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를 따라 키운 꿈으로 금메달을 걸다 - 2017 광주광역시 지방기능경기대회 메카트로닉스 직종 금메달리스트 김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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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광주광역시 지방기능경기대회
메카트로닉스 직종 금메달리스트
김주승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부모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일을 배우고 익힌다. 그리고 문득 같은 길에서 후배가 되기도 한다. ‘2017년 지방기능경기대회’ 광주지역 메카트로닉스 직종에서 금메달을 딴 주승 학생도 그랬다. 주승 학생은 1995년 프랑스 리옹에서 개최된 제3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메카트로닉스 직종 금메달리스트 김락준 씨의 아들. 아버지의 뒤를 이은 주승 학생의 눈이 메카트로닉스에 대한 열정으로 반짝인다.


아버지 덕에 만난 꿈, 메카트로닉스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자동화기계과 실습장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 놓인 수십 개의 전력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컴퓨터에서 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거쳐, 컨베이어 벨트 형태를 띤 구동기까지 이어지는 전기 신호의 연결선이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PLC가 전력선을 이용해 데이터를 구동기로 전달하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기계는 새로운 생산품과 기준이 되는 제품의 재질 동일 여부를 자동으로 가려, 재질이 같으면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탈락시킨다. 주승 학생이 하는 일은 컴퓨터 프로그래밍부터 이 구동기를 제작하는 것. 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다루는 일이다.

“메카트로닉스는 메카닉과 일렉트로닉을 합한 단어예요. 단어 뜻 그대로 전기 신호를 주고 기계를 자동으로 움직이는 전 과정을 말하죠. 공장을 축소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름조차 생소한 분야를 주승 학생은 어떻게 만났을까.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신호에 맞춰 기계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봤어요. 신기하니까 해보고 싶었죠. 그 때부터 가지게 된 관심으로 메카트로닉스를 배울 수 있는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자동화기계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광주전자공고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노동 현장에 맞춰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주승 학생도 1학년 때부터 기계와 전기에 대한 기본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배웠다. 일찍부터 메카트로닉스에 관심은 있었지만 마땅히 실습할 기회가 없었던 주승 학생에게 실습 시간은 재밌기만 했다.

“3년 동안 기본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면서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대회가 열리면 아침 7시에 등교해서 밤 10시까지 주말도 없이 매진하죠. 그래도 재밌어요. 제가 프로그래밍한 대로 기계가 움직이는 거니까요.”


선을 정하지 않고 실력을 키우다

열심히 해온 실력을 뽐낼 기회가 왔다. 바로 4월5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 2017 광주광역시 지방기능경기대회. 사실 주승 학생이 기능경기대회에 나가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첫 출전하여 장려상을 목에 걸었었다고.

“작년에는 스스로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해서 많이 긴장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기분이 좋더라고요. 어떤 문제가 나와도 자신이 있었어요.”

주승 학생은 4월 6~7일 이틀에 걸쳐 대회를 치렀다. 메카트로닉스 직종은 2인이 팀을 이뤄 총 4개의 과제를 수행한다. 주승 학생의 파트너는 같은 학년인 김영찬 학생. 두 학생은 대회 동안 문제를 해석하고 기계를 조립하거나, 고장 난 부분을 찾아 수정하며 과제를 해냈다. 그리고 7일 금메달이 결정되었을 때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축하했다.

금메달을 걸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특히 주승 학생에게 고마운 이는 아버지다.

“아버지가 대회 준비할 때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자기 실력을 모르고 하는 게 좋다’ 였죠.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니까 얼마나 준비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그러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이치였어요. 선을 정해놓지 말라는 말씀이셨죠. 아버지께서는 대회가 아니라 평소에도 실무적으로, 심정적으로도 힘이 되어주고 계십니다. 존경해요.”

주승 학생에 따르면, 아버지도 자신과 같은 직종을 배우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아들을 많이 자랑스러워한다고. 주승 학생의 동생 역시 아버지와 형을 이어 메카트로닉스를 공부 중이라고 했다.


키보드를 부술 만큼의 열정, 내일의 꿈을 입력하다

좋은 결과를 냈으니 한 템포 쉬어갈 만도 한데 주승 학생은 오는 9월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키보드가 ‘부서질 만큼’ 온 힘을 쏟을 작정이다.

“전국 대회에는 더 잘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조금 긴장은 되지만, 지금껏 하던 대로 계속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해요. 사실 바라는 게 하나 있는데, 대회에서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서 심사위원이나 경쟁하는 선수들로부터 인정과 박수를 받는 거예요.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죠.”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 2019년 러시아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 나가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는 주승 학생. 원하는 분야에서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있는 그의 꿈은 무엇일까.

“메카트로닉스라는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꼭 메달같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니라도, 정말 이 일을 잘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시작했지만 이제는 오롯이 주승 학생의 꿈이 된 메카트로닉스. 언젠가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주승 학생을 기대한다.

업데이트 2017-05-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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