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혜민 / 사진제공. HICC
나의 두 번째 직업, 플로리스트
지난 9월 개최된 제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가수 브라이언.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와 기능인들이 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이번 대회 사이의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보니 명확했다. 그는 지금 잘나가는 ‘플로리스트’로 활약 중이니까.
“오랫동안 갈고 닦았던 기술로 시합을 겨룬다는 건 참 멋진 일이죠. 제가 플로리스트라는 두 번째 직업을 갖고 난 뒤부터는 더욱 그렇게 느껴요. 겉으로 보기엔 마냥 여유롭고 예뻐 보이는 직업이지만 꽃에 대한 모든 것을 숙지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종목도 모두 마찬가지죠. 그런 의미에서 대회 홍보대사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영광이었어요.”
남성 불모지로 여겨지던 플로리스트의 세계에 입문해 꽃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는 중인 그. 어렸을 때부터 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던 만큼 갑작스레 정한 길은 아니었단다. 그저 오랫동안 마음이 향하던 곳을 향해 한걸음 내디딘 것 뿐.
“제가 미국에서 자랐잖아요. 그때 아르바이트로 했던 일중에 가드닝(조원술)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평소 집안도 꾸밀 겸 인테리어를 위해 직접 꽃을 사오기도 했었어요. 그런 일련의 시간이 쌓이면서 직접 플라워 숍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플라워 클래스를 열어 수강생들이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곳이요. 그게 지금의 제 가게인거고요.”
한 가지 꽃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품종이 줄줄이 엮이는 경이로운 꽃의 세계. 그 속에서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꽃을 선택해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플로리스트가 되기까지 그는 참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숍 오픈까지 예상했던 시간을 절반 가량이나 단축시키며 새로운 길을 열었다. 평소 꽃뿐만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덕분일 것이다. 그렇게 그는 꽃을 든 남자로 돌아왔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꽃과의 교감을 통해 행복을 전파하는 삶
가수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 언뜻 전혀 별개의 일처럼 보이는 것 같아도 그에게는 같은 선상에 있는 일이다. 그의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노래 한 곡이나 그의 손길이 닿아 완성되는 꽃다발이며 웨딩부케 따위의 작품이나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그의 생각을 하나의 완성품으로 오롯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싫어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되는 걸요. 제 일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면서 동시에 저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종종 남자 분들이 여자친구 선물로 꽃을 사러 오세요. 아예 같이 오시는 경우도 있고요. 꽃을 사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을 보면 모두 얼굴에 미소가 배어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일을 하고 있지만 전혀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죠. 오히려 에너지를 받아요. 제가 누군가의 행복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 참 축복받은 일이다. 그 행복을 숍을 방문한 손님들에게만 전하는 건 아쉬웠다.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브라이언과 함께하는 플라워 클래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 그런 이유다. 아직은 꽃꽂이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업시간에 무엇보다 중점을 두는 건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우는 일이라고. 누구나 처음은 서투르기 마련 아닌가. 처음부터 완성도에 신경을 쓰는 것 보다는 꽃과 함께 교감하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꼭 알게 되었으면 한단다.
“가수로서의 생활도 만족스러웠지만 꿈꿔 오던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또 갖게 되었잖아요. 그 덕분에 올해 전국기능경기대회 홍보대사로 발탁도 된 거고요. 앞으로 꽃을 다루는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파하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저를 통해 꽃과 친해지고, 또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나서 실력 있는 플로리스트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또 다른 미래를 꿈꿀 용기
아직 끝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새로운 사업 홍보를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웨딩브랜드를 론칭한 것이다. 스몰웨딩, 프라이빗웨딩 등 최근 변화하고 있는 결혼문화에 맞추어 결혼과 파티를 혼합한 새로운 개념의 웨딩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 앞으론 더욱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축제처럼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싶단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스케줄에도 그는 여전히 활력이 넘친다. 하고 싶은 일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으니 지칠 시간도 없는 셈이다. 그는 피트니스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운동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운동 마니아인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머슬마니아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직접 피트니스 클럽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그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는 어디인지.
“그동안은 노래로만 제 감성을 표현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오감으로 나를 전달하는 기분이랄까요.”
힘든 시간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러나 스스로를 믿고 버티며 오로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정진해 온 시간들. 그는 좌절 대신 희망을 품으면 미래가 응답하게 되어있다고 했다.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욕심을 마음껏 부리라는 말과 함께.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은 꿈 많은 청년, 브라이언. 그러니까 그의 장래희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