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위에는 무엇이든지 그릴 수 있다.
생각한 대로, 느껴지는 대로 그저 자신의 손끝을 믿기만 하면 된다.
최철수 대표는 인재들을 위해 하얀 백지를 깔아주는 일이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기술인의 역량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기업의 정도로 삼은 사람,
117호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그를 만나본다.
도전정신이 만든 개척의 길,
최고로 인정받다
아진일렉트론 최철수 대표는 전도성 섬유시장의 국내화를 오롯이 이뤄낸 개척자다. 비싼 가격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했던 분야를 스스로 깨우친 원리와 기술로 전단계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화학제품 회사와 반도체 도금업체, 그리고 외국계 약품회사에서 근무한 이력들은 그가 원리와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자양분의 시간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전도성 섬유를 접하게 됐죠. 수입으로만 해결되던 분야를 개발해 국내시장에 들인다면 반드시 성공할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뭔가 번쩍이던 순간이었죠.”
강한 확신은 강한 추진력으로 이어졌다. 그는 모을 수 있는 모든 자본을 끌어와 공장을 설립했고, 제품개발 매진에 하루 24시간을 매일같이 투자했다. 물론 창업이라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우여곡절의 시기도 있었다. ‘포기’라는 단어가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그건 ‘언젠가는 길이 보일 거다’는 믿음으로 떨쳐냈다. 결국 그는 영광스러운 재기에 성공했고 최초는 곧 최고로 이어지는 기적을 선보인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마트TV와 스포츠 센서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희 제품이 적용되고 있어요. 국내 굴지 기업은 물론 벤츠, 3M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활용되고요. 애플사 OEM 수주도 이뤄냈죠.”
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전도성 섬유 기업인 일본 세이렌보다도 생산량과 품질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내며 아진일렉트론은 당당히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8할은 최 대표의 ‘도전정신’에 있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원천은 순간순간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계급을 막론한 전 직원들의 신선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결과이기도 하다.
“도금을 전혀 모르던 사람에게 기술을 가르쳐 창의성을 실현시키는 것이 더 큰 가치라고 판단했어요. 고정관념을 깨는 게 중요하니까요. 가장 훌륭한 도금을 완성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히 있으니깐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시도를 거침없이 해볼 수 있었던 거죠.”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새로운 수식어,
기능한국인
최 대표를 만난 장소는 조금 특별했다. 기능한국인 10주년을 기념하는 수기집 발간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매 순서마다 뜨거운 박수를 전하며 뜻 깊은 현장에 함께하고 있었다. 2016년 11월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그는 12월 선정자를 위해 기능한국인 배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숨겨진 기능한국인이 많아요. 제가 그 중 한 명이 되어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되었단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요. 앞으로 기능한국인이라는 단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기능한국인을 ‘개천에서 용 난다’는 우리의 옛말을 고스란히 실현한 제도라고 표현했다. 혈연, 학연, 지연이 아닌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가장 떳떳한 성공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철수 대표는 청년들이 기술의 무한한 가치를 발견하고, 성공을 향한 동기부여로 삼기를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 기술 하나로 달려온,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숙련기술인 선배로서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다.
“과거에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어디서든 우대 받았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상황이 바뀌었죠. 기술이 괄시받는 상황이 아쉬웠어요. 오늘날 능력중심사회로의 회귀를 외치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회가 새롭네요.”
사람의 중요성, 그리고 그 사람이 품은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최 대표. 그는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한 사람의 기술’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임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미래세대를 바라보는
100년 지표, 기술
기술로 세상을 움직이는
기능한국인 이야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06년 8월부터 매월 선정해온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우수 숙련기술인들을 통해 기술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지난 12월 14일 열린 기능한국인 수기집 발간기념회에는 ‘기능한국인, 기술로 세상을 움직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13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의 도약을 이끈 숙련기술인의 노고에 감사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2016년 12월 기능한국인 박정열 ㈜대동이엔지 대표이사의 선정식도 함께 진행되었다.
특별한 손님들도 찾아와 자리를 빛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산업인력공단 박영범 이사장, (사)기능한국인회 송신근 회장, (사)대한민국명장회 최창묵 회장, (사)대한민국기능전승자회 이가락 회장, (사)국제기능올림픽선수협회 김종현 회장 등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지속적인 비전 공유를 통해 숙련기술인이 우대 받는 사회 풍토 조성을 약속했다.
멘토인 기능한국인들과 그들 옆에 멘티가 되어 선 장학생들. 그들은 행사 말미, 사회자의 ‘기술로’라는 선창에 ‘세상을 움직이다’라는 후창을 외치며 서로의 능력이 대한민국의 내일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을 다짐했다. 그들의 외침이 닿는 곳, 그 끝에 우리 사회의 희망이 자라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