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르지만 같은, 우리의 이야기 - 박비 ㈜모두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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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비
㈜모두다 대표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같지 않음이다. 다름이 존중되는 사회는 새롭고 다양한 가치들을 낳을 뿐 아니라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낸다.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모두 다’ ‘같이’ 한바탕 놀자는 것뿐. 소셜벤처 ‘㈜모두다’가 전하는 신나는 이야기들.


다 같이 놀자

서울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모두다의 보드게임 카페. 공간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마냥 신이 난다. 아지트에 놀러온 느낌이기도 하다. 갖가지의 독특한 놀잇감들이 펼쳐져 있으니 제대로 된 놀이터가 생긴 기분이다. 입구의 ‘모두 다 같이 놀자’는 글자를 뒤로 하고 한쪽 테이블을 차지한 채 흥이 잔뜩 오른 목소리로 ‘와’, 하고 소리치는 무리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게임은 시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추억이자 보물이라는 것을.

“게임은 사람들 간의 대화를 만들고, 내 기분과 상태를 상대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반발심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매체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죠. 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은 많은 동기를 부여하기도 해요. 저희는 게임으로 소통하고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모였으니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가는 곳마다 웃음이 쏟아지고, 웃음은 모두를 하나로 아우른다. 다름이 인정되는 공간. 이곳에서는 한 가지 규칙만이 있을 뿐이다. 그저 다 같이 즐겁게 노는 것.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규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지 않나요? 장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게임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었고, 그것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그것이 모두다의 탄생 배경이죠. 결국 이 일들은 세상에 다양성을 더하는 작업이라 생각해요.”

㈜모두다의 멤버들은 한 장씩 벽돌을 쌓으며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나이기에 그 길은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진짜 놀이터가 여기에 있다.


나, 너, 그리고 우리

게임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탐구하고 그를 혁신함으로써 더 풍요롭고 다양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모두다가 추구하는 가치다. 어려운 말들의 조합으로 보이지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함께’다. 모두 같이 즐기자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게 됐어요. 지금도 여럿이 모여서 게임하고 노는 걸 좋아해요. 깊은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가치 하나만 본거죠. 지금은 조금씩 더 단단하게 형태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연한 기회에 봉사활동을 나가게 된 박비 대표. 그곳에서 처음 장애인들을 만났고, 그들의 목소리를,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게임을 하며 그들과 함께 놀면서 행복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 행복을 더 오래,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것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연구했다. 장애와 비장애가 만나는 접점이면서도 장애인이 수혜자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인 형태를 띨 것. 꼬리를 물고 이어진 생각은 ㈜모두다를 탄생시켰다.

“발달장애인의 일자리가 한정적인 것은 직무 능력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드는 비장애인들의 상상력의 부재때문이에요. 이건 그냥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태도의 문제인 거죠. 같이 있으면 알게 돼요. 나, 너가 다르듯이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는 것을.”

현재 ㈜모두다의 직원들은 총 9명. 그중 4명이 발달장애인이며, 그 모두가 게임대장으로 활약 중이다. 그 외에 3명의 교육생이 추가로 훈련을 받고 있다. 평일에는 장애 직원들이 매장을 관리한다. 손님들 역시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게임 설명을 듣고, 신나게 게임을 즐기다 간다.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선입견을 가지지 말 것. 그것이 박비 대표가 꿈꿨던 모습이었다.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

지난 2015년 4월 처음 업체를 설립한 후 2년 만에 성수점, 홍대점, 서울숲점 등 3호점을 둔 ㈜모두다. 보드게임 카페로 그치지 않도록 새로운 게임 연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게임이라는 하나의 나무에서 장애라는 이슈로 점차 퍼져나가기를 바라요. 지금은 그런 것들을 게임에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게임의 좋은 기능을 연구하고 탐구해서, 다른 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마 여름쯤에는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두다가 선보일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위한 툴킷(toolkit)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매커니즘과 사고방식을 접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준비 중인 게임이 개발되면 그 안에서 연애, 직업, 고민 등 다양한 상담과 이야기가 오고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게임을 통한 본격적인 소통이 시작될 거란 의미다.

“요새는 아침에 눈을 뜨면 행복해요. 물론 힘이 들긴 하지만요. 결과가 한 번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이렇듯 행복하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같은 길을, 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걷는다. 그것만으로도 박비 대표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목표를 묻는 말에 박비 대표는 자신이 즐겨하는 게임인 ‘오버워치’ 속 명대사를 외친다. “목표를 포착했다!” 더 많은 이들이 ㈜모두다의 가치에 공감하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포착한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달리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 길 위에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도 행복할 수 있음을, 다양한 다름이 모여 하나의 우리가 된다는 사실을 ㈜모두다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업데이트 2017-05-1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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