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다른 청춘 나다운 청춘
    알파주식회사(주) 일학습병행제 변다영 학습근로자
  • 8521    

청춘은 주사위다.
기회가 왔다면 주저하지 마라.
던지는 순간, 한 칸 이상은 반드시 나아간다.
남달라야 청춘인가.
나다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디자인은 ‘내게 청춘의 일부’라고 말하는 생기발랄 22살 시각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전한다.
글. 김민정 / 사진. 이승훈
 

새내기 시각디자이너,
또 다른 출발선에 서다


서울 남대문시장 한 편에 위치한 알파문구 본점. 형형색색의 디자인문구들로 가득한 매장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알파 직원들의 전산 작업이 한창이다. 홍보기획팀이라는 안내판이 걸린 곳으로 들어가니 직원 한 명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시각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변다영 사원이다.

알파에서 근무한 지는 1년 6개월 남짓. 문구·생활용품 비치에 필요한 각종 POP물과 행사를 위한 포스터, 리플릿 등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입사 1년 째 되던 지난해 10월, 시각디자인 분야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71년 창립된 알파는 전국 700개 체인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문구생활 종합유통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대형 물류센터와 종합 전산시스템을 갖추어 7만 가지 상품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공급하고 있다.

알파에서는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기 전,인근의 폴리텍대학 등 내·외부 전문가와 함께 기존 산업분야의 동향을 분석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시각디자인 분야 Level5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현재 본사 이경수 차장과 본점 고해석 부장이 현장 교사를 담당하고 변다영 사원을 포함해 총 두 명의 학습근로자가 시각디자인 분야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고 있다.

“저는 신제품 홍보물 제작과 디자인 유지관리 업무를 맡고 있어요. 제 업무 특성상 사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서 두 분의 현장교사 분들이 도와주시니까, 구체적인 조언을 받으면서일하고 있어요. 특히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특정 실무에 모두 적용되는 디자인은 아니에요. 알파만의 특징을 고려한 색상과 디자인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선택과 집중, 시각디자이너를 꿈꾸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서 알파만의 디자인 방향을 배우고 있다는 그는 어릴 적부터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꿈이 다양하듯 그도 한 때는 그림 작가가 꿈이었다가 또 한때는 웨딩플래너를 꿈꾸기도 했다. 그 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성동글로벌경영고등학교 글로벌디자인과로 진학해 3년간 디자인 기초를 배웠다. 디자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특성화고등학교에는 확고한 꿈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요. 전통의상디자이너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도 있고, 제품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한 공간에서 공부해도 각기 다른 개성을 갖추고 있어요. 저 또한 시각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자 컴퓨터 그래픽 기술도 배우며 3년간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디자인 기초를 배우는 시기라 해도 시각디자인 분야로 진출하기로 한 이상 관련 기술을 탄탄히 익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갈림길에서 동서울대학교로 진학, 2년간 그래픽․시각분야, 웹․IT분야, 광고디자인, 캐릭터디자인 등 관련 교과목들을 수강하며 역량을 다졌다. 막연히 시각디자인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기보다 세부적인 진로를 결정짓는 시기였다. 그때 학과 교수님의 제안으로 시각디자인의 한 분야인, 특정 브랜드의 VMD(visual merchandiser)직무로 취업연계가 이루어졌다.

“VMD는 기업의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서 제품을 전시하고 매장 전체를 꾸미는 일이에요. 요즘 시각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다보니 이러한 분야도 급부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일보다 제 손으로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일에 더 흥미가 가더라고요. 학과 교수님께서는 좋은 기회라고 제안해주셨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제게 맞는 직무를 차근차근 준비하자 싶었죠.”

빠른 결단을 내린 이후 그는 대학졸업과 동시에 재취업을 했다. 그때 동서울대학교와 취업연계가 된 알파와 인연이 닿은 것. 매장상품의 주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VMD와 같지만 그가 담당하고 있는 POP(Point of purchase)디자인은 보다 세부적으로 상품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어떤 것을 얻게 될지 모르고 뛰어든 두 번째 도전이었지만 선택은 옳았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 일을 아는 것이야말로 ‘나다운’ 청춘인 셈.
 

시각디자인이란 정리정돈이다

그는 알파 본점의 유일한 시각디자이너로서 알파에서 생산․판매되는 제품을 위한 POP디자인과 홍보물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2~3년차 경력직 사원이 담당하던 일을 신입 디자이너가 곧잘 해내고 있으니 주변의 평판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아직은 어떤것도 정의내릴 수 없는 새내기 디자이너일 뿐이지만 그는 언제나 솔직하고 당당하다.

“주사위를 표현한 말 중에 ‘기회가 왔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던지는 순간 한 칸 이상은 반드시 나아가니까요.’라는 문구가 있어요.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지 기회가 왔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자는 생각이거든요. 일학습병행제도 제안하셨을 때 한 번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지금 하는 일들도 마찬가지예요. 독창적인 디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작업한 것들이 결과물로 나왔을 때, 상품 옆에 진열되어 있을 때 꽤 뿌듯하고 재밌죠.”

일학습병행제를 통해서 변다영 사원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고해석 부장은 일학습병행제 이점과 함께 평소 그의 근무태도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알파의 경우, 청년구직자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제도를 운영하면서 일학습병행제를 알게 되었는데, 구직자들이 초기 정착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직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신입사원들이 가장 어려운 게 실제로 현장에서 운용되는 지식과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거예요. 자체 커리큘럼을 통해서 가르치니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되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라면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인데, 변다영 사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을 즐길 줄 압니다.”

물론 어느 기업체이든지 일과 학습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실무와의 괴리라면 교과과정이 640시간으로, 하루로 치면 굉장히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월 동안 틈틈이 자체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알파만의 틀과 개성을 가르치고 배워나가는 중이다. 고해석 부장을 두고 오히려 업무의 조력자가 생겨서 든든하다는 그녀에게 시각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일까.

“출퇴근길 버스 타고 오가면서 생각을 해 봤는데 시각디자인이라는 게 ‘정리정돈’의 느낌인 것 같아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하니까요. 시각디자이너라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구나 자신만의 삶이 있고, 자신만의 정의가 있고, 목표가 있다. 시각디자이너로서 점차 폭을 넓혀나가겠다는 그는 어떠한 도전이든 기꺼이 즐길 줄 안다. 특별함을 좇기보다 나다운 인생을 그려가는 스물두살 빛나는 청춘을 응원한다.

 

업데이트 2016-05-13 15:54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