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인(技術利人)의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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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달의 기능한국인 수상자 그린산업(주) 정병홍 대표는 26년간 냉동공조 분야에 종사하며 숙련된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냉동 공조 시스템의 핵심 부품들을 개발 및 국산화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기여한 우수 숙련 기술인이다.

군 복무를 통해 기술력 증진과 더불어 리더의 자질을 발견

1964년,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정병홍 대표는 일찌감치 철이 들었다. 어머니 홀로 힘들게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안타까워 고등학교를 입학하기에 앞서 취업부터 고민했다. 그가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집안 살림에 대해 크게 걱정한 데는 형들의 영향이 컸다. “저희 형들이 공부를 잘했어요. 그 시절 모두 대학에 진학했어요. 형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길 바랐는데, 다들 계속해서 학업에만 매진하는 거예요. 어쩌겠어요? 그나마 공부 제일 못하는 저라도 빨리 취직을 해야죠.” 정 대표는 자신이라도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실업계에 들어갔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것들을 배웠는데, 저는 기계 쪽에서도 파이프 용접을 했어요. 암기 과목은 싫지만 기계를 만지고 다루는 건 자신 있었고, 호기심도 생기더라고요.”

정 대표는 재학 시절 ‘배관용접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그리고 이 자격증으로 인해 군 복무 시 ‘보일러병’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제게 군 시절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라고 할 수 있어요. 보일러실에 있으면서 난방 기술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성격도 그때 많이 변했어요. 분대장 교육도 받고 조교도 하다 보니 매사 적극적으로 바뀌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군 제대 후 바로 취업할 생각에 군 월급도 꾸준히 모았어요.”

군 제대 후 정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마산에 있는 에어컨 부품 회사에 취직했다. 그의 첫 직장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경험을 되살려 냉동공조 시스템의 핵심 부품 개발에 박차

정 대표는 기능공으로 입사해 품질관리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일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곤 했어요. 그때는 일에 미쳐 있었죠. 일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끝까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런 제가 기특했는지 회사 내 개발과가 신설됐을 때 사장님이 저를 관리자로 임명하셨어요. 이때 칫솔 살균기도 개발하게 되고, 쌀을 씻는 제품인 세미기 등 신제품 개발에도 눈을 뜨게 되었어요. 선행 기술이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열심히 일한 만큼 승진도 빨랐다. 3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이사로 승진했다. “저보다 나이 많은 부하 직원들이 많았어요. 그만큼 주변의 시기가 컸죠. 저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됐어요. 그때 제가 즐겨 보던 드라마가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티브를 한 <야망의 세월>이었는데요. 대인관계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저도 제 철학을 갖고 직접 경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들은 드라마에서 자극을 받아 창업을 하게 됐다고 하면 웃지만 전 그만큼 진지했어요.”

차근히 창업을 준비하던 정 대표는 1994년에 지금의 그린산업을 설립하였다. 회사 초창기 시도한 사업은 ‘수경재배기술’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농산물개방특례조치)에 따라 정부가 농어촌 구조 개선 작업을 한창 하던 때라 농촌에 막대한 예산을 연차적으로 투자하던 시기였다.

“창업 초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 그동안의 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으면서도 남들이 안 한 것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때마침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경상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로 임용된 형님의 조언으로 한국의 미래농업도 첨단기술이 접목된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어요. 첨단농업 기술을 바탕으로 기초단체에 농업 수출 단지가 조성되던 때라 이 일이다 싶었죠. 정부가 사계절 내내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 환경을 만들고 있었는데, 우리 회사가 식물의 온·습도를 제어하는 일을 맡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잘하는 냉동공조 기술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죠.

이후 정 대표는 냉동공조 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회사 비전과 직원들의 사기를 높인 가장 큰 원동력은 ‘선택과 집중’

“일 욕심이 많았던지라 냉동공조 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군의 전기전자부품 제조에도 뛰어 들었어요. 제 영업능력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보니 회사가 위축되는 것 같았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제품군을 단순화 시켰어요. 회사 창립 10년 만에 사업 아이템을 히터와 밸브 사업으로 줄였어요.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다짐에서였죠.”

정 대표는 자체 기술 개발에 매진하기 위해 2005년 기업부설연구소도 설립했다. 연구소가 생겨난 이후 전자식 팽창밸브 관련한 특허만 12개가 되었다. 무엇보다 냉동공조 부품의 하나로 에어컨 등 냉동 사이클에서 냉매를 팽창시켜 온도를 제어하는 정밀제어형 전자식 팽창밸브 개발은 이 제품의 국산화를 선도하였다. 일본에서 수입했던 제품이 국산화됨에 따라 관련 제조업체들은 기존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자식 팽창밸브 개발 사업은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며 많은 성과를 얻었고, 현재는 자체 기술력 향상을 통해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09년 ‘제10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정밀제어형 전자식 팽창밸브로 대통령 표창도 받았어요. 특허도 내고 상도 받고 좋았죠.”

이처럼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금씩 회사가 더 성장해 나감에 따라 정 대표는 사업의 밑그림을 더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모든 사업은 진화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우리 회사는 냉동 공조의 핵심 부품을 개발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기술을 토대로 완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냉동식 에어드라이어’를 개발했는데, 냉동식 에어드라이어는 컴프레서에서 토출되는 고온다습의 압축공기를 건조된 압축공기로 변환시키는 제품으로, 각종 정밀 공압기기와 의료기기 등에서 활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자사의 히터는 가전용 위주의 제품이지만, 향후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식 히터도 개발 중에 있어요.”

이렇듯 사업을 단계별로 차근히 확장해 나가고 있는 그린산업(주)은 매년 매출이 늘어 2014년에는 239억, 2015년에는 245억, 올해는 294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영자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와 비전

정 대표는 경영자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건 단언컨대 신뢰감 형성이라고 말한다.

“우리 회사의 직원들 월급 날짜는 15일이고, 물품대금일은 매달 말일 100% 현금결제 합니다. 지난 20년간 이 날짜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어요. 직원 입장에서 월급일이 얼마나 중요하겠어요. 월급일에 맞춰 계획을 세울 텐데, 그걸 지켜주는 건 경영자의 몫이자 책임이에요. 때문에 제가 조금 힘들더라도 돈과 관련해서는 이 철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어요.”

이러한 철칙을 고수하다보니 오히려 자재 단가를 깎아주겠다고 나선 거래업체도 있었다.

“외환위기 때 저희 거래업체 사장님 한 분이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 이렇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동시에 물품대금일을 잘 지키는 회사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면서, 자재 단가를 인하해 주겠다는 거예요. 참 희한한 일이죠? 저희가 자재 단가를 깎아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희가 현금거래를 고수하고, 날짜를 잘 지키다보니까 우리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한편, 정 대표는 신뢰감을 주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 회사를 창립했을 때는 개발에만 몰두했어요. 직원이 별로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하지만 직원이 늘어나면서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공사 현장에서는 한 사람이 최대 10명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말들을 하곤 해요. 연구결과를 봐도 기술직 사장이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20명까지라는 말이 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회사 창립 5년 후 야간대학을 다녔어요. 회사 일에 쫓기다보니 졸업이 수월치 않았죠. 하지만 저는 학위가 목적이 아니라 배움이 목표였기 때문에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히 하자고 마음먹었죠. 졸업하는 데만 십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이어서 경영대학원에도 진학했죠. 경영자는 자리에 물러서는 그 날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세상 트렌드를 읽고 감과 촉을 살려야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거든요”

배움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대표는, 2005년부터 기업부설 연수원을 마련하여 임직원 교육 및 재충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15년부터 경남대학교와 계약학과 설치・운영 협약을 통해 임직원 직무능력 향상 및 재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2명의 직원이 야간 계약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처럼 정 대표가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복리 후생에 크게 신경을 쓰다 보니 그린산업(주)는 ‘2011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 3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비전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해요. 재밌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경영자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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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인간을 이롭게 하라...


정병홍 대표의 직무실에는 ‘기술이인(技術利人)’이라고 적힌 큰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여기에는 정 대표의 앞으로의 포부와 꿈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우리 회사가 어느덧 창립 20주년이 넘었어요. 그동안은 제가 여기까지 바쁘게 달려오느라 미처 보지 못하고 챙기지 못한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를 돌아보며 다짐했죠. ‘기술로서 인간을 이롭게 하자!’ 냉동공조 기술은 환경과 직결되는 기술이에요. 제가 사업 초창기에 첨단 농업 기술에 뛰어들지 않았습니까? 그 경험을 토대로 환경을 보호하면서 가정에서 유기농 채소류를 직접 재배해서 먹을 수 있는, 일명 ‘가정용 식물 재배기’를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그 목표로 경상대와 현재 기술 협업을 하고 있어요. 매일같이 신선한 야채를 먹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요. 요즘 저는 이 목표를 이룰 생각에 즐겁고 행복합니다.”

사람을 위한 기술을 만들고 싶은 정 대표인만큼, 그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핵심인력이 장기 재직할 수 있도록 성과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일채움공제’를 기업에 도입하여 실시 중에 있으며 우수 인재 양성에 보탬이 되고자 2005년부터 창원대와, 2013년부터 경상대와 산학협력협약서를 체결하였으며, 올해부터는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와 일학습병행제-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시행하며 자사로의 취업도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중이다. (사)경남메세나협의회, 창원국악관현악단 등 꾸준한 기부를 통해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는가 하면, ‘조손가정’을 돕는 봉사단체를 조직해 2004년부터 매월 정기적인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정기적인 후원을 하고 있으며, 회사 내 자율적인 봉사활동 동호회인 ‘그리나누리’를 통해 나눔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인 정병홍 대표는 성공한 우수 숙련기술인이자 기업가로써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에요. 직원들에게 일을 맡길 때 이 질문부터 하죠!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때 할 수 있다고 응답하면 믿고 그 일을 맡기죠. 일에 성패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저는 안 된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적이 없어요. 새롭게 맡겨지는 일은 나만 처음이 아니라 모두가 처음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마음가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지 않겠어요?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은 다른 일에 토대가 됩니다. 그래서 미리 겁부터 내지 말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정을 갖고 도전하라고 젊은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학벌이 좋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일은 스펙이 아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끝까지 제 힘으로 해낼 수 있어요. 그러니 스스로를 응원해주고 할 수 있다고 독려해 주세요. 우린 다 그만한 능력은 갖고 태어났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랍니다."

 

 

업데이트 2016-03-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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