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낙서를 기획한 상상가 - 최환승 미노아아트에셋 대표
  • 8123    


그래피티 작가 닉 워커는 ‘상상의 힘을 가졌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것 또한 의무’라고 말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한한 영감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표출하기 위해 이전까지 걷던 길을 과감히 돌아 낯선 길로 들어선 이가 있다. 금융인으로의 23년 삶을 뒤로 하고, 문화예술이라는 낯선 길에 입문한 최환승 대표. 그는 닉 워커가 강조한 ‘상상력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최환승 미노아아트에셋 대표 약력
1990년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1994년 뉴욕 아델파이 경영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1994년 뉴욕 에퀴터블 금융컨설턴트
1998년 AXA 그룹 지역매니저
2000년 AXA 뉴저지주 지점장
2002년 AXA 북동부지역 부사장
2004년 한국 알리안츠생명 상무
2005년 Nationwide Financial 뉴욕 맨해튼 지점장
2007년 한국 삼성생명 전략채널본부 근무
2009년 한국 알리안츠 PA채널 총괄 임원
2015년 미노아아트에셋 창립


인생의 후반전, 새로운 용기가 도전을 불렀다

오십의 나이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이라 불린다. 인생의 후반부를 이전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는 최환승 대표.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지천명의 순간에 새로운 길을 택했다.

“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거기서 마케팅석사(MBA) 후 맨해튼으로 넘어가 금융브로커로 활동했죠. 미국 증권협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승인한 주식, 펀드, 연금 등을 취급하는 금융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다양한 상품을 다뤘어요.”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불리는 월가에서 쌓은 커리어로 그는 글로벌 금융그룹 AXA USA의 뉴저지주 담당 지점장까지 맡게 된다. 이후에도 지역 본부장, 미 북동부 수석 부사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귀국 후에는 독일계 보험사 임원을 역임하며 전문가의 명성을 이어가던 최 대표. 하지만 정년을 몇 해 앞두고 돌연 퇴사를 결심했다.

“사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주변에서 ‘안정적인 길을 두고 왜 어려운 길을 택하냐’며 말리더군요. 하지만 ‘나에게 올바른 길이 쉬운 길’이라 믿어요. 새로운 분야를 탐험하는 건 제가 생각한 옳은 일이었거든요.”


예술 장르에 문외한이었기에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최환승 대표. 그는 ‘지금껏 좋아서 스스로 공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창업 과정에서 줄곧 느낀 감동을 여전히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는 2015년 7월, 미노아아트에셋의 수장이 됐다.

“예술을 접하면 내면의 감동과 즐거움이 살아나는 게 느껴져요. 뚜렷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정말 멋진 감정이에요. 그 황홀함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확신해요.”


금융과 예술의 공통분모 ‘안목’, 「위대한 낙서전」의 탄생

“창업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있어요. 예술은 금융과는 별개의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공통분모를 발견했죠. 투자은행은 훌륭한 안목으로 중개 업무를 완수하는 게 목적인데, 그때 쌓은 좋은 안목이 창업할 때 유효하게 작용하더라고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아이템이 단지 문화 장르나 예술 작품으로 바뀐 것뿐이었다.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킨다는 전체 맥락은 같았던 것. 최환승 대표는 자신의 안목을 십분 발휘해 첫 기획전을 열게 된다.

“작년 12월 9일부터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위대한 낙서전」이 열리고 있어요.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 7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에요. 유명 미술품을 가져오는 통상적인 기획은 싫었어요. 예술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글로벌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었죠.”

그는 직원들과 함께 현 시대를 대표하는 그래피티 작가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이번 기획전의 가치를 피력했다. 계산 없는 진심만을 전한 결과, 첫 도전에서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전시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도전하는 열정 앞에는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는 이 성공을 계기로 앞으로 해외의 전시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획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낙서라는 인식이 강한 그래피티가 팝아트를 잇는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어요. 자유분방함이 가득한 이 전시가 관람객들의 숨겨진 영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면 또 다른 꿈이 이뤄진다

최 대표는 길 한쪽 벽에 그려진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낙서일 뿐일지 몰라도 어떤 이에게는 꿈이자 희망,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치기 어린 무모함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은 결과였고, 도전을 성실함으로 마주한 성과였다.

“지금은 경제발전만 강조하다 돈의 논리에 눌려 창의성을 잃기 쉬운 시대에요. 사상이나 이념을 먼저 떠올리고, 세대갈등은 진보 아니면 보수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그저 즐겁기만 해도 모자란 인생을 아쉽게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각자에게 내재된 감동을 이끌어내는 예술의 세계로 많은 분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예상보다 큰 호응에 힘입어 2주가량 연장된다는 「위대한 낙서전」. 내면에서 꿈틀거리던 상상력의 날개를 꺾지 않고 현실에서 활짝 펼쳐 보인 한 남자의 꿈이 빚어낸 결과였다.

최환승 대표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도 엄밀히 따지면 금융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을 콘텐츠로, 문화를 브랜드로 만들어 ‘굴뚝없는 공장’을 운영하는 선진사업을 이룩하겠다는 뜻이다. 문화예술 분야를 제조업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창의적인 생산을 시도하는 일, 이를 위해 더 큰 상상력의 날갯짓을 준비 중인 그를 힘껏 응원한다.

업데이트 2017-03-10 12:32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