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청렴시민감사관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능력있다’의 의미?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람이 소위 ‘능력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대개 두 가지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의미는 말 그대로 ‘역량이 있다’라는 평범한 의미다. 반면, ‘능력 있다’의 또 다른 의미는 ‘적법과 탈법 또는 불법의 경계선 위를 문제없이 잘 오간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능력 있다’는 말의 의미조차 변형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즉, ‘반칙’을 잘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사회적 성공을 쉽게 이루고, 또 그러한 것을 오히려 ‘능력’이라고 포장하는 비정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비정상적인 측면을 가능하게 해주는 요인을 ‘끈끈한 관계’, ‘원만한 관계’, ‘연고주의’, ‘관행’, ‘정(情)의 문화’, ‘온정주의’ 등의 각종 용어로 포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특히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 일반 국민의 57.8%가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응답 했는데, 더 큰 문제는 같은 조사에서 공무원의 3.4%만이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직사회의 청렴성 수준은 공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이 엄청나게 팽배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나라 부패의 주된 원인은 뿌리 깊은 청탁관행, 고질적인 접대문화 등 말 그대로 ‘부패 유발적 사회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고관계뿐 아니라 사회관계에서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청탁은 당연히 뿌리 뽑아야 할 고질적인 병폐이다.
청탁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비공식적인 절차와 각종 연줄을 이용하여 문제해결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상호불신을 유발한다. 금품 및 향응은 즉각적인 대가가 없고, 또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잠재적 기대 이익을 생각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대문화는 공정한 경쟁을 방해함으로써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뿐 아니라,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초래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은 우리사회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청탁문화와 접대문화를 근절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 및 시행된 것이다. 이 법은 기존에 관행으로 인식되어 왔던 ‘스폰서’, ‘떡값’, ‘전별금’ 등이나 대가 및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이러한 행위를 부정부패의 시발점으로 인식하면서 금품등과 결부되지 아니한 부정청탁행위 그 자체도 규제한다.
이러한 ‘청탁금지법’이 제대로 정착이 되어서,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이 ‘정상’으로 전환되고, “이세상에 공짜 식사는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모두 인식할 수 있으면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 공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공직자들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중략)…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라는 규정을 통해 부정부패 없는 투명하고 청렴한 대한민국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이러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가장 강력한 동인이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