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의 봄, 꽃길 따라 역사를 엿보다
    길 따라 바람 따라 - 글 최상애 사진협조 사천시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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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에 대한 이미지는 바다와 연결된다. 하지만 단순히 그 생각만으로 사천을 찾았다면 이내 놀라게 된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천 년의 진한 향취가 눈과 마음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왕의 고향이라고 전해지는 와룡산의 철쭉, 실안노을길, 그리고 사천읍성에서 바라본 밝은 달까지. 역사의 향이 짙게 배어 있는 사천의 꽃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봤다.

꽃향기로
가득한
사천의 봄


봄이 절정으로 치닫는 5월의 사천. 그중에서도 와룡산(臥龍山·801.4m)은 짙은 향을 품은 꽃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춘삼월 분홍빛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장식했던 능선 진자리를 어느덧 진홍빛 철쭉이 메우고 있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해 이름 붙여진 ‘와룡산’은 용의 머리부터 산등성이를 타고 꼬리에 이르기까지 기암괴석들로 쭉 이어진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바다 속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만개한 철쭉을 만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하기도 한다.

사천의 시화(市花)이기도 한 철쭉이 봄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전, 봄소식을 전해온 건 다름 아닌 선진리성 벚꽃과 늑도 유채꽃이었다. 선진리성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거점 마련을 위해 쌓은 일본식 성곽으로 ‘선진리왜성’이라고도 부른다. 지금은 야트막한 언덕에서 성곽의 흔적만 확인할 수 있는데, 임진왜란의 참혹함만은 기억하고 있는지 온갖 쓰라림을 간직한 화려한 벚꽃을 피워냈다. 선진리성 벚꽃의 비경과 함께 늑도의 수려한 유채꽃밭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늑도 유채꽃 단지는 삼천포대교와 사천만 바다가 어우러져 조성된 봄맞이 명소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실안노을길에서
이순신 장군을
만나다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사천은 한려수도의 기항지이자 중심지다. 바닷길과 더불어 사천공항으로 통하는 하늘길까지 열려있어 교통의 요충지라고 자부한다. 사천과 남해를 잇는 삼천포대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만큼 멋진 해질녘 풍경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이 일몰이 바로 사천8경 중 제2경인 ‘실안낙조’다. 삼천포대교 옆 ‘실안노을길’에서 바라보는 실안낙조는 지나가던 이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기에 충분하다.

실안노을길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왜군과 벌인 사천해전(泗川海戰)을 테마로 조성된 백오십리(약 58km)의 ‘이순신 바닷길’ 중 제4코스(8km). 이곳에서 바라보는 실안낙조는 수평선 너머의 산자락, 조각조각의 무인도, 바다 위에 그려 놓은 듯한 등대와 함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온 세상을 물들이는 붉은빛의 따듯한 색감은 일상에 지친 고단한 마음을 온기로 채워 평온하고 포근하게 껴안는다.

이순신 장군의 공덕비가 있는 모충공원도 답사해보자. 이순신 장군은 4백여 년 전 펼쳐진 사천해전에서 거북선을 최초로 실전 투입시켜 13척의 왜선을 침몰시키고 크게 승전했다. 공원을 빠져나와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다보면 갯벌로 유명한 비토섬이 눈에 들어온다. 비토섬과 인접해있는 삼천포 마리나요트 경기장에서는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페달보트 등의 선상체험이 가능하며 윈드서핑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사천의
하늘과 바다,
그 아름다운 자태

 

사천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창선·삼천포대교’는 유채꽃밭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으로 봄을 전하는 특별한 장소다. 창선·삼천포대교는 늑도, 초양도, 모개섬을 잇는 창선대교, 초양대교, 삼천포대교, 단항교, 늑도대교 등 5개의 다리를 일컫는다. 낮에는 사시사철 바뀌는 주변의 자연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밤에는 빛나는 조명과 도시의 불빛이 검은 바다 위를 수놓는다. 제3경은 ‘남일대 코끼리바위’로, 남일대해수욕장의 고운 모래사장을 품은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듯한 형상으로 유명하다.

제6경 ‘봉명산 다솔사’는 그 옛날 봉황이 울곤 했다는 봉명산의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과 함께 관광객을 맞는다. 1,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라 중요한 가치와 사연을 담은 유물이나 볼거리도 많다. 지금은 수양공원으로 불리는 사천읍성에서 바라본 달맞이 풍경 ‘사천읍성의 명월’은 제7경에 해당한다. 달이 뜬 밤이 더욱 아름다운 이곳에는 왜적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고자 했던 왕의 애민 정신이 서려있다. 토끼가 날아올랐다는 제8경 ‘비토섬 갯벌’은 하루에 두 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자연생태체험 관광지로도 제격. 토끼와 거북이, 그리고 별주부전의 전설이 얽혀있기도 하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연결하고 있는 사천은 그 속에 품고 있는 어느 풍경 하나 빠짐없이 눈부시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곳곳의 명소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업데이트 2017-05-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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