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하도록 변함없이 타오른 열정이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
을 달구며 기술을 쌓아온 뜨거웠던 삶. 이제는 그 온기로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이충호 명장
의 마음속 보일러는 식지 않고 열기를 내뿜고 있다. 글_서희동 사진_차유진
약력
1996년 보일러기능장(에너지관리기능장) 취득
1998년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2007년 산업자원부장관 표창
2008년 대한민국명장선정(보일러 분야)
2012년 산업포장 수훈
앎에 대한 열정으로 삶을 인정받다
기계라고는 전혀 만질 일이 없던 한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이 입대와 함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기술에 기초지식도 없던 그가 중장비 중대의 발전병으로 복무하면서 자연스럽게 기계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이다. 전역 이후 보일러 기술자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충호 명장의 보일러 외길 인생이 시작되었다.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대단히 운이 좋았습니다. 실력과 경력을 갖춘 기술자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저 당시에 저보다 대단한 사람이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명장에 선정됐다고 생각해요.”
30년을 넘게 한 회사에서 근속하며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이충호 명장은 지난 2008년, 보일러 분야에서의 뛰어난 기술력과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명장 칭호를 받았다. ‘단지 운일 뿐’이라는 그의 겸손함 뒤로 그간 꾸준히 채워온 16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이 빛났다.
“보일러 유지 관리를 하려면 기름이나 가스 저장 및 관리법을 알아야 하고, 연기와 폐수를 다루기 위해 대기나 환경 쪽 지식도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매년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알면 더 좋으니까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결같이 공부해온 세월만 20여년. 소방설비기사, 환경기능사 등 보일러와 관련된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몸담은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일궈왔다. 뜨거운 열정과 굳은 의지가 없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1℃의 열기도 헛되이 하지 않다
산업용 보일러는 생산현장의 핵심이다. 식품 업체의 멸균이나 조리, 건조는 물론 제지 회사, 화학 공장, 섬유 공장, 콘크리트 흉관 제조 등 열이나 증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보일러가 꼭 필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보일러의 생명은 바로 물이다. 물이 끓고 증발하면 찌꺼기가 남는데, 이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1의 기름을 써서 2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던 보일러에 찌꺼기가 끼고 관리가 부실하면 효율성이 떨어져서 1의 에너지 밖에 만들어내지 못해요. 물 관리를 잘하고 약품도 뿌리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꾸준하게 정비를 해줘야 연료의 낭비를 막을 수 있어요.”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함께 보일러 설비 개선 등에 많은 성과를 남긴 이충호 명장은 국가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자치부장관상, 산업자원부장관상은 물론 산업포장까지 수상했다. 외길 인생으로 보일러 분야의 최고의 자리에 오른 명장의 눈은 이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산업현장교수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기업을 방문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도 주고 있습니다. 한 발 밖에서 보면 많은 차이가 있죠. 현장에서 못 찾은 문제점을 발견해낼 수 있거든요.”
후학 양성은 물론 사회 공헌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더 큰 나눔을 주도하기 위해 대한민국명장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자리를 자처한 그는, 혹 추위에 떠는 이웃은 없는지 하루가 멀다고 전국 곳곳에 따뜻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제 분야는 봉사할 일이 많아 좋습니다. 가정용 보일러는 보온·단열재가 벗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열 손실이 엄청난데, 그런 부분을 수리하면서 어르신들께 보일러 사용법도 알려드립니다. 제겐 쉬운 일인데, 받는 분들은 정말 고마워해요. 그럴 때면 제 일이 참 감사하고 보람되지요.”
이미 많은 성공을 이뤘지만, 이충호 명장은 오늘도 걸음을 재촉한다. 또 다른 명장을 양성하기 위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 그것이 각자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인정받는 길이자 우리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보일러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달구고 있는 명장의 걸음걸음이 무척이나 따뜻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