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 파도가 키운 푸른 낙원 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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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끝자락, 바다와 바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 있다. 여기저기 뿌려진 크고 작은 섬들은 운치를 자아내고 굽이진 길은 빛바랜 사진 속 풍경처럼 따뜻한 곳. 던지는 시선마다 파도가 춤추고 해변이 노래하는 곳. 천혜의 비경으로 인해 신선들의 낙원으로 비유되는 아름다운 거제도를 거닐어본다.
글. 이승훈 / 사진. 이승훈, 거제시청

 

바람과 파도가 그린 병풍 ‘해금강’

한려해상 국립공원에서 으뜸가는 바위섬. 해금강으로 배를 타고 나가면 기암괴석으로 둘러진 거제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푸른빛 바다에 솟아있는 섬들은 자연의 필체가 담긴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해금강에 다가서면 100m 넘는 바위섬이 위용을 뽐내며 감탄을 자아낸다. 끝봉우리에서부터 곧장 바다로 떨어지는 장엄한 벼랑은 해안을 감싸며 춤추듯 파도를 넘실거린다.

해금강의 전경을 훑으면 다양한 바위를 찾을 수 있다. 사자바위, 촛대바위, 미륵바위 등 오묘한 기암절벽들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이곳이 남쪽 최고의 비경임을 보여준다. 4등분으로 쪼개진 절벽 사이로 들어서면 십자형 벽간수로가 진귀한 풍경을 펼치고 하늘 위로 뻗은 절벽의 표면은 수천년을 오간 바람의 흔적을 담고 있다. 바위 사이로 자란 천년송은 해금강의 고결함을 뽐내며 단단히 서 있다.


낭만이 깃든 남쪽의 궁전 ‘외도’

해금강을 지나 15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외도에 다다른다.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인 이곳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섬으로 해발 80m의 기암절벽이 둘러싼 명소다. 선착장에 다다르면 빨간 기와를 얹은 지중해 양식의 정문이 반갑게 맞이한다. 진귀한 아열대 식물과 천연색의 꽃의 조화는 색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표현하며 섬을 꾸민다. 길을 따라 산책을 시작하면 이국적인 정취의 아름다운 숲길을 만날 수 있는데, 꼭 해외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3,000여 가지의 꽃과 나무를 구경하며 완만한 경사에 오르면 비너스 가든이 펼쳐진다. 외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12개의 비너스 조각과 함께 궁전을 연상시키며 찾아든 연인들의 사랑을 꽃피운다. 섬을 돌아 선착장에 도착할 때쯤 이창호·최호숙 부부의 업적을 기린 비석을 볼 수 있는데, 척박한 바위섬을
구입해 아름다운 화훼단지로 일군 부부의 일화는 외도의 아름다움에 감동을 더한다.

 

거제를 품은 바람의 고향 ‘바람의 언덕’

거제시 도장포 마을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은 거대한 풍차와 시원한 전경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언덕을 따라 산책로를 오르면 곧장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이 뒤엉키며 이름값을 해낸다. 눈앞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 언덕을 돌아서면, 푸른 바다와 섬들이 조화를 이루며 푸른빛 낙원을 형성한다. 랜드마크인 풍차에 다다르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과 그들이 남긴 낙서가 그 유명세를 짐작게 한다. 풍차 앞에서 연신 사진기를 눌러보지만 담을 수 없는 바람과 탁 트인 풍광은 아쉬움을 남긴다.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휘날리는 머리를 쓸어 넘기면 이내 거제도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볼록한 해안선 위로 펼쳐진 광활한 언덕은 바다를 건넌 바람의 쉼터인 양 끊임없이 나부낀다.

언덕 너머로 보이는 아담한 도장포 항구와 그 속의 생기는 거제도에 박힌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노부부가 일군 해사한 섬, 공곶이 거제의 동남쪽 예구마을 포구. 산비탈을 따라 20분 정도 걷다 보면 약 16,000㎡ 농원인 공곶이가객을 반긴다. 지형이 엉덩이처럼 튀어나왔다고 해서 ‘공곶이’라 불리는 계단식 다랭이 농원. 바다와 맞닿아 있어 봉긋 솟은 내도와 해금강의 풍광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공곶이는 강명식・지상악 부부가 69년 정착해 맨손으로 땅을 일구고 수목을 키워낸 곳이다. 곳곳에는 종려나무, 설유화, 동백나무, 수선화, 군자란 등 수십 종에 가까운 식물이 꽃과 향기로 계절을 알린다. 노란 수선화가 만개하는 봄이 가장 해사하지만 계절마다 틔워내는 수목의 부지런함에 언제 찾더라도 아름다움에 경중이 없다. 예구마을-공곶이-서이말등대를 연결하는 10km 둘레길을 느릿느릿 걸어보아도 좋다. 

 

업데이트 2016-07-2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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