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에 불과했던 꿈은 마침내 싹을 틔웠다.
열여섯 소녀가 호기심에 만들어 본 분홍빛 드레스는 꿈을 꾸게 했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그 꿈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충북지방기능경기대회 의상디자인 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이선경 씨.
욕심마저 예쁜 옷으로 지어 입고 오늘도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배움의 결실
남들은 목에 한 번 걸어보기도 힘든 금메달을 2년 연속으로 거머쥔 선경 씨. 2016년에 이어 2017년 충북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도 의상디자인 직종 2년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배움에 대한 남다른 욕심이 그녀에게 영광의 순간을 안긴 것. 인문계고 진학을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을 뒤로 하고 꿈을 좇아 본가인 강원도 춘천 소재 춘천실업고등학교(현재 한샘고) 패션디자인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3년 후 친구들이 대부분 취직을 선택할 때, 대학에 진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선경 씨는 벌써 7년째, 인생의 3분의 1을 의상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고교 시절 지역 대학의 공모전과 대회에 참가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어요. 좀 더 심화된 과정이 필요했죠. 그런 저를 눈여겨보신 한 대학의 교수님께서 의상 분야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선생님을 소개해주셨어요. 수업 후에는 그 선생님께 기술과 패턴을 배우고 있어요.”
첫 출전인 ‘2014년 지방기능경기대회 의상디자인 직종’에서 동상을 받았다. 하지만 대회 성적보다 더 좋았던 것으로 그 대회를 준비하며 혼자 공부할 때 갖게 된 안 좋은 습관을 고칠 수 있었던 점을 꼽는다.
“대회에 나가면 실력이 더 향상될 거라는 선생님 말씀대로 더 많은 기술과 디자인에 대해 막힘없이 배우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인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배움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열정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적에 관계없이 대회를 통해 매번 조금씩 더 성장해온 선경 씨. 금빛으로 반짝이는 결과도 이러한 노력 덕분이 아닐까.
호기심이 가져다준 아름다운 꿈
옷을 만들 때만큼은 친구들과도 온종일 연락을 하지 않을 만큼 집중한다는 선경 씨는 어려워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좌절하기는커녕 그것을 풀어가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중학교 때 TV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는 걸 봤죠.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보고 ‘입어보고 싶다’를 넘어 ‘만들어 보자’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분홍색 옷감을 사서 만든 그 옷이 첫 작품이에요.”
낙서 수준의 그림을 그려 디자인을 하고 신문지를 오려 몸에 대보고 구겨가며 패턴을 떴다. 시침핀 대신 압정을 바닥에 꽂고 손바느질로 한땀 한 땀 꿰매서 만든 드레스는 손때가 묻어 꾀죄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선경 씨의 기억 속에는 그저 예쁘게 남아 지금껏 의상을 만드는 일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의상디자인은 ‘상상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가의 감성과 기술자의 기술력이 더해져 실용성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되는 거죠. 사람에게 닿는 가장 가까운 물체인 옷은 아름다우면서도 편해야 하니 세심함까지 갖춰야 해요.”
여성스러움을 요구하는 의상디자인. 그런데 스스로를 무척 단순하고 거칠기까지 하다고 소개하는 그녀는 시쳇말로 ‘아재미’가 매력이다. 그러다보니 옷을 만들다보면 다치는 일은 부지기수. 새끼손가락에 칭칭 감긴 붕대가 그 방증이었다.
올 4월 대회가 끝나고 난 뒤 중간고사 과제를 하다가 다리미가 떨어졌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 장면인데 정작 본인은 자고 일어나 손가락이 퉁퉁 부어 있는 걸 보고나서야 병원에 가서 수술까지 받았다고.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치료비로 다 썼다며 털털하게 웃는 모습이 반전이다.
오늘도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는 마냥 기뻤어요. 노력의 결실이 보이는 것 같았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죠. 하지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서 금메달 수상 직후에도 기쁘긴 했지만 다가올 전국대회에 대한 긴장감이 더 컸어요. 제가 욕심이 많아서겠죠. 열심히 준비해서 이번에는 꼭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요.”
여름방학은 오는 9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해 집중할 계획이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치르게 될 마지막 대회이기에 마음이 분주하다. 대회에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작업일지도 쓰고 있다.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처럼 틀리거나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은 부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관리한다.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있죠. 끊임없이 많은 지식들을 배워야 하지만 막상 만들 땐 그 틀에서 자유로워야 하니 어려워요.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두루뭉술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부터 원단의 감촉과 가위가 스쳐가며 사각거리는 소리까지 다 좋아요. 그래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옷의 기본 설계 작업을 하는 패턴사가 되는 것이 선경 씨의 꿈이다. 디자이너의 감성까지 살린 몸에 잘 맞는 옷을 설계하는 패턴사. 디자이너 브랜드나 프로모션 업체에서 일하며 다양한 패턴을 보고 익힌 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의상에 대한 열정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선경 씨의 큰 눈망울에 담긴 꿈이 실현되는 그 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