이다. 늦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뤄 서울의 대표적인 억새명소로 꼽힌다. 하늘정원은 가을 축제의 주요 무대로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2023 서울정원박람회’가, 14일부터 20일까지 ‘2023 서울억새축제’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95

 

낙산공원

산 모양이 마치 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낙산이라고 불리는 공원이다. 높이가 야트막한 데다 구간 거리가 2.1km라 걷기에 적당하다. 옛 모습대로 복원한 성곽을 따라 역사 탐방로가 이어져 있는데,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특히 일품이다. 서울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계절이면 성곽을 따라 물든 가을빛을 즐기러 많은 이들이 찾는다.

서울 종로구 낙산길 41

 

성균관 명륜당

성균관 유생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강당이었던 명륜당은 성균관대 안에 자리해 있다. 이곳에 가면 수령이 400년 된 거대한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고목에서 떨어진 노란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풍경마저 아름다운 곳이다. 담장 밖에서 성균관 명륜당 기와지붕의 곡선과 은행나무를 함께 사진에 담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25-1

업데이트 2023-10-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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