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편집실 / 일러스트. 이희훈
금형기술사의 꿈,
일학습병행제로 앞당기다
스물아홉 되던 해, 비전이 있는 새로운 직업과 직장을 찾기로 결심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약재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줄곧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던 터였다. 전직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며 평소에 관심이 많던 자동차 분야로 눈길을 돌렸다. 일단 기초지식부터 습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관련 직업전문학교에 입학했고 금형기술사에 매력을 느꼈다.
금형기술사는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국가기술자이면서 높은 취업률이 보장된 비전 있는 직업이 아닌가. 그렇게 금형기술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자동차 금형제작 기업인 진명정밀에 입사했다. 금형분야에서 탄탄한 내실을 쌓아온 진명정밀은 2014년부터 일학습병행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금형 관련 지식이 표준화된 이론서를 제작해 일학습병행제 훈련 교과서로 활용하고, 한국폴리텍대학을 통해 학습근로자가 주말마다 이론과 실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왔다. 한국과학기술대학 인터넷 청강도 가능해 학습을 위한 최고의 환경이 주어진 셈이었다. 시작이 늦었던 내게 일학습병행제는 꿈으로 가는 길을 앞당겨주는 최고의 기회로 여겨졌다. 더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하게 된 촉발제가 된 것이다.
교육에 참여하기 전부터 미리 회사에서 제작한 학습교재를 보며 훈련과정을 습득해 갔다. 현장훈련이 있는 날에는 동기들과 배운 내용을 그날 바로 재실습해보고, 현장외훈련이 있는 날은 배운 이론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집에 오자마자 복습하기를 반복했다. 주말에는 한국폴리텍대학에서 금형
수업을 듣고,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인터넷 강의를 통해 궁금증을 채워나갔다.
적극적 자세로 일과 학습의 균형 잡아
사내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현장 근무를 지원하고, 제품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회사에 건의하는가 하면, 현장의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는 개선 사항 등을 정리해 보고하기도 했다. 현장훈련과 현장외훈련을 병행하다 보니,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계속 눈에 띄었는데, 그것이야말로 일학습병행제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을까.
현장훈련과 현장외훈련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배운 이론을 바로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고, 경험이 많은 실무자들을 통해 학습할 때 가졌던 궁금증을 즉시 해소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체계적인 학습 시스템은 없었다. 일학습병행제의 장점은 또 있다.
현장은 가르침에 야박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기업은 일정시간 안에 더 많이 만들고, 더 높은 이윤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선배는 후배를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고, 신입직원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할 수밖에 없다. 사내 자발적인 학습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멘토멘티의 역할을 단단히 함으로써, 신입직원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일학습병행제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일학습병행제가 있었기에 금형기술자가 되기 위한 시작이 결코 늦지 않았다고, 그리고 언젠가 꿈을 꼭 이룰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학습근로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일학습병행제 시스템에 더없이 만족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