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기술의 앞날을 잇는 스승
    김일록 - 2017 철탑산업훈장 수훈자 한화테크윈 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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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된다는 것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다. 풍부한 경험은 물론이고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어야만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을 가질 수 있다. 2017 철탑산업훈장의 주인공 김일록 씨는 이러한 ‘스승’이다. 산업현장에 서의 경험과 주경야독의 노력으로, 그는 현재 우리나라 용접 기술의 명맥을 이어나갈 후학 양성의 중심에 서 있다.

 

교육으로 실현하는 상생 가치

용접은 우리나라 뿌리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 발전의 기틀이다. 선체의 매끄러운 표면은 사실상 수천, 수만 개의 철판을 덧댄 것이다. 이 철판을 연결하는 것이 용접기술인들의 역할이다. 김일록 씨는 바로 그런 용접기술인 중의 한 명으로,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38년간 용접기를 잡아온 우리나라 용접 분야 최고 장인이다.

회사에서 그의 직함은 ‘마이스터(Meister)’다. 라틴어의 ‘스승’이란 말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장인’ 내지 ‘명장’을 뜻한다. 마이스터는 최고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자로서 후학 양성 및 중소기업 기술지원 업무를 맡는다. 20년 이상의 현장 근무 경험, 기감(차장급) 직급 이상, 기능장 자격증 보유, 명장 선정 등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갖춰야만 마이스터가 될 수 있다.

“하루에 4~8시간씩 마이스터 기술교육센터에서 부서 배치를 받은 신입사원들에게 이론과 실기 교육과정을 실시합니다. 내열기초합금인 인코넬, 코발트 합금 외 티타늄 등 소재별 용접 사내자격증을 최소 3종류 이상 취득하는 수준까지 가르쳐 실무에 내보내지요.”

재직기간 동안 그렇게 배출해낸 후배 기능장만 65명. 여기서 그치지 않고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에 출강을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협력 중소업체에 기술지원을 나간다. 경남자원봉사센터와 폐지를 주워생계를 유지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리어카 만들기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기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재능을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한다. 그에게 교육이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용접=양심’이란 사명감으로
한화테크윈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이다. 한화테크윈이 가진 항공 분야 기술력은 국가기술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전까지 항공 산업의 용접 기술은 해외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는 그와 같은 숙련기술인들이 꾸준히 기술을 연마하고 후배들에게 전수해온 역할이 크다.

“항공 산업은 기술집약 산업이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항공기 엔진 창 정비(Depot Maintenance)부터 시작했어요. 그렇게 작은 것부터 시작해 착실히 기술력을 쌓아와 항공기 엔진 부품을 만들고 치공구1)를 개발하는 등 자체 기술만으로 모든 것을 소화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거죠.”

항공기는 엔진에 상당한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용접 공정에서 한 치의 결함도 허락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크랙이 발생할 경우 비행 시 그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스트레스가 가해져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용접 기술의 핵심은 안전이다. 그만큼 사명감이 필수란 이야기다.

“용접은 안전과 직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후학들에게 ‘용접은 양심’이라고 가르칩니다. 용접 도중에 불순물이 들어가면 발견 즉시 잘못된 부분을 파내고 다시 용접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용접 기술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에요.”

한화테크윈에서 주로 실시하는 용접은 TIG 용접이라는 항공기엔진 정밀용접이다. 잘 된 용접은 비드(Bead) 모양이 균일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빛깔을 띤다. 그래서 용접기술자들은 용접을 하나의 예술이자 작품 활동으로 여긴다. 안전을 지킨 용접이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선한 이치가 용접기술인들의 손끝에서 녹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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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물건을 고정할 때 사용하는 공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
 

 

무한불성, 무인불승의 성공
김일록 씨를 최고의 명장으로 만든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관리. 이론지식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36세에 한국폴리텍대학에 들어가 수학했다. 이후 3년 만에 용접기능장, 배관기능장, 판금기능장 3개 기능장을 비롯해 용접기술사까지, 용접 부문 전 종목 자격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여기서 끝내지 않고 공학사 학위, 창원대 대학원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 모든 것은 낮에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서 공부하는 주경야독으로 거둔 결실이다.

그의 좌우명은 무한불성, 무인불승(無汗不成 無忍不勝)이다. ‘땀 흘리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인내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꾸준히 노력해서 목표를 이룬 장본인으로서 후배들에게 공부에 ‘습관’을 들일 것을 강조한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젊은이들이 당장의 결과만 보고 성공을
판가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기술직에 대한 편견이 아직 남아있는데, 자기가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노력하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어요. 우리나라도 조금씩 실력중심사회로 바뀌어나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나도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저와 같은 명장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직업교육훈련을 할 때 젊은이들에게 꿈, 열정, 도전, 실행 네 단계가 맞물려 목표를 달성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가르친다는 김일록 씨. 그렇게 그는 개인경쟁력을 회사경쟁력으로 만들고, 그것을 국가경쟁력까지 연결시켰다. 철탑산업훈장을 후학 양성과 기술 전수에 더 힘쓰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그. 김일록씨와 같은 훌륭한 스승이
있기에 우리나라 미래 기술 발전의 탄탄대로가 보인다. 

업데이트 2017-11-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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