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박, 예술이 되다
    박공예 숙련기술전수자 강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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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은 모양이 가장 큰 스승이었다. 

47년째 박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강은수 숙련기술전수자는 각기 다른 생김의 박을 보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왔다.

때론 새가 되고, 때론 주전자가 되는 무궁무진한 변신이 박공예의 매력이다.
 

 

자연이 선물하는 상상력

박은 선조들의 주방 필수품이었다. 3월에 심은 박이 서리가 내릴 즈음 단단하게 여물면 한가득 수확해 그릇, 접시, 바가지 등을 만들었다. 서민들의 투박한 살림살이였던 박이 어떻게 근사한 공예품으로 변신했을까? 인천 공촌동에 자리한 강은수 전수자의 공방을 찾으면 그 답이 보인다.
 

 

“세상에 똑같은 박은 있을 수 없거든요. 무엇을 만들지 먼저 고민하지 않아요. 그저 각기 다른 모양의 박을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덕분에 40년 넘게 만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로워요. 박공예의 매력이죠.”

 

우리나라 박은 물론이고 기다란 미국박, 탁구공보다 작은 중국의 땅콩박 등 위탁 재배해 얻은 다양한 모양의 박은 그녀의 보물 1호이다. 박은 속을 파내고 소금을 넣고 삶아 표면을 벗긴 다음 잘 말려야 썩지 않고 단단한 공예품의 재료가 된다. 번거로운 과정을 기꺼이 감수한 이유는 사라져가는 박공예를 보존해야겠다는 사명 때문이다.

 


20대 초반,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녀를 지인이 박공예 수업으로 이끈 게 평생의 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강은수 전수자는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옻칠부터 자개까지, 끝없는 변신

“인두로 태워 그림을 그리는 건 기본이에요. 최초로 박에 옻칠해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컬러 옻칠로 다양한 색감의 공예품을 선보였죠. 자개로 화려한 문양을 넣고, 짚풀공예·금속공예도 적극적으로 접목했습니다.”

 

 

업데이트 2024-06-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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