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싣고, 역사를 싣고
    전통가마 제작 기능전승자 이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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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마는 이동 수단이자 신분의 상징이고, 법도의 하나였다. 

문을 달고 지붕까지 얹으면 집 한 채가 따로 없다.

이강연 기능전승자가 전통가마 제작을

‘종합예술’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견고한 목공 기술과 섬세한 공예 기술로 가마를

되살리는 그의 손끝에 숱한 사연이 실린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전통가마

2005년 7월 24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 공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시민들이 함께한 운구 행렬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건 압도적 규모의 ‘대여(大輿·국상 때 사용하는 큰 가마)’였다. 바로 이강연 기능전승자의 작품이다. 대여를 한 번도 본 적 없던 그는 어렵게 구한 순종의 장례식 사진 한 장을 토대로 섬세하게 재현했다.
고가구와 골동품을 수리ㆍ복원해 판매하는 일을 1988년 허규 당시 국립극장장이 찾아왔어요.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교류를 재현하는 일본의 거리 축제 ‘사천왕사 왔소’에 필요한 가마를 만들 수 있냐는 거였죠. 

시골 가마를 고치고 복원한 경험을 살려 그림을 그려 갔더니 바로 계약하자고 했습니다.”
 

이때부터 전통가마를 본격적으로 제작했다. 문헌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림 한 조각에서 실마리를 찾고, 학자들의 조언을 길잡이로 삼았다. 실체를 보지 못한 가마를 재현했을 때의 뿌듯함은 무엇보다 큰 동력이 되었다. 화성행궁 유물 재현, 단종의 진전(어진을 봉안하는 처소)과 신연(어진을 봉안할 때 사용하는 가마) 제작, 경기전 가마 복원 등 손끝으로 숱한 역사를 되살렸다. 능행차에 사용된 혜경궁 홍씨의 가마는 형태부터 문양까지 기록이 상세히 남아있어 완벽한 고증을 기반으로 만든 역작으로 꼽힌다.
 

 

기술과 예술,법도의 조화

가마는 이동 수단입니다. 가벼우면서 견고해야 해요. 목재를 고르는 것부터가 시작이죠.
 

“설계한 대로 재단하여 틀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지붕의 천도 직접 씌웁니다.

은입사, 매듭 등의 장식 요소는 따로 의뢰하여 완성도를 높이죠.”
 

이강연 기능전승자가 일군 파주 태고사전통가마 연구소. 이곳에 전시된 가마들은 가까이 들여다 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탈 것이 아니라 세심한 공예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이 돋보인다. 신부가 신행길에 타고 가는 4인교 가마만 해도 인연의 의미를 지닌 당초와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다. 수줍은 듯 우아한 지붕도, 가마 안 신발을 벗어 두는 비밀 공간도 매력적이다. 전통 문양에 관심이 많은 이강연 기능전승자는 시대별, 용도별, 신분별 문양과 형태를 연구해 적용함으로써 가마의 격을 한 단계 높인다.
 

 

“기술만 좋아서는 안 됩니다. 가마를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했는지 그 의미를 알고 만들어야죠.”

 

특히 궁중의 가마는 법도와 질서에 따라 새겨지는 문양이 다르거든요.

대여, 상여, 채여, 삿갓가마, 보교, 팔인교, 쌍가마 등 우리 전통가마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다. 이강연 기능전승자는 건강을 잘 지켜 모든 전통 가마를 한 번씩 다 만들어보는 꿈을 품고 있다. 혼례부터 장례까지, 서민들의 삶과도 가까이 있던 가마는 숱한 이야기를 실어나른 생생한 우리 역사이자 전통이기 때문이다. 

 

업데이트 2024-10-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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