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숨은 매력을 찾아 떠나는 여행
    포항 영일대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
  • 9292    

매년 신기록을 갱신하기라도 하듯 무더워지기만 하는 요즈음의 여름은 에어컨 밑의 피서만을 꿈꾸게 한다.
따가운 폭염에 몸은 축 처지고 입맛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여름의 기억을 더위로만 간직하는 것은 사뭇 아깝다.
알고 보면 여름도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매력 만점인 계절.
오로지 여름만이 선사해줄 수 있는 즐거움을 좇아 가볼 곳이 포항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하늘과 바다의
이어짐을 보는
해상누각

 

‘대(臺)’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굽어볼 수 있는 장소를 널리 이르는 말이다. 높은 곳에 자리한 만큼 빼어난 경관을 두루 조망하기에 좋다. 포항 영일대(迎日臺)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해상누각으로 2011년 12월 착공하여 2013년 6월 준공되었다. 건립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전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영일만의 랜드마크로 각인된 지 오래다. 준공된 바로 그 해 201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누리쉼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변과 해상을 이어주는 돌다리 영일교 앞에 서면 수평선 위에 기둥을 내리고 하늘을 기와지붕에 얹은 영일대를 만날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누각을 올려다보는 고개가 점점 더 높이 들린다. 누각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한껏 젖혔던 시선이 저 멀리 수평선과 마주하며 정면으로 갔다가, 비췻빛 물결을 굽어보기 위해 아래로 향한다. 바닷가에 서서 보던 것 보다 훨씬 높아진 눈높이 덕분일까,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가 시원스럽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연결되어 만들어내는 푸름만이 눈을 통해 가슴 속까지 스며들어 마음을 선선히 물들인다.

‘해(日)를 맞이하는(迎) 누대(臺)’라는 이름에 걸맞게 영일대는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호미곶 못지않게 아름다운 해돋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해상누각 근처에는 지난 5월 개장한 장미원도 있어 둘러보기 좋다. 40여 종이 넘는 다채로운 장미와 장미터널, 포토존, 장미탑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고 LED조명이 어우러져 야경 또한 아름답다.
 


 

경북 동해안의
피서를 책임지는 곳

 

영일대해수욕장의 이름은 원래 포항북부해수욕장이었다. 바다 위에 영일대가 세워지면서 2013년 6월부터 영일대해수욕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경북 동해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수욕장으로 맨발에 감기는 백사장 모래의 감촉이 간질간질 곱고 부드럽다. 지난 6월 17일 올해 첫 개장을 했는데, 한 발 앞서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며 여름을 만끽하고자 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에 가면 썰매는 겨울에만 즐기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바로 영일대해수욕장의 명물 모래썰매장에서 모래썰매를 타볼 수 있기 때문. 포항시는 해수욕장 개장에 앞서 높이 10m, 둘레 50m의 모래썰매장을 조성하였다. 8월 22일까지 무료로 운영되므로 원하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모래언덕은 꽤 높아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조금 숨이 찰 정도이다. 잠시 심호흡을 한 뒤 경사를 타고 단숨에 미끄러져 내려오면 제법 짜릿한 스릴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자유분방한 초여름의 해변 곳곳에서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길거리 콘서트와 버스킹이 펼쳐진다. 그들의 연주와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해변을 따라 늘어선 제철도시 포항의 멋진 스틸아트 조형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디를 가든 환상적인 포토존이 되니 셀카봉은 필수. 자전거도로도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도보로는 느낄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씽씽 달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한편 다양한 해상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포항 해양스포츠 아카데미(www.phseasports.or.kr) 체험교실에 미리 신청하면 서핑, 수상오토바이, 수상스키, 카이트보딩, 스쿠버다이빙 등 더위 따위는 단번에 날려버릴 쾌감 만점 수상 레저를 경험해볼 수 있다. 해수욕장 제2공영주차장 근처에는 노상점포와 푸드트럭촌이 있어 바다를 실컷 즐기고 난 뒤 허기진 배를 든든히 채우기도 쉽다.
 


여름밤,
로맨틱의 완성

 

영일대는 뜨는 해를 맞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는 해를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다. 오후 어스름이 되면 희었던 한낮의 햇빛이 서서히 나른한 오렌지 빛을 띠기 시작한다. 물놀이에도 지쳐갈 늦은 오후 즈음이 되면 해상누각 근처에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를 등진 영일대와 영일교가 햇살에 물든 황금빛 파도에 찰랑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을 괴롭게 만드는 더위의 주범이지만 태양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해질녘에는 시간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여름밤이 시작된다. 가로등은 물론 주변 건물들이 하나둘 불빛을 밝히는 것을 헤아려보며 느릿한 듯 빠르게 흘러가는 한때를 가만히 관조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마저 말끔히 비운 채로 고요한 풍경 속에서 가만히 명상을 즐기는 것이다.

영일대해수욕장 근처에는 개성적인 카페들이 즐비해 있다. 분위기와 메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자. 까만 파도 너머로 보이는 포스코 단지가 만들어내는 야경이 일품이다. 해변에 있는 벤치에 앉아 살랑살랑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 걸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즐거움. 여름밤 특유의 감성에 빠져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기에 좋은 분위기가 마련된다. 7월 말에는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성대한 불꽃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참고하자.
낮의 열정과 밤의 낭만을 동시에 간직한 포항 영일대, 이곳은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여름의 매력을 한아름 안겨주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업데이트 2017-07-13 12:45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