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전기 명장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조선소에 첫발을 디뎠다.
‘기술이 곧 자산인 시대가 온다’라던 조선업 엔지니어 출신 아버지의 혜안이 이끈 길 이다.
덕분에 42년 동안 전기 기술을 자산으로 쌓아 온 이 명장은 이제 대한민국 조선업의 미래와 발맞추며 걷는다.
스마트 선박, 역시 대한민국
선박 구석구석에 깔린 배선은 혈관 역할을 한다. 선박의 안전과 운영 효율성을 책임지고, 항해· 통신·자동화 등 기능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핵심 시스템을 연결한다. 전장 기술은 ‘설치, 배선, 결선’이 기본이지만 배관 도면, 선체 구조, 선박 의장 등 선박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육상전기와 달리 진동, 태풍, 해수, 강렬한 자외선 등을 고려해 시공하고 국제해사기구와 선급 룰 등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문제가 발생해도 즉각 해결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고요.”
전장 기술의 고도화는 조선업 혁신의 기본, 이민호 명장은 그 중심에 있다. LNG선에 깔리는 케이블은 보통 30~50만 미터, 이를 사람이 포설하려면 고난 이 노동이 필수고 안전상 위험도도 높다. 이 명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로봇을 이용한 선박 케이블 자 동화 배선 공법을 개발했고, 조선소 최초의 실습장 도 주도적으로 설립했다. 모든 전기적 신호를 무선 IoT(사물인터넷) 센서로 구현한 스마트 선박 개발 에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상당한 케이블이 사라진 전장 환경 구현도 혁신적이다.
“스마트 선박이 거제조선소에서 대만까지 1,500km 자율 운항에 성공했어요. 그때의 벅찬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기술을 더욱 안정화해 실제 선박 적용률을 확대해 나가야죠. 기술 격차를 벌려 우리나라를 바짝 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로 나아가야죠.”
이민호 명장은 조선 4개 사 전장 기술분과위 간사와 사내 전장기술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조선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해왔다.
기술, 적금처럼 쌓아 자산으로
지난해 삼성중공업 기술직 최고 자리인 기장으로 은퇴한 이민호 명장은 현재 기술연수원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와 국내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직접 쓴 14권의 책과 18건의 특허는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42년간의 진솔한 기록이다. 누구나 고도의 기술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바라는 그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기술은 적금처럼 꾸준히 쌓아야 해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그 자산을 바탕으로 크게 점프할 수 있거든요. 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우수 숙련기술자를 목표로 적어도 7년은 현장 경험을 해보라고 권합니다. 기술이 쌓인 만큼 기회도 늘고, 시야도 넓어질 테니까요.”
거친 조선업 현장에서 40여 년을 보내는 동안 유연함의 힘도 배웠다. 현장 기술인들이 소통의 부재로 갈등을 빚고 기술까지 단절되는 모습을 보고 심리상담사 1급 자격을 취득한 것이다. 대화와 상담으로 마음을 두드리고 보듬자 기술적 시너지도 커졌다.
“명장으로서 기술 전수를 사명으로 삼아야죠.
경쟁력이 낮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1사1혁신 기능 전수 프로그램으로 기술 상향평준화를 이끌고, 먼 훗날 대한민국이 종전 선언을 하면 숙련기술인이 주체가 되어 북한에 조선업 기술센터를 설립하는 꿈을 꿔봅니다.”
그의 꿈에 한계란 없다. 대한민국 조선업이 세계 최고가 되도록 이민호 명장의 거침없는 항해는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