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 생활만으로도 하루가 짧기만 한데, 그 와중에 틈을 내 짬짬이 공부까지 한다는 것은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이뤄내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해낸 이가 있다.
평일에는 직장 생활을 하고, 주말이면 회사가 있는 보령에서 학교가 있는 천안까지 달려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을 듣는 일과를 무려 4년간 수행해 온 한국중부발전㈜의 김가림 대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낸 힘은 잘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일단은 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전기과를 전공한 후, 졸업과 동시에 한국중부발전에 입사한 김가림 대리는 벌써 어엿한 8년 차 직장인이 됐다. 한국중부발전이 국내 최대 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 이끌려 입사를 결심했고, 입사를 한 이후에는 업무의 성장과 개인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며 계속해서 성장하는 사람으로 나아가고 있다.
입사 후 6년 동안은 신보령발전본부에서 발전소 내 설비를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본부 태양광사업부에서 국내 태양광 사업의 개발과 관리를 맡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업무를 전환한 이유는, 입사 당시와 달리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에 발맞춰 새로운 에너지 분야에 대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남다른 포부가 있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는 그의 뜻을 존중해 근무를 전환할 기회를 제공했다.
전기를 전공한 그였지만, 기계 분야는 전기와는 또 다른 영역이라 업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론만으로는 실무를 수행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주변 동료들의 추천으로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019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융합공학과에 입학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은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학교를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령에서 천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어떻게 수업을 들으러 갔는지 까마득하지만, 그때의 교육이 지금의 김가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학습의 경험이 준 건 비단 ‘졸업장’뿐만이 아니었다. 대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과 새로운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도 안겨주었다. 그래서 김가림 대리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여전히 배우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일학습병행’을 통해 배운 내용이 궁금해요.
기계공학·전기전자공학·컴퓨터공학을 비롯해, 국어·영어·수학 등 다양한 교과목이 있었어요. 기계 분야는 처음엔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배우면서 점점 익숙해졌고 결국 전기 분야와도 잘 접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설계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설계를 배우기 전에는 설계 용역을 단순히 계약을 통해 진행하는 과정으로만 이해했었는데, 일학습병행 과정에서 설계를 배운 덕에 보다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설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생기니 작업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디테일한 요청도 가능해졌어요
학습 과정에서 특히 도움이 되었던 내용이 있었나요.
의외로 기계 분야뿐만 아니라,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어요. 1학년 때 영어 과목을 수료했는데, 생활 영어처럼 실용적인 내용으로만 수업이 구성돼 있었어요. 그러면서 영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회사에서 태양광 에너지 관련 해외 사업소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영어 성적이 기준을 충족하여 참여할 수 있었어요.
일학습병행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변화한 부분이 있나요.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제 성격에도 큰 변화가 있었어요. 원래는 굉장히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일학습병행을 통해 교수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점점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이 과정이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다양한 대외활동에도 참여하게 됐고, 회사 내에서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청년이사회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또한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에 출전해, 한국중부발전 최초로 ‘품질분임조대회 학습조직 분야’에서 가장 큰 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학우들과의 만남은 어땠어요?
전기, 기계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결국 일학습병행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학교에 입학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서로 잘 아는 부분은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서 협력할 수 있었어요. 특히 제가 잘 몰랐던 부분을 배우는 기회가 많았던 점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일이 만만치 않잖아요. 일학습병행 과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없나요.
사실 저도 4년 동안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경험이 정말 보람이 있었어요. 스스로 학습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더 생겼고요. 만약 일학습병행 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은 도전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4년 내내 열심히 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해요. 매 순
간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부담이 커지거든요. 그냥 일단 해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먼저 지금까지 배운 학습 능력을 토대로, 다양한 업무에 필요한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거예요. 현재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 계속해서 업무와 관련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업무 역량을 키워 나가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해외 태양광 프로젝트나 해외 사업소 발령을 통해 글로벌 업무 경험도 쌓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