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며 주어진 사명의 완성을 위해 노력을 다할 때, ‘나’라는 정체성에 대해 당당해질 수 있다.
1985년 공채로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북지사에서 초임업무를 시작한 나는 올해 서울지역본부 전문자격시험팀장을 끝으로 31년간의 공단생활을 마감하고 2017년 7월 1일부로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직장생활 중에도 꾸준히 해오던 그림 작업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사실 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전문 화가다. 학부 전공은 무역학이지만 학창시절 했던 미술 공부를 잊지 못해 회사를 다니며 야간대학원을 졸업, 미술을 공부했다. 그러길 어언 30년이 됐다. 전북도립미술관을 포함하여 국내외 10회에 걸쳐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아트페어에 6회, 단체전에 80여 회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간의 작품들은 한국국립현대미술관, 동경 미와자까 화랑,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법인과 개인 등이 소장하고 있다.
현재 작업은 서울 성산동에서 하고 있다. 작업에 전념하고 있던 차 2개 화랑으로부터 개인전을 열어달라는 초대를 받았다. 현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과 인상파의 거장 모네를 비롯해 반 고흐까지 많은 화가들을 탄생시킨 세계의 문화강국이자 회화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였다. 이곳에서 혼신을 다한 나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할 나위 없는 뿌듯함이 몰려왔다. 내가 꾸준히 미술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준 공단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함께 공단인으로서 자긍심이 느껴졌다. 한편 심도 있는 작품을 전시하여 유럽인들이 문화의 변방이라 여기는 한국이 실은 오천 년의역사를 가진 문화국가라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이번 전시는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프랑스 홍플뢰르에 있는 “아틀리에 갤러리”와 파리의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로 총 15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세계는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영원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생명체든 무생물체든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반드시 소멸하여 형태가 바뀌고, 다시 윤회하여 또 다른 형태가 된다고 본 것이다. 즉, 그 어떤 사물이라도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변신하기 위한 또 다른 연속적인 과정에 있다는 일원론적 관점으로 봤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격자의 형태나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표현한 것 같은 물성을 작품에 담았다. 이는 시간성과 연결되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순환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나는 작품을 통하여 알 수 없는 심연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것은 작품에서 보이는 거친 질감과 색감의 형태로 나타났다. 시각을 통해 들어온 이미지가 감각화되어 다양한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가길 바랐다. 이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내가 작품을 하는 이유이자 기쁨의 근원이다. 많은 분들이 나의 그림을 보며 같은 과정을 겪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