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여자, 돌이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도에 새로운 “삼다”가 생겼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선수들이 뿜어낸 기술, 땀, 열정이 그것.
50여 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제주에서 열려 더 많은 기대를 모았던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의 섬 제주에 만개한 숙련기술의 현장을 다녀왔다.
대한민국 대표 기술인들의 장이 열리다
“2017 제주특별자치도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최를 선언합니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의 선언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9월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2017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자연과 문화의 섬, 기술을 더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열린 이번 대회는 1966년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처음 시작된 이래 제주도에서는 최초로 열렸다. 기계, 금속, 전기·전자·정보 등 총 6개 분과의 폴리메카닉스, 용접, 공업전자기기, 조적 등 50개 직종으로 치러졌으며, 17개 시·도에서 총 1,901명의 대표 선수가 출전했다. 경기장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비롯해 어음기능경기장, 제주관광대학교, 제주한라대학교, 한림공업고등학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제주고등학교 등 7곳에 준비되었으며,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경기 전부터 만전을 기했다.
개회식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열아홉 번에 걸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우승 전력은 전국기능경기대회가 발판이 되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력이 세계로 더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며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기술의 가치가 중요하다. 기술 한국의 미래를 이끌 주인공이자 원동력으로서, 훌륭한 기술인들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볼거리, 이야기 거리, 즐길 거리로 채우다
로봇이 바닥에 그려진 검은 색 미로를 따라 과제를 소화한 후 골인지점에 도착하자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바일로보틱스 직종의 선수. 시끄러운 소음과 불꽃의 뜨거운 열기를 묵묵히 감내하며 과제에 집중하고 있는 용접 직종 선수. 빨강, 주황, 노랑 등 색색의 설탕을 주무르느라 하얀 장갑의 손가락 끝이 여러 색으로 물든 제과 직종 선수.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된 뒤의 경기장의 풍경이다. 그동안 이 날만을 기다리며 자신의 실력을 쌓아온 듯 선수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더 깊이 들어가면 각양각색의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선 홍일점 선수들이 눈에 띈다. 건축설계/CAD 직종의 유일한 여성 참가자인 김유민 경북공업고 학생은 “한국 전통미를 살린 현대적인 건축물을 짓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모바일로보틱스 직종 정진영 안산공업고 학생은 “방과후학습으로 알고리즘을 배우면서 흥미가 생겨 이 직종을 선택했다”라며 모바일로보틱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열린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이어 전국대회까지 함께한 형제 선수들도 있다. 동력제어 직종의 유환진·유환수 형제와 통신망분배기술 직종의 방대한·방정헌 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두 형제 모두 형들이 각 직종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해,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경기장 밖도 안 못지않게 북적였다. 참관객들을 위한 부대행사가 진행된 것. 크게 체험, 시연·전시, 홍보로 나뉘었는데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기술을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와 제주특별자치도 홍보관, 기능경기대회 홍보관, 2017년 제주 좋은 일자리 및 기업커뮤니케이션 부스 등이 열려 흥미를 끌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생활과 가까운 기술들을 체험할 수 있는 뮤직박스 만들기, 자동차 엔진 모형 만들기, 컵케이크 만들기에 이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산업을 엿볼 수 있는 3D프린팅, AR/VR 체험, 로봇 체험 등도 이어졌다. 한림공업고등학교 경기장에 견학 온 박소민 탐라중학교 학생은 “경기에 집중한 언니, 오빠 선수들이 멋있다. 견학을 하다 보니 많은 종류의 일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기술의 미래를 보다
8일간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시상식이 있던 9월 1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서로를 향해 보내는 박수와 응원의 목소리 덕분이다. 열띤 경합 끝에 경기도가 금메달 4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를 획득해 대통령배를 수상했다. 제50회 대회에 이은 2년 만의 종합우승이다. 뒤를 이어 대구광역시가 국무총리배를, 서울특별시가 고용노동부장관배를 차지했다. 첫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애쓴 제주특별자치도는 대회장배 특별상을 받으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수상자 배출 수에 따라 수여되는 금탑에는 금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받은 대구광역시 경북기계공업고가 선정됐다. 은탑에는 경상북도 신라공업고와 서울특별시 한양공업고가, 동탑에는 강원도 춘천기계공업고, 경상북도 금오공업고, 인천광역시 인천기계공업고가 이름을 올렸다.
대회 최고 득점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예인 대통령상은 메카트로닉스 직종의 광주광역시 대표 김주승, 김영찬 광주전자공업고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두 선수는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특히 김주승 학생은 1995년 제3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메카트로닉스 직종 금메달리스트인 김락준 씨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 국무총리상에 오른 냉동기술 직종 경상남도 대표 정민준 학생은 마산공업고에 전국기능경기대회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선수가 되었다. 이 외에도 서울특별시 대표 최은영 서울디자인고 학생이 전국기능경기대회 가구 직종 사상 첫 여성 금메달을, 울산광역시 대표로 출전한 개인출전자 김성민 씨가 CNC밀링 직종에서 금메달을 따며 대회에 의미를 더했다.
대한민국의 숙련기술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점쳐볼 수 있었던 지난 8일. 기술 강국 대한민국, 기술한류 대한민국을 이끄는 선수들의 아름다운 노력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까지 이어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