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막상 교생 실습을 나가본 후엔 조금 다른 직업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청년취업아카데미 마케팅리서처 양성과정의 교육팀장으로서 일하고 있는 지금.
에둘러 오긴 했어도 결국 ‘가르치고 이끄는 사람’이 되겠다던 최초의 꿈은 이루어진 셈이다.
2014년 마케팅리서처 양성과정을 처음 개설한 이래 연속 우수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사)한국조사협회 이상열 교육팀장 얘기다.
그는 스스로를 ‘리서처의 꿈을 품은 청년들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기 직전 만나는 마지막 아군’이라 소개했다.
청년들의 첫걸음이 당당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제반 준비과정을 꼼꼼히 챙기며 동행하는 것.
그가 생각하는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글_김수연 사진_최병준, 한국조사협회
AM 9:00
출근카드를 찍는 시간, 새롭고 벅찬 만남의 시작
직장생활 하는 사람치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이상열 팀장은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동안 일하는 재미와 보람을 알게 되었노라 얘기한다. 청년취업아카데미의 기본 운영 목적이 취업을 목전에 둔 청년들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매칭하는 중간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그의 관심은 늘 초롱한 눈빛을 지닌 청년들에 가 있었다.
“2014년 처음 과정을 오픈한 이래 매년 상하반기, 각 30명의 청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리서치 관련 전공자도 있지만, 비전공자도 있었죠. 하지만 전공에 관계없이 그동안 한국조사협회를 통해 취업한 친구들이 상당해요. 그 중엔 대리급이 되어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인연 하나하나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처음 지원자로 만난 순간부터, 강의실에서 본 그들의 열정, 또 실습현장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세상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행복이다.
이들을 2,000여 개가 넘는 협회의 회원사와 연계해 취업에 성공시켰을 때 느낀 벅찬 보람이야말로 이 일을 ‘좋아서 하는 일’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사)한국조사협회가 우수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요인 가운데는 무엇보다 높은 취업성과가 있었다. 청년취업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타 기관의 평균 취업률이 50% 미만인 데 비해 이곳은 리서치 업계 취업률 90%를 자랑한다.
AM 10:00
새로운 리서처 양성과정을 위한 기획회의
커피 한 잔과 함께 오전 회의를 시작한다. 박보미 사무국장과 이상열 팀장, 그리고 이유리 대리. 단출하지만 이들이 국내 유일의 마케팅·여론조사업계를 대표하는 (사)한국조사협회의 교육과정을 책임지는 주역들이다.
청년취업아카데미 마케팅리서치양성과정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연간 두 차례 운영한다. 지금은 2018년 여름강좌를 열기 위한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이다. 커리큘럼을 점검하고, 영역별 이론과 실제경험을 가진 최고의 강사진을 섭외해 전체 강의일정을 설계하는 일은 거의 완료된 상황이다.
세 사람은 지난겨울 진행한 교육과정에 대한 성과평가보고서 작성과 이번 주부터 진행하는 대학설명회에 대한 세부적 준비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회의는 짧게, 역할은 분명하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에 활기가 넘쳐 보인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 온 팀워크의 힘이다.
PM 1:00
청년 취업의 최종병기가 되기 위한 끝없는 구상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시즌이라면 지금쯤 강의실에 있었을 테지만, 이상열 팀장은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난 강좌를 통해 확인한 성과와 보강할 사항들에 대한 점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열어 보고 있는 파일들 속에는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수강생들의 교육 장면들이 빼곡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입학식 선서를 하는 장면부터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장면, 학생들이 회원사에 파견 나가 실습하는 장면, 멘토링 과정, 졸업식 사진들까지 그의 모니터를 통해 차례로 비친다.
“저희 커리큘럼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협회 회원사의 과장급 이상 실무자로 강사진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론은 물론 현장중심의 실습 비중이 높은 것도 강점이라 할 수 있죠. 실제로 제기되는 이슈와 최신 정보,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교육이 이루어지니,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이나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사협회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청년취업아카데미에 대한 적극적인 연계작업도 취업률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회원사의 대표자 모임이나 협회의 각 분과회의가 열릴 때마다 청년취업아카데미의 실질적 취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진다.
PM 3:00
가자! 새로운 예비 리서처들을 만나러!
“이야! 이게 누구야? 여전히 잘 하고 있는 거지?”
전화기를 든 이 팀장의 목소리에 반가움과 대견함이 역력하다. 그가 만났던 지원자 가운데 취업에 성공해 새내기 리서처로 활약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특이하게도 사학을 전공하다가 리서치에 관심이 생겨 찾아왔던 케이스라 한다.
“리서치라는 게 특정 영역에 한정된 일이 아니거든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영역이 다 대상이죠. 이 친구도 전공 공부하다 조선시대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게 됐답니다. 흉년이 들었던 성종 때의 제도와 기후, 문화 등에 대한 기록들을 조사하다가 ‘리서치’ 자체에 대한 매력에 끌려 여기까지 왔다더군요.”
‘이런 비전공자도 기초를 닦아 리서치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게 이 아카데미의 존재 가치를 설명하는 거 아닌가’라고 묻는 그의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가득하다. 시계를 보던 그가 서둘러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4시에 예정된 대학설명회에 가기 위해서다. 설명회를 마치면 오늘 하루도 저물 것이다.
“당분간 또 강행군입니다. 그래도 새로 만날 얼굴들이 기대가 되네요.”
사무실을 나와 거리로 나서는 짧은 시간 동안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둘이나 되었다. 모두 이 아카데미를 거쳐 취업한 신입사원들이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이런저런 당부와 참견을 아끼지 않는 그는, 영락없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전철역을 향해 가는 동안 그는 한 가지 소망을 전한다.
“일을 하다 보니, 아직도 아카데미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 많은 청년들이 기회를 얻어 보다 충실하고 현실적인 취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이 강좌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