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내 꿈은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었다.
동물관련 학과를 졸업한 뒤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야생동물 재활사를 시작했다.
당시 나는 수많은 야생동물을 구분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동물의 특징을 인터넷에 검색하는 방식으로 종을 구분하고 있었다.
-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 김영진 생물분류기사(동물)
그런데 입사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문제가 생겼다. 방송국에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업무를 취재하던 도중, ‘초원수리’라는 희귀한 맹금류가 생김새가 흡사한 ‘큰 말똥가리’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것이다. 센터로 수많은 야생조류 전문가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자연히 센터의 명예도 함께 추락했다. 생물 분류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나의 잘못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동물에 대해 좀 더 제대로 공부하자는 생각에 “생물분류기사(동물)”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미 동물과 관 련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일과 공부를 병행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출문제를 발판 삼아 야생동물의 특성과 동정 포인트 를 중심으로 공부했고, 미세한 차이로 구분 해야 하는 동물의 경우에는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행히 직장에 야 생동물을 박제한 전시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진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은 샘플을 구하기 위해 산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다른 센터에 연락을 취해 다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받아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다행히 “생물 분류기사(동물)”에 무사히 합격할 수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에는 센터에 들어 오는 야생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공부하고 나서부터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동물들을 잘못 분류하고 있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해당 지식을 이용해 동물들에게 더 세세하 게 돌봐줄 수 있게 되었고, 덫에 걸린 야생동 물을 구조해 내기도 했다.
“생물분류기사(동물)” 자격증에 합격한 이 후로, 나는 자연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 보게 되었다. 그전에는 동물을 분류하는 작업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후로는 더 많은 야생 동물을 세세하게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내가 평소에 접하던 포유류, 조류, 파충류 종류뿐 아니라 어류나 곤충, 식물까지 다양한 생물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나의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생명의 존엄까지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