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Z세대에게 전통이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닌 신선하고 감각적인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다.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이들의 특별한 시선을 통해 ‘한국적인 것’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아본다.
원조가
아니어도
괜찮아
Z세대가 생각하는 한국 문화의 개념과 범위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그 문화의 뿌리가 어디인지 따지고, 진짜 우리 전통이어야만 한국적인 것이라 여겼다. 해외에 한국 문화를 알릴 때도 한복, 김치, 비빔밥 등 실제로 우리나라의 뿌리와 독창성이 드러나는 대상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Z세대는 ‘K-마카롱’, ‘K-핫도그’처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서양의 디저트도 우리 문화로 여기며 향유하는 세대다.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 자체도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변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열연한 정호연이 미국 배우 조합상 시상식에서 착용한 댕기머리에 찬사가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드레스와 같은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의복에 전통 복식인 댕기를 매치한 것이 전통문화의 힙한 재해석으로써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Z세대에게 있어 전통문화의 가치를 보존한다는 것은 더 이상 오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변형·발전시키는 것이 곧 한국 문화의 정수를 이어가는 일이라 여긴다.
전통굿즈
품절대란,
소비자는
바로 MZ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놀이문화나 소비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예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사유의 방’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만든 반가사유상 모티브의 미니어처 굿즈는 출시 때마
다 완판 행렬을 이어갔으며, 2021년 서울관광재단이 주최한 서울상징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는 마패 모양의 티머니 교통카드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궁케팅’과 ‘약케팅’이라는 신조어도 전통의 매력에 빠진 MZ세대로부터 비롯되었다. 각각 궁궐 체험을 위한 티켓팅, 약과 구매를 위한 티케팅을 의미하는 것으로 MZ세대에겐 낯설지 않
은 유행이다. 궁궐 체험으로는 경복궁 생과방 행사와 덕수궁 밤의 석조전 행사가 특히 인기인데, 전통문화와 역사적 장소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덕분이라 평가받고 있다. 한편 한국의 전통 과자인 약과가 인기를 끌자 수많은 유통업체에서 이를 제품화하여 각양각색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한남동에 프리미엄 약과를 선보이는 카페 골든피스가 오픈,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는 등 전통 디저트를 향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오늘의 2030세대들이 전통문화 콘텐츠를 단지 힙하다는 이유만으로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 등의 이슈를 겪으며 한국 문화를 스스로 지켜야 할 고유 자산으로 바
라보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의 성숙한 가치관에 ‘MZ스러움’이 더해진 K-전통문화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