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산업의 산증인, 숙련기술로 미래를 잇다
    2023 우수숙련기술자 ㈜동양정보시스템 정한채 기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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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보기술의 발전사와 궤를 함께하며 성장했다. 

현장에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창업까지 해냈지만, 한창 사업을 이어가고 있을 때 난데없는 시련이 찾아왔다.

하지만 정한채 기술이사는 자신의 쌓아온 ‘기술’을 놓지 않았다.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라는 길을 만나며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를 스스로 다시 세우게 된 것이다.
 

 

정보기술의 태동 속 쌓아 올린

견고한 기술의 토대

㈜동양정보시스템 정한채 기술이사를 만난 곳은 대구 소재 공기압축기 전문제조기업 주식회사 메가콤.

현장맞춤형 체계적훈련지원사업의 외부 훈련교사로서 그가 컨설팅을 맡고 있는 곳이다. 동양정보시스템을 창업한 대표로서 현재는 기술이사직을 맡고 있지만, 그가 일하는 곳은 매일 달라졌다. 본 사업으로만 13개의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날마다 각 사업장을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기업의 사업 내용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정한채 기술이사의 낯에는 자신감이 비쳐 보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가 지난 36년간 실무 현장에서 오랜 기술을 갈고닦은 소프트웨어 전문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 위주의 정보기술 분야에서 저는 1세대에 속해요.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상용화되고 일반 가정용으로 보급되기까지 그 시기를 모두 겪은 산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 목적으로 도입된 컴퓨터가 점차 백화점이나 유통 분야에서 산업용으로 쓰이던 시절. PC(Personal Computer)의 개념 자체가 막 들어오던 태동기였다. 소프트웨어 전문학과도 보편화되지 않아 정한채 기술이사는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익혔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1985년 무렵에는 국내에 상용 PC가 출시·보급되며 컴퓨터 기술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취업 전 잠시 학원에서 근무하며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때가 불과 스물일곱 때의 일이다.
 

이듬해 2월엔 일본 중소 제조기업인 마산 소재 한국중천전화산업 전산실에 취업했고, 2년여간 책임자로 근무하며 실무의 기초를 단단히 다져갔다. 그 후엔 좀 더 전문적인 기술자로 성장하기 위해 한국정보시스템 대구본부로 이직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기술을 제대로 연마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며 정보처리기사 자격과 정보처리 전공 석사학위까지 취득했어요. 그렇게 11년이 흘러, SI사업부 총괄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를 직접 목격하며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죠.”

 

위기 속 ‘기술 전수’라는 답을 찾다

1999년 Y2K 사태, 즉 밀레니엄 버그라는 우려 속 기회를 발견한 정한채 기술이사는 자신의 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38살의 나이로 무작정 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퇴직할 때만 해도 굉장한 꿈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창업을 하고 보니 엔지니어 출신인 제겐 마케팅 스킬이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기술과 솔루션만큼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기회 자체가 잘 주어지지 않았죠. 그런데 그때, 이전 근무지였던 한국정보시스템에서 수주를 위한 PT제안 3건을 의뢰해 왔어요.”
 

 

이전 근무처에서의 사업 제안 PT는 그가 도맡아 하던 일이다보니, PT를 하여 수주만 하면 전적으로 외주를 주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회였기에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수주에 성공한 정한채 기술이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게 된다.
 

그 후 동양정보시스템의 주요 사업 분야는 시스템통합(SI) 분야와 컨텐츠(CP) 개발 분야, 그리고 IoT 기반 융복합 분야로 세분되었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 자체개발 솔루션인 E-Business System(ERP/MES/SCM/Groupware 등)에서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u-IT 활용 농산물 관리체계, 즉 지금의 IoT 기반 스마트팜 기술에 해당하는 u-Farming 시스템 개발사업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경영자가 아닌 기술인으로 남으려 노력했어요. 대표지만 늘 PM을 맡았고 여러 기술 변화를 수용하며 앞서갔으며, 모든 사업 기획부터 솔루션 개발까지 제 손으로 직접 진행했죠.”


어느덧 직원 40명과 함께 할 정도로 기업을 성장시켰
지만, 2013년의 어느 날 그는 큰 시련을 겪게 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후 회사를 전처럼 운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기존의 사업과 인력을 조금씩 정리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늘 기회를 찾았던 그는 다시 또 한번의 도전을 꿈꿨다. 공단의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모집 공고에 지원하게 된 것도 기술을 놓지 않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4기 산업현장교수로 선정된 그는 그때부터 기술 전수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산업현장의 길잡이로서 미래를 이어가다

2014년 4월 시작한 산업현장교수 활동은 이듬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2022년까지 8년간 학교에서의 720시간, 중소기업에서의 2,444시간을 모두 합하면 무려 3,164시간의 현장교수 활동을 한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사업주훈련은 물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지원사업을 통한 기술멘토링, 대구·경북테크노파크의 기술닥터119 지원사업을 통한 현장애로기술 지원까지 숱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심사평가원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고, NCS 기반 훈련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거나 교재 및 평가문제지 집필에 몰두하기도 했다.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숙련기술을 산업현장에 전수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대학교 정보통신대학에서 11년간 산학겸임교수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는 일학습병행 Off-JT 강의를 하며 후배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대구폴리텍대학, 진주폴리텍대학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요.”
 

이처럼 기술 전수와 후배 양성 교육에 전념하면서도 지난 사업 운영 경험을 살려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 5개년 추진 사업에 스마트공장 전문가이자 자문단 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자신의 기술을 나누는 일에 여념이 없는 그였다.
 

“사람은 누구나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결국은 직접 부딪쳐봐야만 그 선택이 옳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숱한 선택과 경험을 이미 해본 사람이죠.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 그게 저의 가장 큰 사명이자 자부심입니다.”
 

올해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된 정한채 기술이사는 앞으로도 기술전수와 교육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산업현장의 길잡이로서 그의 바람은 ‘지금처럼’ 계속 이일을 이어가는 것. 언뜻 담백해 보이는 그 목표는 사실 숙련기술로 미래를 이어가고자 하는 묵묵한 다짐이자 빛나는 사명감일 것이다.

 

 

 

업데이트 2023-11-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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