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을 이끌어준 불빛은 얼마나 찬란할까.”
2023년 용접 직종 대한민국 명장에 오른 조재훈 명장(대한민국 명장회 이사)에게 용접 작업 시 피어오르는 불빛이 그러했다.
모든 걸 쏟아붓고 싶은 일을 만나 26년을 달려온 그에게 명장 타이틀은 후배들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갈 힘을 선사한다.
아크 불꽃과의 운명적 만남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용접과 함께 살아온 조재훈 명장에게 용접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 그 자체이다. 방황하던 청년 시절, 우연히 마주한 용접 작업은 눈을 뗄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수천 도의 고열 속에서 피어나는 아크 불꽃과 금속이 융합되는 장엄함은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듯했어요. 처음 용접 건을 잡은 순간, 본능적으로 이게 제 삶의 방향이라고 직감했죠.”
열악한 작업환경이었지만 땀 흘리며 기술을 익히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 남들 쉬는 시간에 혼자 연습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소기업부터 시작해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거쳐 삼성물산(주) 건설부문에 입사했다. 기초부터 단계를 밟으며 현장과 이론을 두루 갖춘 역량을 키운 덕분에 대기업이 탐내는 인재로 성장했다.
“용접은 단순히 두 금속을 접합하는 작업이 아니에요. 구조물의 안전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높은 책임감이 필요하고, 완벽한 용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용접 자세부터 용접 방법, 안전 규정 등의 기본은 매 순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건설, 토목, 조선뿐 아니라 항공우주, 반도체, 석유화학, 원자력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요구되는 고난이 용접. 단순히 접합하는 작업이 아니라 기계, 금속, 전기 등의 전문성과 결합해 현장의 완결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세계로 뻗는 대한민국 용접 기술
조재훈 명장은 대한민국 용접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앞장서 왔다. 삼성물산(주) 건설부문 엑스퍼트(한 분야에 15년 이상 종사하며 장인 수준의 숙련도와 리더십을 겸비한 최고 기술 전문가)로서 알제리, 터키,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중국, 방글라데시 등 해외 현장과 국내 협력사를 대상으로 현장 맞춤형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 왔다.
“각 현장 상황을 꼼꼼히 분석하고 연구해 현장에 맞는 맞춤형 용접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했습니다. 현지 용접사에게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전하는 집중적인 교육을 펼쳤고요.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문제 해결 능력과 기술력이 더 탄탄하게 다져진 것 같아요.”
기술은 결국 현장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조재훈 명장은 어떤 환경에서든 빈틈없는 용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을 길렀다. 명장으로서 용접 인재 양성을 더 묵직한 사명으로 여기는 그는 대한민국 용접 기술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나눌 것을 다짐한다.
“용접 기술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숙련됩니다. 후배들에게 실수를 두려워 말고 오히려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으라고 강조합니다. 제가 그랬듯 말이죠.”
때론 불꽃처럼, 때론 강철처럼 용접과 대면하며 자신을 단련해온 조재훈 명장. 넘어질 때마다 더 강해지는 불굴의 의지는 그가 용접을 통해 얻은 배움이자 후배에게 남기는 뜨거운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