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록(국립공원관리공단 월출산사무소)
이십대 후반에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졸업하고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환경 때문에 그 흔한 공무원시험 준비한번 하지 못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싶은 직업 국립공원 레인저를 만나게 되었다.
“safety ranger!”로서의 시작
물론 처음부터 국립공원 레인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국가에서 공원관리업무를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고 막연하게 알다가 2012년 내 고향에 21번째 국립공원이 들어서게 된다는 언론매체의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2013년 3월 21번째 국립공원이 탄생하면서 대규모 안전관리 인력을 채용(비정규직)하게 되고 우연한 인연으로 국립공원 안전관리반에 입사하게 되면서 국립공원 safety ranger와의 인이 시작되게 되었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좀 더 나의 꿈을 펼칠 수 있고, 내가 추구하는 안전적인 마인드와 생각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싶다는 욕심에 국립공원관리공단 및 타 구조기관에 입사지원을 하게 되지만 여러 고스펙자와의 경쟁에서 밀려 응시하는 시험마다 줄줄이 낙방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한 가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왜 구조 전문 인력을 뽑는데 어학에 중점을 두는 거지?”, “해외 유학파가 구조, 안전관리에 더 뛰어난 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들이 그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라 할 수 있는 고 학력 고 스펙 우월주의 때문에 “나의 꿈을 여기서 접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많이 고민하고 괴로워하였다.
내 인생에 한 획 “ NCS 국가직무능력표준 채용”
이렇게 높은 취업의 벽과 업무와 동떨어진 스펙을 보고 열광하는 사화지도층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였고 결국 모든 것을 자포자기로 1년이라는 시간을 또 허비했다. 다시 2015년 상반기 채용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공고되었는데 이상한 채용조건이 추가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NCS 국가직무능력표준을 이용하여 공개경쟁채용을 한다는 것이었다. 맨 처음에는 “스펙하나가 추가 되었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에 채용포기를 할까 하다가 우연히 언론매체를 통해 NCS가 직무경험능력을 표준으로 해서 직무수행능력을 기반으로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NCS 국가직무능력표준 채용의 목적이 업무능력과 밀접한 관력직종이나 관련업무경험 그리고 관련 학과 등이 차등적으로 점수에 반영된다는 정보를 알게 되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이것이 나에게 오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국립공원 공개채용에 응시하게 되었다.
서류 합격도 확실치 않은 스펙이지만 채용과정에 실기능력등이 점수에 반영된다는 공고를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직무능력평가에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서 인공 암벽장 훈련, 응급처치법, 매듭법등을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반복하였다.
물론 2년이 넘게 현장에서 해온 일이지만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판단에 쉬는 날이면 필기시험과 실기를 병행해 가면서 정말 오랜만에 뭔가에 빠져들 듯이 집중해 본 것 같다.
업무에 대한 무게감과 사명감
흔히들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을 갖은 사람들에게 ‘천직’이라 말한다. 비록 다른 여러 선배님들처럼 국립공원에서 수십 년을 근무해 본적은 없지만, 현장에서 맞이하는 탐방객들 그리고 선배님들을 따라다니며 예찰 활동 등을 통해 배우는 입사 0년차 새내기 직원으로써 요즘 나는 무척이나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보고 천직이라 하는구나!”하는 막연한 생각도 해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10년 혹은 20년이 지나서 내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와 이 직무경험을 먼 미래의 후배가 나보다 더 시행착오 없이 빨리 습득하고 공원시스템에 더 나은 모습으로 반영된다면 우리 국립공원의 안전에는 항상 파란신호등일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