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을 걷는 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잡념에 무디며 오로지 깊다.
‘빵은 살아 숨 쉰다. 그렇기에 건강해야 한다’는 송영광 명장.
건강한 빵을 고집하는 그의 집념이 궁금해졌다.
글. 김민정 / 사진. 이승훈
후앙(Rouen), 프랑스의 작은 도시를 옮겨오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에 위치한 후앙 베이커리. 이곳은 송영광 대한민국명장(제과제빵)의 신념이 깃든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연색으로 뽐을 낸 디저트가 눈에 띈다. 한 편에는 명장의 이야기가 담긴 메달과 상장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후앙만의 건강빵이 제 자리를 잡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건강한 빵’은 후앙의 철학을 담은 슬로건이다. 하루에 두 번 빵 굽는 냄새가 흐르는 이곳은 그래서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무가당 건강빵이 원칙과 자존심이다.
그 중에서도 송영광 명장이 고집하는 건 프랑스 정통빵인 바게트다. 그 본연의 맛을 내고자 노력해온 결과, 지금은 가장 신선하고 적합한 재료로 그 맛을 구현해내고 있다. 오로지 물과 소금, 밀가루로 반죽한 것만이 ‘빵’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프랑스에서 그는 정통기술을 배웠다.
그래서 후앙(Rouen)은 프랑스 작은 도시의 이름이자 프랑스 정통빵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담은 이름이다. 프랑스와 빵. 너무나도 당연한 조합이지만 90년대 한국에서 빵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를 사로
잡았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지던 때 송영광 명장 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제과제빵의 문을 두드리다
2014년 최연소 대한민국명장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그는 오로지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스스로를 책임져야했던 때, 학업을 포기하고서 생계에 매진해야했기에 17살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당시 파리제과. 그때부터 그릇을 닦으며 점차 빵 굽는 기술을 익혔다. 지금까지 빵을 만들게 된 거라면 빵 만드는 재미를 잊을 수 없어서다.
“처음 들어간 게 파리제과예요. 무작정 시작한 거죠. 근데 자리를 옮기고 경력이 쌓인 후에 제 손으로 처음 찹쌀도넛을 만드는데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라고요.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재미를 안 거죠.
그런데 그때 선배 한 분이 그러더라고요. ‘네 분야에서 100명 중 1등만 해라. 그럼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을 거다.’ 그 말을 듣는데 한 번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독립을 했기에 삶의 지표가 되어줄 사람은 없었지만 제과제빵 분야에서만큼은 스스로의 궤적을 지표 삼아 기회를 잡았다. 군복무시절, 제과기능장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모두 외웠다는 그는 서른 살이 되던 해, 제과기능장이 되었다. ‘기능장’이라는 타이틀이 생소하기만 했던 시절, 지금처럼 교재도 강의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시작한 일에는 끝을 보는 근성이 통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실기에만 전념했고, 2002년 제과제빵 분야 최연소기능장이라는 첫 명패를 거머쥐었다.
기쁜 마음으로 살아있는 빵을 두드리다
그는 7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대표이자 숙련기술인이다. 그의 원칙이 곧 후앙(Rouen)이 되기에 당일 판매되는 제품을 모두 맛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오로지 건강한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빵은 정말 예민해요. 좋은 밀가루를 쓰지 않으면 빵이 푸석푸석해져요. 기술로 재료를 커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기쁜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거죠. 저렴한 재료를 써서
이윤을 남기기보다 다시 찾고 싶은 맛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빵을 고집하는 그의 집념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명장으로서 자리를 잡은 지금도 제대로 된 빵을 만드는 일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것은 후앙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천 번 시도하는 것과 만 번 시도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기술은 연마하는 만큼 는다는 얘기다. 그는 제과제빵의 길을 걸으려는 이들에게 입문을 하자마자 답을 찾으려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가끔 진로강의를 가보면 제과제빵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커요. 그런데 남과 비교하다가 자신의 꿈을 접는 사람들 또한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당장 2~3년 동안의 실력만으로 판가름할 수 없는 거거든요. 오히려 늦는 만큼 깊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는 덧붙여 빵의 모양을 내는 건 기술이지만 빵을 어떻게 탄력 있게 만드는지, 또 어떤 성분으로 부드러워지는지는 이론이라고 했다. 그가 제과제빵 분야에서 무던히도 노력했던 이유다. 질릴 때까지 해보고, 그래도 질리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의 길이라는 송영광 대한민국명장의 말에는 그래서 힘이 있다.
“저는 절망의 끝까지 가봤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를 견디고 나니 두려울 것이 없는 거죠. 저는 한 번도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은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살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죠. 평탄한 삶을 동경하기보다 시련이 와도 방법을 찾고 해내는 힘을 길렀으면 합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어떤 초콜릿을 손에 쥐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이 주신 시련은 달콤함이 있기 전 맛보아야 하는 쓰디쓴 초콜릿과 같았다. 시련을 견뎌낸 이는 강하다고 했던가.
송영광 대한민국명장은 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제 길을 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여전히 건강한 삶을 위한 건강한 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