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도리 마을, 은행나무 숲으로 떠난 이른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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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느리게 살고 싶어지거나 잊고 지냈던 무엇을 되찾고 싶어지는 가을날에 훌쩍 떠나 볼 만한 곳, 도리(道里)마을.
그곳엔 노란색 한 색깔로 햇살 속에서 손짓하고 있는 은행나무 숲이 있다.

 

몽환적인 물안개로 맞는 심곡지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경주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북서쪽에자리 잡은 소담스런 마을이다. 전체 208가구 약 360여 명의 주민이살고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이 은행잎이 물들기 시작하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건천이나 영천 쪽에서 찾아가자면 마을에 닿기 전에 심곡지를 만나게 된다. 계곡을 막아 만든 20만 평의 대형 저수지다. 수원이 풍부하여 물이 깨끗하고 수심도 깊다. 하현달 모양의 저수지를 오른쪽으로두고 가는 이 길에서 운 좋게도 아침 물안개를 만나게 된다면 누구든홀린 듯이 차를 세우고 물가로 내려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그만큼 늦가을 날 심곡지의 물안개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물안개를 자리 삼아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설령 물안개를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느리게 달리며 속삭이듯 반짝이는 물결을 실눈으로 지긋이 쳐다보기만 한다 해도 마음에 찌든 때가 저절로 씻겨 나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심곡지를 지나면 곧 도리마을이다. 왼편으로 경주환경농업교육원이보인다면 제대로 찾아 온 것이다. 내비게이션에 경주환경농업교육원으로 검색하면 가장 정확하다. 마을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다. 주민들의 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 길가에, 혹 농업교육원 문이 열려 있다면 그곳에 주차해두어도 좋다.


노란 아우성, 은행나무 숲을 걷다

마을에는 작은 은행나무 숲이 몇 개 있는데, 길을 걷다 보면 바로좌우 시야에 들어온다. 도리마을의 은행나무 숲은 마을 모포장에서자라던 나무가 커져서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띄는 곳은 도리길 36-15에 있는 가장 큰 숲이다. 숲마다 각기 다른느낌과 매력을 갖고 있으니 느긋하게 모두 둘러보길 권한다.은행나무 잎이 일제히 노랗게 물들면 하나씩 따로 반짝이던 수만 개잎들은 사라지고 숲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하나의 노래가된다. 하나의 아우성이 된다. 눈을 감으면 잔상조차 노란색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명한 <키스>는 어쩌면 이맘때의 노란 은행잎에서영감을 얻은 건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아침저녁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춰들 때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이 아름답다. 가시광선이 은행잎에 닿는 순간 다른 색은 다 삼키고 시원의노란색만 토해 낸다. 세상에 처음으로 나오는 노란색. 그 순수한 금박 같은 빛의 파동에 몸을 묻고 잠시 우툴두툴한 수피에 등을 기대어보자. 많은 생각과 걱정, 피곤으로 가득했던 몸은 한결 가벼워지고 모세혈관까지 에너지로 충만해짐을 느낄 것이다.

단풍 구경이 그렇듯 은행나무도 잎이 예쁘게 물드는 적기를 잘 맞추어 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은행나무 노란 잎이 하늘하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때에 숲 속에서의 깜짝 프러포즈는 어떨까?은행나무 잎이 다 저버린 숲을 만난다 해도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그때는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노란 카펫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뭇잎이 반짝이던 곳엔 파란 하늘이 눈이 시리게 들어차 있고, 대신 노란숲은 모래시계처럼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포근히 감싸줄 것이다. 발아래 바스락거리는 은행잎들은 융단처럼 부드럽다.


사진으로 남기는 추억여행

은행나무 숲 속은 생각보다 어둡다. 가족, 친구 혹은 연인들이 와서아름다운 추억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두어 가지 준비물을 미리 챙겨오는 것이 좋다. DSLR이라면 번거롭더라도 꼭 플래시를 챙겨오자.스마트폰으로 찍는다면 메뉴에서 ISO 숫자를 단계적으로 높여주면서 찍어보자. 숫자가 높아질수록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흔들림없이 더 밝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화이트 밸런스(WB)에서메뉴를 다양하게 골라보면 색다른 느낌을 담을 수 있다.

숲을 돌아 나오면 민가들이 자연스레 어깨를 겯고 있다. 낮은 담들너머 감나무들이 노란색에 물든 우리에게 탐스런 감들을 자랑한다.오래된 벽에 기대고 서 있는 키다리 은행나무 그림자와 사진 한 장찍어주는 것도 잊지 말자.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속에 숲이있으므로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야 함을 잊지 않는다면 더욱 추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가끔 때를 잘 만나면 밭과 접한 길가에서 무, 배추 등 재배한 농작물을 파는 마을 분들을 만날 수도 있다. 속까지 가득 찬 배추를 밭에서직접 골라 뽑아서 가져올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은 보너스이다.도리마을 은행나무 숲은 어찌 보면 엄마가 만든 은행잎 무늬 식탁보같기도 하고 어린 날 학교 운동장 같기도 하다. 작고 소담스럽고 꾸밈이 없고 편하다. 그렇기에 더 진득하니 마음의 평안과 휴식을 주는듯하다.


시간 여유가 있어 또 다른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북동쪽 방면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신라 흥덕왕릉을 찾아가보자. 왕비가 죽은후 재혼을 하라는 신하들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혼자 살다가 합장을 유언으로 남겼다는 흥덕왕의 러브 스토리가 담긴곳이다. 다른 왕릉과 달리 경주 중심에서 벗어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찾는 사람들이 적어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으며붓으로 그린 듯 구불구불한 소나무 숲은 전국의 사진가들을끌어 모으는 명물이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보고 싶다면 40분 거리의 경주 통일전을 추천한다. 도리마을이 소담스럽고 동화 같은 느낌이라면 통일전 앞 가로수 길은 탁 트인 시야와 아울러 호쾌함을줄 것이다. 통일전 가는 길에 경상북도 산림환경 연구원도필히 들러야 할 곳이다.


도리마을 가는 길에 들으면 좋을 재즈 (Jazz for Dori)

. Travels – Pat Metheny
. Acaso(with Ivan Lins) – 나희경
. Unforgettable – Sia (영화 <도리를 찾아서> ost)
. Autumn leaves – Eddie Higgins Trio . Graceful touch – Tord Gustavesen Trio . tenderly(Inst.) – Chet baker
. Tears in the wind – 라 벤타나
. Now’s the time(Feat. Ali) - 신현필
. Home – Michael Buble
. Last Song – Earl Klugh
. Seven days of falling – E.S.T
업데이트 2016-09-2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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