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늦은 오후 7시, 울산 삼산동 CGV영화관에서 ‘노동조합 YB(Young Blood)와 함께한 CEO와의 무비톡톡’이 개최됐다.
퇴근 후 문화 및 여가활동을 노사가 주도적으로 실천해 일-여가 양립 및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박영범 이사장님을 비롯해 노동조합 영블러드(강환철 노동조합 총무국장 등 4급 이하 노조 집행부 8명)가 대거 참여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최신작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을 함께 관람했다.
글. 박치덕 NCS기획운영단 과장
불시착 사고 실화 모티브
이 영화는 2009년 1월 실제로 발생했던 US 에어웨이 1549편의 허드슨강 불시착 사고를 소재로 했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인 기장 ‘설리’역을 맡았다. 언뜻 생각하면 이 영화는 단순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기장의 영웅적 판단과 행동으로 승객을 살린다는 극적 히어로물이나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감동적 구조실화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착각은 영화가 시작된 후 얼마가지 않아 곧 무너져버린다. 위기에 처한 208초 동안의 비상상황에서 이루어졌던 기장의 전문가적 판단, 많은 생명을 책임지는 리더의 역할과 소명, 그리고 24분이라는 골든타임을 값지게 활용한 뉴욕 시민들의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뒤집어진 배 한척과 오버 랩 되면서 그 어떤 다큐멘터리서도 느끼기 힘들었던 엄청난 전율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긴박한 순간,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일제히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 그 차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우리도 이미 경험한 바가 있어서일까.
진정한 영웅의 승리
사실 이 영화의 주요 갈등요소는 재난과 이를 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까운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더라면, 비행기도 승객도 살릴 수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교통운수안전위원회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하는 개인(기장 설리)의 대립에 있다.
위원회는 인간적 요소를 배제한 채 기계적 시뮬레이션 결과만으로 설리를 비난한다. 가까운 공항에 불시착이 가능했음을 보이고 결국 그를 155명의 목숨과 회사의 재산(비행기)을 담보로 무책임한 모험을 한 무능한 기장으로 몰아가려 한 것이다.
그를 보니 미국사회 역시 법규와 규정을 우선하는 관료제의 경직성이 존재하며,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전문가 집단의 논리는 개인의 정당한 행동도 영웅적 판단도 그리고 실체적 진실도 가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섬뜩해졌다. 자본과 권력 그리고 이를 옹호하는 전문가 집단과 언론에 의해 ‘옳지 않다’며 코너로 몰리는 순간.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많은 고뇌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설리는 이 위기를 또 다시 극복하고 그가 내렸던 판단과 행동이 정당했음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다.(정말 진정한 영웅이다.)
우리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기적’이었지만 어쩌면 기장 설리를 비롯한 모든 이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기적은 영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할 일을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설리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