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종목에서 우리나라 첫 금메달을 일궈냈습니다.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인철
유럽인들은 한국이 빵과 거리가 멀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년 전 우리나라는 제과부분 금메달을 수상했고, 올해는 제빵부분까지 합세해 두 종목 모두 석권했으니 말입니다. 기능올림픽에 발을 내딛게 해주신 분들의 노하우와 그간의 경험이 쌓여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류재희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늘‘ 선생님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가르쳐주신 분들 한 말씀 한 말씀이 저에게는 모두 길이고 등대였습니다. 실수에 대처하는 법도 많이 배웠지요.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빵직종 심사위원과 선수로 참가하게 된이유가 있으신가요?
류인철
사실, 제빵부분 심사위원은 제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저는 2001년부터 10여 년간 세계대회 기술코치, 심사위원으로 일해 왔습니다. 그동안 주로 제과부분에서 지도하고 심사해왔고, 이미 지난 대회에서 제과종목 금메달을 일궈내며 훈장도 수여 받았습니다. 지난 대회를 마지막으로 물러날 결심이었는데, 올해 갑작스럽게 제빵종목 심사를 맡게 된 것이지요. 부담도 있었지만 38년간 빵을 만들어온 노하우를 풀어낼 기회라 믿고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류재희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제과점을 운영하셨어요. 그러니 제과제빵은 늘 제게 친밀한 분야였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배우다 대회까지 출전하게 되었구요. 특히, 평소 해보지 않았던 제빵직종에 도전한 건 더 많이 배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말랑한 반죽을 만지고 구워내는 일도 좋구요. 그런데 빵을 만드는 것은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빵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실수하면 여지없이 맛과 풍미가 달라지죠. 그런 정직함이 빵의 매력 아닐까요.
경기는 어떻게 치러졌나요?
류인철
하루 4시간, 4일 동안 치러졌습니다. 제과는 6개 과제를 24시간 내, 제빵은 12개 과제를 16시간 안에 해내야합니다. 집중력과 정신력의 싸움이지요. 체력과 인내, 끈기 모든 면에서 월등해야만 우승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류재희
연습할 때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훈련을 합니다. 실제 경기는 하루 4시간이니 별로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실제 경기에 들어가니 훨씬 짧은 시간인데도 훨씬 길고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실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빵종목 우승을 예상하셨나요?
류인철
그럼요. 확신했지요. 재희는 장단점이 확실한 선수였습니다. 성실함과 배움을 대하는 태도가 역대 최고였어요. 따라오는 속도와 실력도 굉장했구요. 다만 능동적인 부분과 응용력에서 약간 아쉬움이 남았는데, 장점이 워낙 앞섰기에 걱정하지 않았어요. 연습한 만큼 실수 없이 실력발휘를 한다면 분명 우승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믿어라! 네 라이벌은 너뿐이다’,‘ 다른 선수 작품을 보지 말고 네 작품에만 집중하라’고 말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던거죠.
류재희
사실 처음에 실수를 해서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선생님 조언대로 정말 다른 선수들 작품을 보지 않았어요.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제 마음을 다잡아 주신 거죠. 그래서 끝까지 결과를 예상 못했고, 발표를 듣는 순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류인철
빵에 대한 이해와 연습량이라고 생각해요. 이스트는 살아있는 균사체지요. 이 균사체를 얼마나 활동적으로 유지하느냐가 풍미와 연결됩니다. 동일한 온도와 환경에서 기술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빵의 기공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느냐가 관건이 되겠지요. 또 하나가 연습량입니다. 한 선수는 공예가 무너졌어요. 그건 절대적인 연습 부족이죠. 선수가 연습량이 충분하면 떨리지 않습니다. 큰 실수가 나올 수 없지요. 수상하지 못한 선수들도 재능에서는 뒤지지 않았지만 이 두 가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류재희
저는 시간관리였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경기는 시간관리가 생명이다. 시간에 밀리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는데, 정말 실전에서 얼마나 와닿았던지요. 평소 시간관리 연습을 꾸준히 해둔 것이 우승 비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훈련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류인철
선수들에게‘ 힘든 건 다 똑같다. 즐겨라. 즐기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늘 말해주었어요. 남은 인생을 위해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해라. 훈련에만 집중하라고 했었지요. 대회성적이 좋지 못하면 지도자와 선수는 서로 눈을 바로 보지 못합니다. 지도자는 내 잘못, 선수도 본인 잘못인 것 같아 부끄러워
지지요. 경기가 끝난 뒤에 서로 눈을 바라보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면 좋겠다 했는데, 지금 마주보고 웃을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류재희
제게 장점이 있다면, 긍정적이라는 거예요. 7개월간의 훈련기간 동안 힘들었지만, 배우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대회 준비 전, 하얀 백지 상태였던 제가 하나 하나 배워가는 즐거움을 터득했습니다. 빵에 관해서는 모든 게 처음이라 더 재미있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이 다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류인철
태극기를 보면 늘 가슴이 뜁니다. 특히 우리 태극기가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의 감동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지요.
류재희
시상식 때 선생님께서 안아주시면서 정말 수고했다 하시는데, 마음 속 큰 덩어리가 툭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그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류인철
저는 어린 시절 잘하는 것 없이 평범했습니다. 그런데 빵을 만들면서 칭찬을 많이 듣게 됐죠. ‘손재주가 남다르고 눈썰미가 있구나. 훌륭한 제과인이 되겠다’. 그 한 마디가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그 말처럼 되려고 늘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빵을 만들었고, 끝없이 도전하며 조금씩 특별해졌습니다.
우승한 선수들도 모두 평범한 학생들입니다. 다만 도전했기에 특별해진 것이지요. 특별해지고자하면 누구나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도전해보세요.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고, 노력을 외면하는 결과도 없습니다.
류재희
무조건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을 보면 보기 좋고 더 격려해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온 마음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해냈으니 다들 할 수 있습니다. 연습은 실천처럼,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