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화장실을 가는 게 소원이라는 할머니가 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진 탓에 마음처럼 허리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서럽고, 매번 누군가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건 민망하다는 이야기가 덧붙는다. 비단 그 할머니만의 이야기는 아니리라. 그런 노인들의 허리와 다리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주려는 이가 있다. 코지케어의 이환희 대표이다.
편안한
한 걸음을 선사한
코지워커
고령 인구가 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016년 13.2%에서 2060년에는 41%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자연스레 노인을 위한 실버산업도 확장되고 있다. 쇠한 기력 때문에 놓치는 일상과 약해진 건강을 보조하기 위한 용품들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 그중 특히 노인들의 걷기에 집중한 이가 있다. 바로 코지케어의 이환희 대표. 그는 ‘코지워커’로 노약자에게 스스로 내딛는 한 발자국의 즐거움을 선물했다.
코지워커는 ‘편안한’이라는 뜻의 COZY와 ‘걷는 사람’인 WALKER를 더한 말이다. 이름처럼 허리가 굽거나 손과 팔에 힘이 없어도, 신체의 균형이 잘 잡히지 않아도 보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보행보조기구로는 지팡이 다음으로 보행기가 많이 사용돼요. 하지만 정말 기운이 약한 분들은 기존의 유모차형 보행기도 끌기 힘들어 하세요. 그런 어르신들도 사용할 수 있는 보행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코지워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사용자가 편하게 몸을 기대어 걸을 수 있는 제품이 나왔다. 기존의 제품이 팔과 허리에 무게를 집중시켰다면, 코지워커는 사용자의 체중을 몸 전체로 분산시켜 몸의 부담을 줄인 게 특징. 단순히 기능성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걸어 다니던 젊은 시절을 뒤로 한 분들에게 그 시절의 자유를 되돌려주었다면 과장일까.
마음을 담은 고민이
인정으로 돌아오다
이 대표는 발명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그 덕에 자연스레 어떤 물건을 접하면 개선점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그런 그가 고등학생 때 자주 마주쳤던 할머니가 있었다. 보행기를 끌면서도 걷는 게 불편해 보이던 모습이 발명가의 기질을 자극했다. 그 날부터 이 대표는 직접 보행기를 끌어보고 타보면서 할머니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와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개발에 착수해서 1년, 양산까지 또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2013년 9월 코지워커 특허를 등록하고 2014년 11월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그리고 2015년 코지케어로 사명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 때문에 무시를 당하기도 했고, 실제 제품을 만들기까지 비용도 많이 들었다. 특히, 국내 실버산업 규모가 작은 탓에 보행기용 바퀴나 브레이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가 계속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유는 고객들이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설 때 느끼는 보람 때문이다.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직접 공장에 찾아온 고객이 계셨어요. 어머니께서 저희 제품으로 조금 걸으시니까 굉장히 기뻐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저희가 박람회에 참여했을 때도 찾아오셔서 실외용으로 한 대를 더 사가셨어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았죠.”
노약자들이 조금이나마 나은 생활을 했으면 하는 진심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지금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며 ‘계속 나은 물건을 만들어 달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는다고.
세계로
나아가는 길에
동행이 생기다
코지케어는 ‘편안한 돌봄’이라는 뜻이다. 코지워커로 노인과 장애인들의 편안한 걸음을 책임진 것처럼 생활 전반을 편안하게 돌보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 마음이 보행기전문업체에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제품 업체로 범위를 넓히게 했다.
“어르신 중에서도 소외된 분들과 장애인들을 위해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 제품을 공급하려고 합니다. ‘특별한 제품을 만드는 좋은 업체’라는 이미지를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 노약자 및 장애인용 목욕 의자,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활용한 ‘휠체어킹’ 등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대표의 목표는 고령친화용품 산업분야의 글로벌 히든챔피언.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꿈을 꾸고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싶기 때문이다. 어려울것 같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누가 그랬던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코지워커로 다시금 걷기 시작한 고객들이 그와 동행한다면 그가 바라는 곳에 금방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