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과 섬 사이, 바다를 걷다 - 만지도, 연대도
  • 7843    
통영은 섬이 많은 곳이다. 전남 신안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지자체가 바로 통영. 그래서 시기마다 사람들은 이 섬 저 섬으로 부지런히도 다닌다. 물론 그 많은 섬들을 한번에 모두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가장 유명한 곳부터 찾곤 한다. 소매물도가 그 대표적인섬. 그러나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가볼 가치가 없는 것은 결코아니다. 글·사진_정환정 여행작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섬

막상 섬에 들어갈 생각을 하면 왠지 모르게 맘을 단단하게 먹어야 할 것 같다. 소매물도와 같은 곳은 쾌속선을타고도 장장 1시간 40분을 달려야 할정도로 상당히 먼 거리이기 때문이다.드라마의 배경으로 유명한 장사도 역시 40분은 바다를 가르고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섬에 들어갔다 나오려면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이렇게 먼 데 있는 섬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뭍에서 20분 거리에있는 만지도와 연대도가 증명하고 있다.

만지도와 연대도에 닿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물론 둘 다 배를 타고 가야 하지만, 그 배를 어디서 타느냐에따라 만지도에 먼저 도착하느냐, 연대도에 먼저 도착하느냐가 결정된다. 통영 시내에서 좀 더 가까이에 있는 연명항에서 배를 타면 만지도에 먼저 닿게되고, 연명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달아항에서 배를 타면 몇 곳의 작은 섬을 들러 15분 정도 후 연대도에 도착하게 된다.

혹시 “왜 따로 떨어져 있는 두 섬을 자꾸 묶어서 얘기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일이다. 중간에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두개의 섬을 자꾸 한 곳처럼 이야기하는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럼에도 두 섬을 하나로 설명하는 이유는, 몇 년 전 두 섬을 연결하기 위해 놓은 다리 덕분이다. 마치 파도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바다 위의 다리 말이다. 이 다리 덕분에각기 다른 두 섬이 이제는 하나와 다름없는 곳이 되었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하는 다리



친구 같은 섬

배 시간을 잘 살펴본 후 일정에 맞는배에 올라 20여 분이 지나면, 두 섬을잇고 있는 다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다 위로 불쑥 솟은 것들 중 유일하게 사람이 만든 것이라 유독 눈에띄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은별 고민 없이 우선 다리를 건너기 위한길을 잡는다.

밑에서 보던 것과 달리, 다리의 높이는 상당하다. 게다가 바닷바람도 제법강한 편. 이런 상황에서 출렁거리는다리를 걷자면 내 다리도 후들거리는것이, 상당히 스릴이 넘친다. 동행의심장이 그리 튼튼하지 않다면, 짓궂은장난은 삼가는 편이 서로의 관계를 위해 좋다. 하지만 중간에 잠시라도 멈춰서 발 아래로 펼쳐진 바다를 감상해보길 바란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수 없는 시원한 광경이 눈과 마음에 가득 차오를 것이다.

짙은 에메랄드 빛 바다 아래에서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키가큰 해초들의 모습은 오직 두 섬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잔잔한 물결 속, 마치 환영처럼 보이기도 하는이 풍경을 보고 있자면 긴장하고 있던몸과 마음이 단숨에 풀어진다.



두 섬 중 먼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곳은연대도였다. ‘에코 아일랜드’라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를 통해 마을의 전기를 충당한다. 섬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국화차,나물 장아찌 등을 ‘할매공방’이라는이름을 붙여 판매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집집마다 붙어 있는 ‘사연이적힌 문패’도 연대도만의 특징이다.

만지도는 연대도와 다리가 연결되면서 뜨기 시작한 섬. 주위 섬 중 사람들이 가장 늦게 정착해 살기 시작한 곳이라 해서 ‘늦을 만(晩)’이 붙은 만지도 (晩地島)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만큼젊은 섬이기도 하다. 선착장 주변에선 각종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을쉽게 만날 수 있는데, 통영 시내에 비해가격이 싼 덕분에 여행객들에게 인기가좋다. 신선도야 말해서 무엇을 할까.게다가 마을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기암괴석의 절벽들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극적인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두 섬 모두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을수 있는 길이 조성되어 있어 저 멀리있는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다. 작은섬이다 보니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않는다. 그러니 두 섬을 꼭 한 번 걸어보길 바란다. 푸른 바다 위에 꽃이 흐드러지게 수놓은, 바야흐로 봄이니 말이다.
업데이트 2018-05-18 01:55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