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영웅, 기획을 기획하다
    폴앤마크 박신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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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관심을, 관심이 행동을 유발한다.
그런 점에서 폴앤마크 박신영 이사는 결코 정체할 일이 없는 부류의 사람이다.
남들이 생각지 않는 것, 하지 않는 일에 뛰어들어 고군분투를 기꺼이 즐길 줄 알기에.
그가, 경험이 촘촘히 녹아든 시간을 응축해 <기획의 정석>이라는 훌륭한 안내서를 내놓았다.
한때 ‘공모전의 여왕’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이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린다.
기획의 여왕, 폴앤마크 박신영 이사를 만났다.

글. 정은주 / 사진. 이성원



두려움 없이 도전하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흔적이 지워지지 않게 하려면 깊고 넓게 파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남들처럼 두렵기도 했지만 나약한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시행착오를 값진 경험으로 삼았다.

박신영 이사는 어릴 때부터 탐구심이 남달랐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향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빡씬’이라는 별명이 완벽하게 어울릴 만큼. 대학시절 항상 따라다닌 ‘공모전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도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광고동아리에 들어간 건 우연이었지만 이후부터는 순전히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 낸 성과다.
개념을 잡기 위해 공모전 수상작을 수백 개 씩 보고, 크리에이티브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에 동화책을 100권 씩 읽고, 경영전략이 뭔지 콘셉트가 뭔지 머릿속에 넣고자 밤낮을 몰두했다. 그렇게 광고의 ‘광’자도 모르던 그는 공모전 23관왕의 신화를 썼다. 광고 공부하는 학생 치고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지방대 출신에 토익 점수도 없었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독보적이었다. 덕분에 졸업 후 광고회사에 취직과 동시에 실무에 뛰어들게 된 박신영 이사.
현장은 발만 살짝 잠기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끝까지 푹 젖을 만큼 깊었다. 그렇게 3년 동안 9번 팀을 옮긴 광고회사에서의 경험을 회상하며 그는, 너무 많은 걸 배웠고, 무척 힘들었으며, 엄청난 성장을 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전환점을 만난 시간이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기획 관련 강의를 한번 하게 됐어요. 강의 시작 무렵에 누구는 어느 정도 하겠다 싶은 판단이 섰는데, 몇 시간이 지나자 저의 판단이 우스울 정도로 사람이 성장하는 게 보였어요. 기획의 방향을 알려주고 약간의 힌트를 준게 촉매제가 되어 숨어있던 잠재력이 뿜어져 나온거죠.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인지 일을 하다가도 당시 느꼈던 감정이 문득문득 떠올랐어요.”

그날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다른 방향으로 펼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이후로도 한참을 광고회사에 몸 담았지만 꿈을 잊고 살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10년쯤 지난 뒤 ‘그때 했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젊기에 두려움 없이 선택하고 후회 없이 집중하기로, 제품 브랜딩에서 사람 브랜딩으로 분야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은 극대화시키는 게 기본이니 다른 듯해도 닮은 부분이 많은 영역이라 생각했다. 이때가 기업 교육 및 컨설팅 전문 회사인 폴앤마크로 이직을 한 시기다.



답은 경험 안에 있다

그가 기획을 가르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모든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우선, 그런 시장이 없다는 게 큰 이유였다. 20대 젊은이가 기획을 가르친다는 것 역시 예상 밖의 그림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획을 가르치는 이는 나이 지긋한 교수 아니면 박사들이었다.

박신영 이사는 생각했다. 시장이 없으면 개척하면 되고,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강의를 구성하면 분명 승산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일대의 도전을 감행했다.
생각한대로만 척척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주변의 우려가 코앞에 닥쳤다. 1년 동안 단 한 건의 강의도 없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누구를 원망할 시간조차 없었다. 대신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해는 됐어요. 강의를 들을 사람들은 30, 40대 박사들이고 당시의 저는 강의경력이라고는 직장생활에서의 몇 번이 전부인 20대 후반이었으니까요. 진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내공이 필요했죠. 그래서 마이크임팩트스쿨에서 한 달에 몇 번 씩 공개강의를 했어요.
공개강의는 누가 올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굉장한 훈련이 돼요. 강의 후에는 반응을 보고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기를 수십 번 반복했어요. 차디차고 냉정한 현실이 저를 단련시킨 거예요.”

바닥을 치고 솟아오른 에너지는 대단했다. 이후 장장 9시간의 첫 강의를 했고, 다음은 줄곧 상승세였다. 그를 찾는 무대가 점점 늘었다. 이전에 없던 강의 방식과 내용에 대중이 공감을 한 것이다. 공개강의를 통해 업그레이드하며 완성시킨 내용으로 그 유명한 <기획의 정석> 책도 출판했다. 비결이 대체 무엇이기에 단번에 공감을 이끌어냈을까.

애초에 정답이 없는 영역이지만 박신영 이사는 자신만의 룰을 영특하게 만들어냈다. 앞에 선 사람은 청중보다 최소 200%는 더 잘해야 한다는 걸 기본으로, 쌍방향의 재미있는 강의를 이끌었다. 유난히 많이 묻고 대답하는 그의 강의를 들으면 단번에 이해가 되는 대목. 일방적인 강의는 지양한다. 많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강의 촬영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상대의 반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재미도 박신영표 강의의 중요한 장점이다. 일상적인 것에 기획을 대입함으로써 기획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나이가 들면 몰라도 젊을 때는 변수를 경험한 만큼 성장한다는 걸 그는 지난 시간들을 통해 배웠다. 헛삽질은 없다는 것, 최악의 경험이라도 분명 활용할 때가 온다는 말은 지독한 현실을 달래기 위한 사탕발림이 아니라 진짜였다.



다시 새로운 꿈을 꾸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 젊음. 기획으로 다져진 내공인 만큼,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의 효율을 도출하는 삶의 기획력 역시 탁월하다. 그는 기획 관련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강의하는 일과 더불어 실전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정석’시리즈를 계속해서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 기획을 다루었으니 다음에는 발표, 스토리텔링, 시각디자인 등을 깊이 있게 다루겠다는 거다.

“과거 기획 일을 하면서 밤을 샌 적이 정말 많았어요. 아이디어 생각하기도 바쁜데 틀도 짜야하니 힘들었죠. 제가 겪었던 어려움을 덜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대입만 하면 기획서의 골격과 기반을 잡을 수 있는 책을 만든 거고, 기획 이외의 분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됐어요.”

물론 전력질주만 하는 건 아니다. 일과 여가의 균형감각도 탁월하다. 강의가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속독으로 네다섯 권의 책을 읽는 그. 독서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한 작업이니 놀면서 자기계발까지 하는 셈이다. 장르의 경계는 없다. 어떤 것도 수용한다. 그러면서 강의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방법을 궁리한다.

기획을 기획적으로 가르치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이미 흔하고 재미도 매력도 떨어진다. 박신영 이사는 기획에 시를 접목시키고, 문학을 빗대며, 예술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제 안의 소스는 한정되어 있어요. 소스를 최대한 많이 축적해 연결시키고 활용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책을 읽으면서 질투 나는 문장들은 메모도 하는데요. 나중에 섞이고 섞여 새로운 무언가로 재탄생하기도 해요.”

박신영 이사는 불투명한 계획에 목매기보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다. 매 순간 열정을 쏟다 보면 자연스레 계획으로 이어지고, 또 열정을 쏟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그러니 누군가는 그의 강의를, 또 그의 정석시리즈에 ‘진짜 정석이 맞느냐’며 딴지를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박신영 이사는 도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즐기는 기획, 좋아서 하는 강의와 집필활동, 순수한 그 마음이야말로 진짜 힘 있는 그녀만의 경쟁력이 아닐까.
 

업데이트 2016-04-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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