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수‧권경은‧김다솔‧김형은‧전효민‧황성희
소프트뱅크, 호야, 라쿠텐, 젠켄, 스타티아….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로라하거나 혹은 지금 스타기업으로 급부상 중인 일본 유수의 기업들이라는 것.
일본 현지의 청년들도 입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 기업에 최근 우리 청년들이 당당히 최종합격점을 받아 화제다.
이제 곧 일본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될 글로벌 신입사원 6인을 만났다.
글. 김혜민 / 사진. 이승훈
고등학교보다 더 한 대학생활의 시작,
‘영진고등학교’에서 보낸 3년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다져온 관계라기엔 어쩐지 너무 끈끈해 보인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온 것처럼 유달리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의 여섯 사람. 아마 지난 3년간 마치 합숙 같았던 대학생활을 서로 격려하며 함께 버텨온 덕분일 터였다.
일본취업의 꿈을 안고 영진전문대학교에 입학했던 이들은 이제 후배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마라. 무조건 버텨라’라는 말을 남기며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그동안 IT 전공수업에 캡스톤디자인 과정까지 해내랴 또 한편으론 일본인 아나운서의 발음을 온종일 청취해가며 일본어 공부까지 해내랴 하루를 48시간처럼 생활했던 시간은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으로 고이 남았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었어요. 특정 과목이 힘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 항상 쫓기듯 생활했거든요. 수업, 프로젝트, 일본어는 기본이었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뜻에 따라 없는 시간까지 쪼개어가며 책을 읽고 자필로 독후감까지 썼고 또 매일 아침 7시면 체력단련을 위해 체육관에서 운동도 했어요.
그뿐일까요. 일주일에 2~3번은 밤샘작업도 했으니 아예 강의실에 침낭을 깔고 잔적도 많아요. 한번은 새벽에 허리가 아파 건물 1층에 있는 소파에 잠시 눕는다는 것이 그만 그대로 잠드는 바람에 아침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수군거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난 적도 있었죠.”
대학교가 아니라 ‘영진고등학교’에 입학한 것 같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여섯 명의 싱그러운 청춘들. 어떻게 이렇게 힘든 과정을 방학도 없이 꼬박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버텨낼 수 있었느냐고 묻는 질문에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 때문이라는 훈훈한 대답을 내놓는다. 특히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했던 기간에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일본어, 모의면접 등 혼자서는 너무나 벅찰 일을 서로 도와가며 완성했다고. 물론 교수님의 물심양면 지원도 빠뜨릴 수 없다.
마치 학생인 양 9시 등교를 꼬박 지켰고 자정이 넘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을 마지막까지 챙긴 후에야 겨우 퇴근했단다. 그마저도 새벽까지 공부하던 학생들이 메일로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면 실시간으로 피드백 답변을 주었다니 새삼 그 열정이 대단하다. 도통 끝이 보이지 않던 긴 시간은 이렇게 모두의 노력이 어울려 탐스러운 결과를 맺었다.
일본 현지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다,
도쿄(東京)면접회
이들의 실력이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지난 겨울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면접회’ 현장. 행사가 개최되기 전, 유튜브에 업로드 된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보고 가능성을 직감한 현지의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행사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고객관리시스템, 설문조사통합관리시스템 등 스스로 개발한 프로그램과 관련해 프레젠테이션과 시연을 선보이는 학생들에게 큰 감명을 받아 직접 면접을 청하기도 했단다.
“저는 운동부족을 겪는 현대인들이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면접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졌어요. 그중에서도 ‘이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린 이유가 무어냐?’ 묻는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개발기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거든요. 하지만 실제 개발과정을 들여다보면 기획, 분석, 설계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개발 이후에 테스트하는 시간도 필요해요.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게다가 작은 것 하나라도 진행되면 수시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그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고 대답했죠.
면접관께서도 앞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한 줄 입력에 보고서류는 수십 장이 될 거라며 시원하게 맞장구 쳐주시더라고요. 이미 실무를 다 꿰뚫고 있구나 생각하시는 것 같았죠.”
사실 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던 것도 졸업프로젝트 기간 동안의 보고 업무였다. 단순히 프로젝트 완료 후 결과물을 제출해 점수를 받는 기존의 과제와 달리, 착수단계부터 하나씩 결재를 받아야 비로소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회의를 거쳐 팀장이 직접 담당교수에게 결재를 받으러 간다. 만약 결재를 받지 못하면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가야 한다. 심지어 담당교수의 결재를 받았더라도 상급자인 최종결재자의 결재를 받지 못하면 다시 담당교수와 팀원들의 의견을 조합해 새로운 결재를 올려야한다.
마치 회사의 보고과정을 보는 듯한 시스템. 이렇게 실무에 기반한 시스템을 거친 학생들에게 현지 인사담당자들은 최종 면접을 앞두고 젓가락을 선물했단다. 앞으로 함께 밥을 먹자는, 즉 합격을 의미하는 선물이었다.
일본취업을 위해 필요한 한 가지,
가능성으로의 도전
더 이상 해외취업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시대. 지금도 누군가는 어디선가 해외취업을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 일본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를 후배들에게 그들이 남긴 한 마디는 ‘취업을 하려는 명확한 이유를 찾으라는 것.’ 단순히 일본이 좋아서라는 이유로는 부족하다. 왜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의식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목표’를 위한 과정이 어필되기 때문이란다.
“일본의 면접 분위기는 우리와 달라요. ‘포텐셜 채용’이라고도 하는데, 지원자가 현재 갖고 있는 스펙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더 깊게 관찰하죠. 당장 토익이 800점이냐 900점이냐로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이유로 800점을 획득하게 됐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면접관들은 그 과정에서 느낀 점, 이후 바뀐 생각에 대해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면접시간도 길고, 면접과정도 많게는 4~5차까지 이어지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하죠.”
물론 자신감 있는 자세 역시 필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면접이 시작된다 생각하며 걸음걸이부터 인사하는 법,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법, 면접관과 눈 맞추는 법, 이야기할 때 손짓하는 법 등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서로가 면접관이 되어 연습했던 것 역시 합격의 지름길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동안의 고생을 발판삼아 드디어 목표한 세계로의 관문을 통과하게 된 여섯 사람.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지금보다 더 넓다. 일본을 시작으로 앞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도전하게 될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속 IT 인재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일 이들의 미래가 주목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