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엔진소리는 곧 심장소리죠
    대한민국 명장(자동차정비) 최용식 현대모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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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은 굽고, 손톱 끝은 까맣다. 최용식 자동차 정비 명장이 걸어온 34년 세월이 거친 손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름칠을 하고 볼트를 조이던 손은 어느덧 혁신적인 장비와 교재를 만들어낸다.

몸소 겪은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더 나은 길, 더 명확한 길을 개척해온 그는 명장의 자격이 충분하다.

글 강현숙 사진 최병재
 

 

자동차정비,

혁신을 담다

“체구가 작아 군대도 예비역으로 빠졌는데 정비 기술을 배우고 싶어 자원입대했습니다. 장성 차량 정비병으로 복무한 덕에 군 생활 중에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죠. 포니부터 EV6까지 안 만져본 차종이 없어요.“

 

다양한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자동차 속은 늘 흥미로웠다. 단 하나가 어긋나 멈춰버린 기계를 몇시간 간의 사투 끝에 되살렸을 때의 희열은 청도 출신 청년을 자동차 정비 외길로 이끌었다. 대구 현대모터스정비소를 운영하는 최용식 명장은 한순간도 기름때가 지저분하다고 여긴 적이 없다. 자동차 엔진 소리가 심장박동으로 다가오는 순간, 생명을 살리듯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자동차를 정비할 뿐이다.
 

 

“자동차가 사람 몸과 닮았거든요. 제가 의사라고 생각해요. 각종 측정기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한 후 분해하고 조립하고 몇 날 며칠 수리해 생명을 찾아주는 거죠. 그때의 엔진소리는 제 심장 소리 같아요.”
 

낯선 수학, 공학 용어가 영어로 쓰인 책을 하나하나 번역하며 이론을 익히고, 좀 더 나은 정비 방식을 개발하면 누구나 알기 쉽게 정리했다. 그렇게 펴낸 기술교재만 50여 권. 덕분에 자동차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정비 분야 최고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문제는 부분적인 셀 문제에도 배터리 한 팩을 전부 교체해야 한다는 것. 최용식 명장은 ‘분해해서 문제가 있는 모듈만 교체하면 안 될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일일이 회로를 그려가며 2013년 시작한 연구는 2020년에 이르러서야 성과를 냈다.
 

 

꾸준한 발명, 정비의 힘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고전압 배터리를 셀 별로 진단하는 기기를 발명한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셀로 구성된 9개의 배터리 모듈이 한 팩을 구성하는 고전압 배터리. 이때 셀 성능에 편차가 생기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고 주행거리의 신뢰성이 떨어져 불량으로 진단된다.
 

 

"한번은 잘못 연결해 불이 나기도 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문제가 있는 셀을 지닌 모듈만 감지할 수 있는 셀밸런스기 개발에 성공했죠. 배터리 전체가 아니라 불량 모듈 하나만 교체하니 수리비는 1/10로 줄고, 폐배터리 감소로 환경도 지키게 되었습니다.
 

 

최용식 명장은 

작은 공구 하나도 좀 더 쓰기 편하게 고치고, 같은 장비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일군 공정개선 기술만 30건. 자동차 정비에 빠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만의 답을 찾아온 그는 기술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급발진 의심 차량을 깊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정비 전문가의 호기심과 명장의 사명이 더해진 연구는 과연 어떤 답을 전해줄까. 어려운 숙제를 두려워 않는 듬직한 정비 전문가의 도전을 응원해본다.
 

업데이트 2024-02-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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