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끝으로 엮는 멋과 예(禮)
    망수 숙련기술전수자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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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예복 장식의 궁극으로 통하는 망수. 

이영애 망수 숙련기술전수자는 우아하고 화려하게 의복을 꾸미는 망수를 손끝으로 엮어간다. 묻혀있는 망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만들고 기록하고 가르치는 애정은 세월과 함께 깊어가는 중이다.
 

 

조선 예복의 정수, 망수

그물 망(網), 끈 수(綬). 이름 그대로 ‘끈으로 짠 그물 모양의 장식’을 말하는 망수는 조선시대 의례 복식의 아름다움과 권위를 상징한다. 주로 왕실이나 문무백관의 예복용 관복에 두르는 띠인 후수(後綬)에 화려함을 더하는 장식으로 예복의 화룡점정으로 꼽혀왔다.
 

 

“도구 없이 오직 손으로 적당한 굵기의 꼰사를 엮고 조여 다양한 그물형 문양을 만듭니다. 어떤 순서와 방향으로 감아 엮느냐에 따라 문양이 달라지니 지루할 틈이 없죠.”
 

마디마다 다른 색상의 실로, 단마다 각기 다른 문양을 구현하는 망수는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역동적인 물결문양, 정교한 넝쿨문양, 우아한 장미문양 등 이영애 전수자가 우리말로 쉽게 정리한 문양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다만 후수의 착용 위치가 뒷면과 옆면이라는 특이성 때문에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숨은 보물을 캐듯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조사하고, 운이 좋아야 유물과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주로 의궤 속 그림을 살펴 어떤 색인지, 어떤 문양인지 발견해갑니다. 여러 색의 색종이를 펼쳐두고 도안을 그린 후 머릿속으로 엮는 방법을 연구한 후실제 만들었을 때 똑같은 문양이 나오면 정말 뿌듯하죠.”
 

 

망수기능전승자 故장순례 선생을 사사하고 한국복식학자 故김영숙 선생의 지도를 받은 그는 2008년 스승을 이어 ‘영친왕비의 후수와 패옥’을 복원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홍실, 청실, 녹실, 백실로 끝단 10cm 가량을 망수로 엮은 후수는 왕비의 위엄과 우아함을 표현하기 충분했다.
 

 

유물 복원부터 현대적 해석까지

“2008년 기술 전수가 다 안 된 상황에서 스승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혼란스러웠어요.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 없었지만 김영숙 선생님의 응원으로 스승이 못 이룬 꿈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특히 제가 가진 기술을 아낌없이 나누는 데 집중했어요.”

 

1980년 부업으로 시작한 매듭부터 다회, 망수, 후수까지 꾸준히 기술을 확장해온 이영애 전수자. 그는 자신의 기술적, 역사적 지식을 집대성한 책을 펴내 누구나 쉽게 망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2009년에 문을 연선아망수매듭연구소를 찾는 수강생의 발걸음은 지금껏 전국에서 이어지고, 망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용산공예관에서의 수업도 꾸준하다.
 

“망수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이해가 쉽도록 컵받침, 팔찌, 열쇠고리, 브로치 등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든든한 후계자를 양성하고, 누구나 쉽게 후수와 망수를 만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공방을 마련하는 게 꿈이에요.”

 

 

업데이트 2024-07-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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