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철학자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것은 누구에게나 통용되어야 한다”라고. 이런 명제를 발전시킨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도덕법칙’인데 이는 곧 칸트철학의 중심이 된다. 그가 강조한 도덕법칙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이라고도 한다. 이를 재해석하면 한 시대가 꼭 필요로 하는 시대적 과제라고 하겠다.
지난 9월 World Economic Forum(WEF)에서는 ‘포용적 성장과 발전’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저성장과 저고용이 대세가 된 뉴 노멀시대를 맞아 저소득층의 성장도 함께 고민해야 지속가능성장이 가능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IMF는 재정 확대와 구조개혁이 동시에 이뤄지는 정책 믹스(mix)를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 왔던 ICT·자동차·선박·철강·중화학 등 주력산업이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된다면 경제 양극화와 기업 간격차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특히 저성장국면에서는 상대적 약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기 마련이어서 경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회복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동반성장이란 성장과실을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나누어 이들도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 데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동반성장은 주요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포용적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며,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정언 명령은 곧 동반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노동 분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0년 단위로 나누어 보면 1990년대까지 8.6%를 보이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에 4.3%까지 떨어졌고 2020년대는 2.8%로 하락할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그 외 총요소로 구성되는데 노동투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2010년대의 경우, 자본이 2.2%, 총요소가 2.1%인 반면, 노동은 △0.1%를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2020년대에 노동투입은 △0.7%로 급속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투입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결국 노동 분야가 성장을 갉아 먹는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이미 OECD국가 중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노동생산성의 하락원인은 노동자의 근로의욕이나 노동의 품질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이나 회계, 법률같은 서비스업이나 ICT기반 제조업이 단순 자영업보다 노동생산성이 훨씬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산업인력의 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부터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 인력을 양성하여 노동생산성 향상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에 따라 산업인력 정책도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작업과 함께, 기술변화를 선도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기반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것이다.
동반위에서는 산업부와 중기청 등 정부기관과 함께 생산성 격차를 해소하고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R&D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재원 조달, 성과공유제 확산, 산업혁신운동 등을 추진중이다. 이런 노력들은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간 동반성장을 위한 프로그램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대적 과제는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동반성장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