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생태계의 보고 순천.
어우러진 생명들과 그들이 만들어온 역사를 보고 있자면 순천은 도시라기보다 오랫동안 가꿔진 거대한 정원에 가깝다.
뜨고 지는 하늘빛을 따라 자신을 물 들이고 찾아드는 생명을 품는 남쪽의 정원.
그 넘치는 품을 향해 순리로운 여행을 떠나본다.
글. 이승훈 / 사진. 순천시청, 이승훈
자연의 정원, 순천만 국가정원
계절을 걸친 구름이 지나가고 드넓은 들판 위로 바람이 춤추는 곳. 순천만 국가정원은 거대한 숨결이 드나드는 거인의 허파가 연상된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조성된 국가정원은 세계적인 생태 습지로 인
정받으며 순천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정원의 동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순천호수정원을 만난다. 호수의 중심에 솟아오른 아름다운 언덕은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찰스젱스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순천 도심의 실제 산과 물을 형상화한 비경은 정원을 걷는 이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꿈꾸게 한다. 호수정원에서 내려와 다리를 건너면 국가별 정원이 펼쳐진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11개국이 참여한 이곳은 나라별 정원의 특징을 살필 수 있다.
특히 포토존에서는 해외여행을 온 듯한 실감 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웃음을 더한다. 풍차와 튤립이 어우러진 이탈리아 정원에서부터, 무협영화의 장면을 통째로 옮긴 중국정원까지 관람하고 나면 두 발로 마친 세계
여행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정원 뒤로 동천을 가로지르는 꿈의 다리를 지나 철쭉 정원을 넘으면 수목원전망지에 다다른다. 동문과 서문의 경치를 두루 조망하고, 고개 너머로 순천만생태습지를 구경할 수 있는 이곳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다.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마음으로나마 품을 대자연의 모습이다.
순천시 남승룡로 66 ☎ 1577-2013
봄·가을 : 4월, 9 ~10월 09:00 ~ 18:00
하계 : 5월 ~ 8월 08:00 ~20:00
동계 : 11월 ~ 3월 09:00 ~17:00
역사의 정원, 낙안 읍성
기름진 땅에서 곡식이 많이 나니 백성이 편안하고, 관이 즐거우니 또한 백성이 편안하다. 바로 낙안의 이름에 담긴 의미이다. 성곽안에 들어앉은 초가집들은 지명 그대로 시대를 초월한 편안함을 자아낸다. 사적 제302
호로 지정된 낙안읍성은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잠정 등재된 보물이다.
읍성 내부는 조선시대 계획도시의 면모를 자랑하며 곧고 너른 길을 가졌다. 그 길을 따라 늘어선 볼거리와 먹을거리는 금세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의 돌담을 따라 걸으면 곳곳에 숨어있는 체험문화도 만날 수 있다. 판소리, 장구, 목공예, 붓글씨, 천연염색 등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체험공간은 전래동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재 속 전통체험은 낙안읍성만의 특별함이 아닐 수 없다. 읍성 안을 둘러보았다면 성곽 길에 올라보자. 둘레 1.4km의 제법 긴 길이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민속마을을 발아래 두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뒷짐을 지고 초가지붕 아래 사람들을 구경하면 꽤나 높으신 양반이 된 듯하다. 장독보다 더 낮은 돌담, 추녀 아래 쌓아둔 장작, 아낙네들의 빨래터 등 선조들이 살아온 풍경은 모두가 꿈꾸던 고향의 전형이다. 유장한 세월 속에서 여념 없이 반짝이는 낙안읍성은 살아있는 역사의 장면이다.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 061) 749-8850
이용시간 : 09:00 ~18:30(월요일 휴무)
그리움의 정원,
순천드라마세트장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달동네, 살을 맞대고 배고픔을 견디던 시골 단칸방, 향수로 가득한 읍내 거리. 순천드라마세트장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오픈 세트장이다. 시대별로 나뉜 이곳은 오랜 고증 작업으로 옛 모습을 일일이 재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역사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읍내 풍경은 그 모습만으로 정감이 간다. 쌀가게, 방앗간, 솜틀집을 비롯한 상점들은 영화처럼 다가온다. 풍경을 예스럽게 완성하는 소품들 역시 과거의 정취를 자아내는 요소다. 세트장 곳곳에는
배우들의 실사 모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즐겨보던 드라마 속 주인공의 집을 찾아내는 재미는 이곳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순천 읍내거리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1970년대 서울의 달동네가 펼쳐진다. 끊어지고 무너질 듯한 한 뼘 공간에 질서없이 세워진 집들은 구수하고 애달프다. 투박하기 이를데 없는 판잣집에는 낯섦과 신기함이 공존한다. 젊은이에게는 포토존이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 낡고 낡았지만 가득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 순천드라마세트장은 촬영지를 넘어 새로운 추억이 쌓이는 그리움의 장소다.
순천시 비례골길 24 ☎ 061) 749-4003
이용시간 : 09:00 ~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