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묵묵히 개척해온 길
    기능한국인 210호 티지코포레이션㈜ 대표 김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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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길만을 걸어온 이들에게 주어지는 ‘기능한국인’.
210호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티지코포레이션㈜ 김홍우 대표 역시 자동차와 전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묵묵히 ‘기술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현장에서 쌓아온 실패와 경험, 그리고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그는 오늘도 기술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과 시작된 기술인의 길

김홍우 대표가 본격적으로 기술인의 길에 들어선 것은 산업화를 이끌 기능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아버지께서 방앗간을 운영하셨는데 손재주가 워낙 좋으셨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기술자가 되기를 바라셨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마침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는 국립공업고등학교라 수업료가 면제였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서 입학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기술인의 시작이었습니다.”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는 6개월 동안 ‘아베베 실습’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베베 실습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뒤 그가 택한 건 ‘기계 설계’였다. 선택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보다 깨끗한 작업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이유다. 그렇게 고등학교에서 기계 설계 기초를 다지고 기능사 자격증도 두 개나 취득한 그는, 졸업 후 중소기업에 입사해 잠시 근무했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군 복무를 마치고 시작됐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 입사하면서 자동차 부품 개발 업무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자동차 핸들, 즉 ‘스티어링 휠’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이 직결되는 부품으로, ‘보안 부품’이라 품질 관리가 매우 엄격합니다. 굉장히 수준 높은 정밀성과 기술이 요구됐죠. 그 덕분에 기술적으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 좋게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으로 기술 연수를 다녀올 수도 있었고요. 그때 일본의 제조 노하우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렌저(L-CAR)의 에어백 스티어링 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은, 김홍우 대표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일본 도면을 받아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 설계하며 밤샘 작업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기술 노하우는 김홍우 대표의 커리어에 든든한 자산이 됐다.
 

 

위기를 넘어 글로벌 제조 기업으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일본으로 기술 연수도 다녀오며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던 그였지만, 언제나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람 하나로 첫 창업에 도전했다. 거래처를 확보하고 사업 기반을 다져가던 시점에, 김홍우 대표에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에 IMF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3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결국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개월 정도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뒷수습을 한 뒤, 다시 회사(전자)에 취직을 하게 됐어요. 전자 업종은 저에게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생산 관리 업무로 시작했는데, 운이 좋게도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여러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구매, 품질 관리까지 업무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거의 공장장 역할까지 하게 됐죠.”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아 중국에서 자재 아웃소싱 업무를 맡으며 중국을 경험하게 됐고, 이후 중국 법인장으로 발령받아 가족과 함께 천진으로 이주했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계속될 줄 알았지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중국 공장 철수가 결정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때 김홍우 대표는 다시 한 번 독립을 결심했다.

 

“중국에서 많은 업체를 다니며 제조 현장을 보고 배웠어요. 가족도 이미 중국에 정착해 있었기 때문에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게 2003년 제조는 중국에서, 본사는 한국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티지코포레이션의 전선인 ‘민우통상(무역회사)’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김홍우 대표는 자동차와 전자 부품 회사를 경험하며 ‘PBA(PCB Assembly)’라 부르는 제조 공정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PCB 기판 위에 부품을 장착하고 조립해 하나의 전자 부품을 완성하는 이 제조 시스템과 생산 공정 만큼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의료기기용 PBA부터 핸드폰 액세서리 PBA, 센서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특히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은, 티지코포레이션이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의료가전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의료가전용 PBA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생활가전용 PBA 생산으로도 확장해 나갔다.

 

“의료가전용과 생활가전 부품을 생산하던 과정에서 우연히 LED조명 제조 의뢰를 받으면서 LED조명 사업을 시작했어요. 의료용 마리화나 재배용 LED 램프 사업으로까지 확장해, 베트남법인에서 생산하여 전량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식물 재배용 조명이 아닌, 고급 과일이나 의료용 마리화나처럼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에 적합한 전문 광원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티지코퍼레이션은 스마트팜 용 광원 기술과 자동차 부품 개발을 양대 축으로 삼아, 차세대 성장 동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현장 경험이 진정한 실력이라는 믿음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과정 역시 그의 인생 여정처럼,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묵묵히 걸어온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결과였다. 고등학교 동기와 선배의 권유로 서류를 제출했고, 두 번째 도전 끝에 선정됐다. 그래서 그는 기능한국인 선정이 단순히 그동안 그가 걸어온 업적에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기술인으로서 꾸준히 걸어온 과정을 국가가 인정해준 결과이자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정 이후에도 김홍우 대표는 변함없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모교 후배들과의 교류, 중국법인에서 현장 실습 지원, 산학협력, 강의 등으로 후배들에게도 꾸준히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즘에는 박사급 전문가들도 많지만, 저처럼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기능인 출신들에게는 현장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제조 현장에서 부딪히며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 됩니다. 자신의 적성과 분야를 찾아 현장에서 꾸준히 기술을 다져가다 보면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가 될 수 있고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인 출신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현재 김홍우 대표는 기존 기술에 더해,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지능형 로봇을 통한 제조 기술에도 관심을 넓히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그저 기술인으로서 걸어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으며, 현장에서 답을 찾고 기술로 보답한다는 가치를 지키며.

 

업데이트 2025-06-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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