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달의 기능한국인 수상자 경원벤딩의 공경열 대표는 40년 간 벤딩 가공기술 투자와 연구 개발에 전념한 결과, 국내 굴지의 조선사에 국산화된 조선기자재 및 해양플랜트 산업의 벤딩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우수 숙련 기술인이다.
경상도 토박이 1등 일꾼이 뚝심으로 일궈낸 벤딩 사업
경원벤딩의 공경열 대표는 경남에서 태어나 경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박사학위까지 수료하며 경남에서 사업을 일으킨 그야말로 경상도 토박이 일꾼이다. 중학교 때 선생님의 추천으로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입학한 것이 계기가 되어 기계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공 대표는, 1976년 삼성중공업(주) 창원공장에 산업역군으로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제가 삼성중공업(주)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우리 공장은 우리 손으로 만든다’가 삼성중공업(주)의 기업 이념이었어요. 그래서 공장 건물부터 우리가 직접 조성해 나갔어요.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삼성중공업(주)의 다양한 플랜트 산업의 제작과 생산 설계(담수설비, 항만설비 등)에 투입되게 되었죠. 명절 당일 빼고는 쉬는 날도 없이 일했어요.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정말 일만 했어요.” 이처럼 삼성중공업(주)에서 5년 간 근무하며 플랜트 산업 기술에 눈을 뜬 공 대표는 자기 사업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제 사업을 하고 싶단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군 제대 후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그러다 벤딩 전문 업체인 성일기계(주)에서 입사해서 3년 간 일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만난 선배가 저에게 동업을 하자고 했어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일단 시작했죠.”
동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공 대표는 2년 만에 독립을 하게 되었다. 10년 간의 생산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1987년 1월, ‘경원벤딩공업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제 이름이 공경열 아닙니까? 그래서 제 이름 중간의 한 글자인 ‘경’과 베스트 의미의 ‘원’ 을 따서 ‘경원벤딩’을 설립하게 됐죠. 처음부터 우리 회사 기술을 개발해서 우리 장비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불철주야 연구하며 우리 회사 자체 벤딩 장비를 만들어 나갔어요. 그렇게 벤딩 장비 한 대를 만들어 주문을 받게 돼서, 돈을 조금 벌면 벤딩 장비 한 대를 더 만들어 플랜트 산업에 들어가는 파이프 등의 주문량을 늘려갔죠.”
당시 벤딩 분야의 열악한 기술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낮에는 영업, 밤에는 생산’을 이어가며 끝없는 기술 개발에 전념한 공 대표는 벤딩 장비의 국산화로 국내 조선사들의 끝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기존 제품들과 대비, 50%나 저렴한 가격으로 신기술로 특화된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으니 공 대표의 회사를 찾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창업 13년 만에 5개사 벤딩 전문기업으로 우뚝
공 대표가 끊임없는 기술개발에 전념한 결과, 경원벤딩을 모기업으로 1994년 ‘기득산업(주)’이 설립되었고, 2005년에 ‘경원벤텍’이, 2006년에는 ‘기득산기’가 그리고 2010년에는 ‘기득산업(주) 거제’가 설립됨에 따라 5개의 특화된 벤딩 전문기업이 설립되게 되었다. 이처럼 회사 규모가 성장한 만큼 직원 수도 늘어나 현재 5개사의 총 직원 수만 240명(외국인 55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기득산업(주)의 연매출만 29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기자재 및 플랜트 산업 분야의 외판 가공 전문기업으로서 창사 이래 조선 및 해양플랜트 기자재 가공기술 분야에서 18건의 정부기술개발 과제 수행을 통해 14건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18건을 확보하며 대외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우리 회사는 벤딩 기술, 즉 해양플랜트 산업의 외판 곡(曲)가공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게 어떤 기술인지 설명해 드리자면, 배는 물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해 선두와 선미는 유선형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선두와 선미 부분의 제작을 위해선 수평상태의 후판을 조선사에서 원하는 설계에 따라 자유곡면으로 바꿔줘야 해요. 이를 위해선 곡 가공 전문기술이 필요한데 우리 회사가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거죠.”
이러한 기술 보유력을 통해 경원벤딩은 한국소성가공학회 기술상(2014), IR52장영실상(2015년), 중소기업 기술혁신부분 대상(2008년) 등을 수상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곡 가공품과 유선형의 선체블록이나 파이프 등의 대형구조물이 국내 3대 조선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조선사에 공급되고 있다.
“저는 창업 초창기부터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어요. 선박의 대형화 추세와 해양 플랜트의 고품질, 고사양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회사 성장과 함께 2008년부터 창원 재료연구소, 현대중공업 등과 기술개발을 해왔고요. 도내 관련 연구소나 지원기관이나 대학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 대표가 기술 개발에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고 있는 탓에 현재 경원벤딩은 연매출 7%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공 대표 스스로 또한 끊임없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사)한국엔지니어클럽 창원지역회, (사)한국해양플랜트전문기업협회, 한국소성가공학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기술연구 교류 활동을 통한 네트워킹 형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년은 있지만 퇴직은 없는, 사람 냄새 나는 기업을 꿈꾸다.
근로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기숙사 무료 제공 및 우수 사원들에게는 아파트 무상 임대,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월 5만원씩 금여보조금 지급, 재직 근로자들에게는 교육훈련비 지원 및 자기개발비 지원, 정기적으로 사원들에게 문화 상품권 제공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포상 휴가 및 왕복항공권 지급... 이 모든 것이 공 대표가 직원들을 위해 내세운 복지 정책이다.
“우리 직원들 다 내 사람 아닙니까? 내 사람들 편의는 내가 챙겨야죠. 그래서 우리 회사는 퇴직 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 일은 업무 특성상 정년 후에도 계속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요. 현장직이 하는 업무는 선박 외판의 곡(휘어지게 하는 것) 가공인데 이것은 기계로는 안 되고 수작업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철판 부위의 불꽃 세기와 가열 지점 등에 대한 수작업은 다년간의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기술력이 전수되기 위해선 젊은층이 유입돼야 하는데, 잘 아시다시피 사실상 어려워요. 젊은층이 유입을 위해 군특례병, 특목고생 등을 대상으로 야간대학 입학이나 임대아파트 제공 등을 하고 있는데요. 힘든 일이다보니 잘 지원하지 않는 게 현실이에요.”
이렇다 보니 회사 측에선 정년이 지나도 전문 기능을 가진 이들을 계속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전체 직원 중 10%가 넘는 28명이 정년 60세를 넘어서도 일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61세~67세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70세 1명, 그리고 82세의 최고령 직원도 있었는데 얼마 전 본인 의사로 인해 얼마 전 퇴직한 상태다.
“경기 침체로 현재 일감은 전보다 줄어든 상태지만 어려운 시절을 함께 건너온 동료들이잖아요. 회사가 부담할 수 있을 때까지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정년이 지나도 아무런 걱정 없이 직장을 다닐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직원들 스스로가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그럴려면 제가 더 열심히 뛰어야겠죠?”
이런 공 대표의 경영 철학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차별없는 일자리 제공과 처우로 경원벤딩에 입사한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분이 연장 근무를 신청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공 대표는 사람냄새 나는 기업 문화를 꿈꾸는 만큼, 인력양성과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이 커, 2007년부터 기업공고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청년취업인턴제’ 및 ‘장년 취업 인턴제; 사업 참여로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청년취업인턴제’를 통해 현재까지 7명이, 2014년부터 실시된 ‘장년취업인터제’를 통해 6명이 입사하였다. 이외에도 공 대표는 2015년부터는 한국산업 인력공단의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6명인증제 (Best HRD)’ 에 참여하고 있는가 하면, 한국산업 인력공단 “학습조직화” 지원사업 참여로 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과 기업 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다.
직원들 사기 높이는 36.5도씨의 문화예술 경영
경원벤딩은, 국내 선박용 기자재는 물론 플랜트 산업을 이끌어온 기업으로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소리는 쇳소리다. 공 대표는 기계음에 지친 직원들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여 주고자 ‘경남메세나협회 매칭펀드 사업’을 통해 ‘장유여성합창단’과 결연을 맺고 이를 사내 경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 대표는 그 간에도 직원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왔다. 직원들이 좋은 음악회를 볼 수 있도록 표를 구해주는가 하면, 생일날 영화표를 선물하며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독려해 온 것이다. 그만큼 공 대표는 각종 사내 행사에 문화예술을 다양하게 접목하는 문화예술 경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0년부터 ‘장유여성합창단’과 결연을 맺고 우리 송년회에 합창단을 초청해 직원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요. 사는 게 바쁘다보면 문화생활을 할 여유가 없잖아요. 일년에 한 번이라도 우리 직원들이 술이 아닌 음악에 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 송년회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연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에요.”
이처럼 직원의 근로환경 개선 및 복지후생은 물론이고 안정적 고용유지와 청장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공 대표. 그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회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누구보다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은 성공한 우수 숙련기술인이자 기업인으로서 그가 꿈꾸는 세상은 다음과 같다.
“저는 누구보다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동안 운이 정말 좋아서 회사를 잘 일궈낼 수 있었어요. 그러니 제가 받은 만큼 주변에 베풀어야죠. 그게 우리 회사 직원이 될 수도 있고, 남 모를 누군가가 될 수도 있겠죠. 다같이 행복했음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부단히 행복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야겠죠? 이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