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노동을 넘어 돌봄경제로
  • 4818    

최근 돌봄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돌봄이 복지 차원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돌봄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돌봄을 둘러싼 사회적·기술적 움직임을 유형에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돌봄경제

돌봄에 대한 새로운 시각

미국 전역을 돌며 매주 대회를 여는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대회가 있을 때마다 근처에 이동형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미국 여자프로골프가 다른 여성 스포츠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타 선수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선수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대한 돌봄이 단순한 편의나 복지가 아니라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이처럼 돌봄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타인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최근, 돌봄의 개념이 극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건강이나 나이 때문에 자립하기 어려운 사람을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보살펴주는 것이 종전의 돌봄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누구든 돌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돌봄경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돌보느냐를 기준으로 크게 △배려 돌봄 △정서 돌봄 △관계 돌봄으로 나눌 수 있다.
 

 

#배려 돌봄 #돌봄테크

기술의 발달로 높아지는 돌봄의 질

배려 돌봄은 환자·장애인·영유아·고령자 등 혼자서는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의 신체적 어려움을 돌보는 일을 기본으로 한다. 최근 이 영역에서 돌봄의 사회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술과의

접목도 활발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돌봄 인력을 매칭해주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 돌봄 연결 플랫폼 ‘맘시터’는 지난 2022년 기준 연간 거래액

이 2,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아이 돌봄 이외에도 방문 요양, 생활 돌봄, 방문 재활 운동등 돌봄 비즈니스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돌봄테크는 이제 사람과 기술을 거의 일대일로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신체적 취약자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신체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할 예정인 웨어러블로봇 ‘봇핏(Bot Fit)’은 옷처럼 입어 착용하는 로봇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보행을 보조할 뿐만 아니라 근력 강화와 신체 관리 기능을 하게 된다.

 

#정서 돌봄

마음도 돌봄의 대상이 되다

마음을 돌보는 일, 이른바 정서 돌봄은 요즘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2021년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우울증 환자는 35%, 불안 장애 환자는 32.3% 증가했다. 실제로 환자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병원을 찾아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약물의 도움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자의 정서 돌봄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늘고 있는 노인 대상 주간보호센터는 낮 동안 고령자들을 돌봐주는 서비스로, 체육·음악·미술 등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래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고령자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효능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예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NUGU’는 24시간 고령자의 일상을 돌보는데, 고령자의 발화를 분석해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면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지자체로 연결해준다.
 

 

#관계 돌봄

누구에게나 돌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관계 돌봄은 사회적 약자를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돌봐주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편의점 CU는 2017년부터 지역사회의 파출소 역할을 맡고 있다. 미리 지정된 경찰기관으로 연결되는 신고 버튼이 부착돼 있어 길 잃은 아동을 긴급 보호하거나 범죄 위협 시 빠른 신고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카페, 독립서점, 식료품점 등이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하거나 주민들의 안녕을 챙기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우리는 돌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부모의 커리어를 돌보는 것이고, 고령자를 돌보는 것은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이며, 동네 구성원이 편하면 나 역시 편리를 누릴 수 있다. 돌봄의 영향력은 연쇄적이라, 이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된다. 앞으로 돌봄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업데이트 2023-11-20 13:19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