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가 담뿍 깃든 단아함의 고장
청도읍성 (경상북도 기념물 제103호)
경부선 철도 건설로 접근성이 한층 높아진 청도. 이곳 화양읍에 자리한 청도읍성은 주변으로 향교, 석빙고 등이 이어져있어 읍성 일대가 옛 청도의 중심지였음을 단박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청도읍성은 남쪽이 높고 북쪽은 낮은 자연지형을 이용해 지어져 어떤 곳에서는 산성처럼 보이나 또 어떤 곳에서는 평지로 느껴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읍성을 오르막길에서 마주할 때는 빈틈을 찾아보기 힘든 정교함으로 쌓아 올린 성곽의 결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세심한 손길을 하나하나 더한 당시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야트막한 내리막길로 발걸음을 돌리면 읍성은 소읍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변모하는데, 산과 논 주변으로 빽빽하게 박힌 고택들은 감빛 하늘을 배경 삼아 황홀한 절경으로 여행객의 눈을 호강시킨다.
임진왜란 때 파손되었던 읍성 일부는 복원을 통해 제 모습을 갖추는 중. 관아로 사용되었던 고마청, 억만고 등도 옛 모습을 일부 찾은 상태다. 화합, 장수, 소원 성취를 염원하는 읍성 밟기 민속놀이 또한 매년 재현되어 역사와 축제를 접목한 현장으로 여행객을 초대하고 있다.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을 배우는 역사 교과서
웅천읍성 (경상남도 기념물 제153호)
웅천읍성은 당시 군과 현에 살던 주민들을 보호하고, 남해안지역에 출몰하는 왜구들을 통제하기 위해 축조된 연해읍성이다. 역사 속 평지풍파의 중심에 있었던 이곳은 임진왜란 이후에도 조선군의 최일선 기지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웅천읍성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해자. 성벽 주변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파 놓은 못은 지금껏 잔잔한 물결을 이어오며 긴 세월 속에서도 고고한 멋을 머금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터전이 되어 읍성의 고풍스러움을 배가시킨다. 웅천읍성에서 또 하나 놓쳐선 안 될 것은 바로 성의 안팎. 전혀 다른 두 가지 모습이 주는 각각의 멋을 비교해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 안과 밖을 모두 걸어보는 것이 좋다. 성 바깥으로는 굽어진 시골길이 풍경화처럼 펼쳐지고, 성 안은 미로처럼 얽힌 길목들이 사색하기 좋은 산책로로 그만이다.
웅천읍성이 위치한 진해는 일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역사 교과서와도 같은 곳. 인근 제황산까지 걸음을 옮겨보면 일본의 승전탑을 허문 자리에 세운 진해탑이 산꼭대기에서 위용을 떨치는 모습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바라보는 밀양 전경
밀양읍성 (경상남도 기념물 제167호)
밀양 아동산 능선 따라 굳건히 쌓인 밀양읍성은 왜구의 침략이 잦았던 조선 초기에 축조되었다. 과거의 읍성은 우물이 네 개나 있을 만큼 큰 규모였지만 경부선 철도 건설로 인해 현재는 일부만 남았다. 처음 모습 그대로의 장엄함은 조금 옅어졌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발걸음 하는 이유는 밀양읍성이 갖춘 훌륭한 조망권 덕분. 읍성 바깥으로 이어진 절벽은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조선시대에는 왜구들이 오르기 힘든 성벽 덕분에 최고의 요충지로 이름을 날렸던 밀양읍성이 현재는 밀양을 관통하는 남천강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관광 명소로 변신했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읍성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이 필수코스.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한 계단씩 오르다보면 어느새 하늘과 맞닿을 듯한 느낌을 코끝으로 먼저 감지할 수 있을 터. 성벽을 따라 나부끼는 깃발의 행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한 위엄을 가득 느끼게 한다. 읍성 끝에 위치한 영남루는 밀양 8경 중 한 곳. 찬찬히 걸으며 최종 목적지를 이곳까지 두어 봐도 좋겠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문학과 예술을 품은 여행지
언양읍성 (사적 제153호)
언양읍성은 고려 공양왕 때 축조되었다가 조선시대에 확장되었다. 이곳은 보통의 읍성과는 다른 특징들 덕에 희소성이 높은 장소로 평가받는다. 평평한 지대, 네모반듯한 성의 모양, 토성 건축법 등이 바로 그것.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에 흔치 않은 특색까지 더해지니, 가족단위의 나들이객 등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진다.
읍성의 문에는 각 방향마다 누각이 세워져 있는데, 손실되었던 남쪽 영화루, 동쪽 망월루는 현재 복원을 마친 상태. 옛 고유의 우아한 빛깔이 생생히 살아나 보는 이의 시각을 자극한다. 성 안에 거주하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성문보호시설 옹성 앞에 멈춰서 올려다보면 이내 차분해지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을 위했던 선조의 배려와 여전히 같은 장소를 지키고 있는 후손의 정성 덕분일까, 읍성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절묘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읍성 내 마을 벽에는 옛 지도는 물론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들이 가득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벽화길 따라 유유한 걸음을 옮기다보면 소설 <갯마을>로 알려진 오영수 작가의 문학관까지 이어진다. 역사와 예술, 문학과 동심을 만날 수 있는 길은 산책의 시간을 더욱 유익하게 만드는 적소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