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과 실용성, 한복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직조하다
    로즈리나한복 정종미·김보나 모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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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58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나란히 수상의 영광을 안은 모녀가 있다.
바로 한복 직종에 출전한 정종미 대표와 딸 김보나 대표가 그 주인공.
청주에 위치한 로즈리나한복을 찾아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 분은 어떻게 처음 한복을 시작하시게 됐는지요? 

정종미
젊은 시절부터 한복을 늘 배우고 싶었어요. 양장보다 한복에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하지만 기회를 좀체 잡지 못하다가 결혼 후 1997년 무렵, 친구의 권유로 한복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로즈리나한복’을 운영한 지는 15년 정도 됐어요.
 

김보나
저는 어머니가 한복 짓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고, 대학교에선 의상학을 전공했어요. 늘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한복은 좀 아쉬웠지요. 2017년, 어머니께서 크게 다치는 일이 생긴 후 저 역시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합류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모녀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김보나
가족끼리 사업을 하면 많이 싸운다고 하잖아요. 확실히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서로 성에 차지 않는 부분도 있고 부딪칠 일도 자꾸 생기니까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정종미
딸이 합류해서 큰 의지가 되죠. 저도 처음에는 전통한복만 하다가 이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양장을 배워 생활한복을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그렇게 지금은 생활한복과 전통한복 모두를 작업하고 있지만 트렌드라거나 젊은이의 감각, SNS 활용과 같은 건 기술과는 또 전혀 다른 부분이니까요.
 

 

로즈리나한복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종미
로즈리나는 손님이 원하는 디자인과 취향을 최대한 반영합니다. 물론 트렌드에 따라 제안드리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손님의 의사를 존중하는 1대1, 100% 맞춤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기성복이 없는 셈이죠. 이 때문에 치수의 정확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김보나
어머니는 전부 수작업으로 옷을 지으십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느질 한 땀, 동정 하나 외부에 맡기는 법이 없어요.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괜히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그래야 ‘마음이 놓인다’는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요. 대신 덕분에 손님들의 만족도는 정말로 높지요.
 


오랜 기간 한복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기억에 남는 일도 많으실 것 같아요. 

정종미
한복을 만들거나 고칠 땐 고객과 충분히 상담하는 게 무척 중요해요. 어떤 손님은 갑상선 수술로 생긴 흉터를 가리고 싶다고 하셔서, 가지고 오신 전통한복을 목을 가리는 디자인으로 바꿔드렸죠. 엄마가 입던 한복을 아기 한복으로 리폼해 드린 경우도, 새 옷은 싫고 꼭 자신이 입던 것을 다시 입고 싶다고 하시는 100세의 어머님을 위해 오래된 한복을 고쳐드린 적도 있고요. 이처럼 장롱에 있던 한복을 의미 있는 한복으로 재탄생시켰을 때, 손님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정종미 

저의 경우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먼저 참가해 입상까지 했어요. 그 후 딸에게도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유한 거죠. 제 경험상 기능경기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또 그만큼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거든요.
 

김보나
기능경기대회에 도전하려면 정말 큰 각오가 필요합니다. 저희만 해도 3년을 매달리다시피 준비했거든요. 그 기간 동안에는 손님들의 주문도 거의 못 받았어요. 하지만 결국 열심히 준비해 출전할 수 있었고, 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쁩니다.
 

이번 대회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종미
제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는 만들어야 하는 옷 사이즈가 작거든요. 그런데 비장애인 대회에는 왕이 입는 용포, 도포, 두루마기 등 큰 옷이 과제로 나오기 때문에 체력 소모부터 아예 출발점이 다른 셈이지요. 이번 과제는 ‘당의’였어요. 해볼 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저희가 쉬우면 남들에게도 쉽잖아요. 그럼에도 저는 장려상을, 딸은 금메달을 받게 돼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김보나
실생활에서 만드는 옷과 대회에서 제작하는 옷은 완전히 달라요. 개인 작업이야 제게 편한 방식으로 하면 되지만 대회는 요구하는 기법들이 있거든요. ‘공그르기를 세발뜨기로 해라’하는 식의 아주 디테일한 사항들이죠.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해서 많이 놀랐어요. 사실 금메달은 어머니의 몫이라 생각했어요. 밥 먹을 때를 빼면 온종일을 쏟아부을 정도로 노력하셨고 실력도 워낙 뛰어나시니까요. 작은 실수로 메달을 놓치시게 된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저희 모녀가 나란히 수상할 수 있어 의미가 깊었습니다.

유행에 따라 한복의 스타일도 바뀌어 가는 듯합니다. 이런 변화를 실감하시는지요?
김보나
세계적으로 K-컬쳐가 주목받으며 한복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어요. 저희 매장에서도 외국인 고객이 생활한복을 맞춰간 적이 있지요. 예전에는 원색적 색감이 인기였다면 지금은 파스텔 계열을 선호하는 추세에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고름 길이, 소매 모양 등에서 계속 변화가 일어나고요. 전통한복에도 물론 마니아들이 있지만 생활한복은 확실히 꾸준한 상승세라는 게 느껴집니다. 실용성이나 아름다움, 편의성이 양장 못지 않기 때문에 찾는 분이 점점 늘어나고, 전문 브랜드도 많아졌지요.
 

두 분의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정종미
새로운 타이틀에 대한 큰 욕심은 없어요. 그저 앞으로도 오래도록 정말로 제가 좋아하는 옷, 또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김보나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동탄에 매장을 낼 계획이에요. 어머니를 떠나서 독립하는 거라 잘 해내고 싶어요.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나중에는 사업과 병행하여 기술교육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정종미
다른 나라에서는 전통의상이 평상시에도 입고 다닐 만큼 편안하고 익숙한 옷이에요. 하지만 한복은 여전히 ‘불편하다’라는 인식이 있지요. 결혼할 때도 한복을 입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 게 속상하기도 해요. 아름다운 우리 옷, 한복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보나
생활한복은 정말 편하고 예쁘거든요. 특별할 때 입는 게 아닌 언제나 입을 수 있는 옷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또 전통문화를 전파하고 알리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일이니, 국가와 산업계 전반에서 한복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관련 기술인을 양성하는 데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업데이트 2023-12-1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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