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은 가리고 적성과 능력에 집중하다 - 블라인드 채용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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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렸을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이야기이지만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통한다. 외모나 학력, 출신 지역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가리니 지원자의 진짜 실력과 적성은 더 잘 보인다는 말이다.
업무와 상관없는 과잉 스펙 쌓기로 지원자와 기업이 함께 골머리를 앓았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블라인드 채용. 아직은 다소 낯선,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직무 수행에 불필요한 항목은 Blind

이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입사지원서가 간결해질 예정이다. 출신 지역, 가족 관계, 키나 체중 등 신체정보, 사진 부착 등의 칸이 사라지는 ‘블라인드(Blind) 채용’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발표함에 따라 332개의 공공기관은 7월부터, 149개의 지방공기업은 인사담당자 교육을 거친 뒤 8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블라인드 채용은 과정에서 편견이나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항목을 제도의 이름 그대로 ‘보지 못하게’ 삭제한다는 뜻이다. 대신 직무 관련 능력과 경험을 우선시하여 업무에 꼭 맞는 지원자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처음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을 반영한 결과이다.

구체적으로는 채용 기업이 사전에 직무 정보를 공개하는 게 첫 순서다. 그리고 개인 신상정보를 배제한 입사지원서를 접수받은 뒤 업무 능력 위주의 면접을 거친다. 사전에 직무 내용을 공개하는 이유는 지원자들이 불필요한 스펙 대신 관심이 있는 직무에 맞춰 지원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구직자와 기업이 함께 좋은 블라인드 채용

블라인드 채용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04년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9개 공공기관이 직원 채용 시 나이 및 학력 제한을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공공기관 NCS 기반 능력중심채용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정한 채용을 위한 행보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실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했던 KBS의 경우 명문대 출신이 줄고 지방대 출신이 느는 등 직접적으로 지역 차별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 이전에는 채용 과정에서 느끼는 차별이나 과잉한 스펙 쌓기로 인해 구직자는 점점 피로해지고, 기업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뽑은 사원의 직무적응도가 낮아 교육비용을 두 배로 감수해야 하는 등 쌍방의 고충이 컸다. 이중으로 발생하던 사회적 낭비를 블라인드 채용으로 조금씩 줄여나가는 여정의 시작점에 선 셈이다.공공부문 도입으로 큰 보폭을 내디딘 블라인드 채용은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해 더 많은 청년들이 실력만으로 원하는 직장에 입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2005년부터 학력 부문을 폐지한 공무원 공개채용과 달리 인적 사항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던 공무원 경력채용에 ‘경력채용 부문별 표준화 방안’ 양식을 활용하는 게 그 일환이다. 동시에 민간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해 제도를 홍보하고, 채용 컨설팅 및 인사담당자 교육을 지원하여 기업 채용현황을 조사하고 채용 트렌드를 공유할 예정이다.

블라인드 채용 소식이 들린 후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회원 4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이 72%에 달했다. 무조건적 스펙 경쟁 대신 흥미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 공부하고 평가받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그들의 바람대로 균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실력을 통한 경쟁이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업데이트 2017-08-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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