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하용문 본부장
대학은 지식의 요람이지만, 동시에 울타리이기도 하다. 성균관대학교는 그 울타리를 스스로 허물었다. 반도체와 AI 등 국가 전략 기술의 최전선에 선 이 캠퍼스는 이제 성균관대학교 학생만의 공간을 넘어 타 대학 인재와 청년, 재직자, 지역과 산업계까지 품는 ‘열린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협업과 연결을 중심에 둔 이 실험은, 산업 협력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와 AI는 물론 로봇과 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프라를 갖춘 성균관대학교는, 그 역량을 이제 교정 밖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균(均), 고르게 나누다’의 정신 아래, 더 많은 청년과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첨단 교육 기회를 열어주는 ‘플랫폼 대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인재들이 만나 배우고 협력하는 진정한 ‘열린 기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방향을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K-하이테크 플랫폼 사업’ 참여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행정·예산 지원에 머물지 않았다. 협업 구조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사업 변경 심사, 회계처리 기준 마련, 플랫폼 간 분담 체계 구축 등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만들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 방향이 K-하이테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공단의 지지는 성균관대학교가 새로운 모델을 시도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실행 과정에서도 성균관대학교다운 진정성과 실험 정신이 녹아 있었다. 전례 없는 다기관 협업 모델을 도입해 세미나로 첫 포문을 연 뒤, AI 경진대회와 리더스 포럼으로 확장했고 그리고 마침내 ‘비즈콘’을 개최하며 K-하이테크 플랫폼 전체가 한데 모이는 기술 축제를 완성했다. 그 결과 처음 4개 플랫폼에서 출발한 협업은 현재 15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는 확장형 모델로 성장했으며, 전북대·전남대·경북대 등 지역 대학까지 합류하며 전국 단위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했다.
성균관대학교의 K-하이테크 플랫폼은 이제 단순한 교육 모델이 아니다. 기술과 사람을 잇고, 대학과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혁신 체제로 자리매김하며, 국가 전략 산업을 이끌 인재 생태계를 길러내고 있다.
Q.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사업에 참여한 플랫폼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들입니다. 각 기관이 가진 강점을 제대로 연결한다면, 애초에 기획했던 플랫폼 모델보다 훨씬 더 진화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린 키워드가 ‘협업’입니다. 한 기관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지식과 자원을 나누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보자는 시도였죠. 협업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기준은 ‘시너지’였습니다.
한 기관이 단독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협업의 의미가 약해지기 때문에, 참여 플랫폼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래 지향성’입니다. 과거와 현재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변화하는 산업과 기술 흐름에 맞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은 ‘함께 하는 즐거움’입니다. 플랫폼 사업은 때로는 부담과 피로가 따르지만, 여러 기관이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도우며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큰 의미와 동력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Q. 플랫폼 간 협업 프로그램을 어떤 단계로 추진해 오셨는지 소개해 주세요.
첫 단계는 ‘세미나’였습니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였지만, 여러 플랫폼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이후 협업 범위를 넓혀 ‘AI 경진대회’를 열었고, 최종적으로는 모든 플랫폼이 모여 하나의 기술 축제를 만드는 ‘비즈콘’까지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11월 15일, 마침내 첫 합동 비즈콘이 개최됐습니다. 처음 머릿속에서 그렸던 그림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고 감격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Q. 역할 분담과 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프로그램마다 세부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흐름은 비슷합니다. 먼저 성균관대학교가 전체 협업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만들고, 이를 플랫폼 단톡방에 공유해 참여할 기관을 모집합니다. 참여가 확정되면 비대면 사전 미팅을 열어 취지와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각 플랫폼 의견을 듣습니다. 이후 사업 변경 심사에 필요한 계획서와 예산안, 역할 분담안을 함께 검토하고 승인 절차를 거칩니다.
승인이 나면 매주 온라인 회의로 운영 계획과 홍보 전략을 맞춰가고, 참여 기관 중 한 곳이 대표로 나라장터 입찰을 진행해 대행사를 선정합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각 플랫폼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집행을 지원하고, 결과와 성과는 모두가 함께 공유합니다. 말 그대로 한 기관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Q. 향후 계획 중인 프로그램이나 협력 모델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올해는 제가 구상했던 협업 프로그램 로드맵을 실제로 시험해 본 시간들이었습니다. 여러 플랫폼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해 보며 많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년에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협업 체계를 네 가지 축으로 더 탄탄하게 정리해 나갈 계획입니다.
첫 번째는 플랫폼 간 상시 협업이 가능한 ‘온라인 협업 플랫폼’ 구축입니다. 각 기관이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총 48개 플랫폼이 언제든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리더스 포럼을 K-하이테크 플랫폼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과의 네트워크는 재직자 교육과 산업 수요 반영에 매우 중요한 만큼, 리더스 포럼을 통해 중소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더 가깝고 꾸준히 들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는 ‘해커톤 재개’입니다.
2023년 1회를 진행한 뒤 잠시 중단됐지만, 2026년 다시 개최해 플랫폼별 훈련 성과를 공유하고 경쟁하는 장으로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마지막은 ‘비즈콘의 확대’입니다. 올해 처음 시도했던 비즈콘에 더 많은 플랫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K-하이테크 플랫폼의 성과를 외부에 알리고 K-하이테크의 가치와 방향성을 널리 소개하는 K-하이테크 플랫폼 축제의 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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